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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실가스 규제, 환경산업 지형 바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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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토의정서에 따른 온실가스 감축 활동이 본격화되면서 환경산업에도 적지 않은 변화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온실가스 규제가 환경산업에 미치는 장단기 영향 분석을 통해 환경산업의 변화 방향을 예측해 본다. -

 

교토의정서 발효에 따라 내년부터 선진국을 중심으로 온실가스 감축 의무화가 시작된다. 미국, 호주 등의 불참으로 실질적인 규제의 효력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도 있으나, 적어도 지구온난화의 심각성 및 이에 따른 온실가스 배출 억제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全지구적인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지난 6월 독일에서 열린 선진 8개국 정상회담에서는 다소 상징적이지만 205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1990년의 50% 수준으로 감축하자는 데 합의했고, 미국도 이에 동참한 바 있다. 이에 앞서 EU는 3월 정상회담에서 202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1990년 대비 최소한 20% 자체적으로 감축한다는 데 합의함으로써 ‘포스트 교토 체제’에 대한 일각의 우려를 일축하기도 하였다.

 

한편 각국이 지구온난화에 대한 책임 분담과 구체적인 해결방식을 놓고 치열한 설전을 벌이는 이면에는 규제에 따라 파생되는 막대한 사업기회를 선점해야 한다는 경제적 실리 추구 욕구가 존재한다. 규제에 따른 비용은 비용대로 지불하면서 이익은 챙기지 못한다면 국가 경쟁력에 심각한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이유에서이다.


이하에서는 온실가스 규제에 따라 나타나고 있는 새로운 비즈니스 동향과 사례를 통해 온실가스 규제가 궁극적으로 환경산업에 미치는 영향은 무엇인지 분석해보고자 한다.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시장의 급성장

 

최근 언론을 보면 ‘탄소시장(Carbon Market)’, ‘탄소경제(Carbon Economy)’와 같은 용어들이 심심찮게 등장한다. ‘탄소’를 거래한다니 생소하기 이를 데 없지만, 분명히 존재하는 사실이다. 탄소(이산화탄소 등 온실가스를 총칭) 시장이란 정확하게 말하면 온실가스 배출권을 거래하는 시장 또는 이와 관련된 사업을 말하는데, 현재 매우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EU의 비중이 아직까지 대부분이기는 하나 미국, 호주 등도 자국의 이익을 위해 점차 비중을 확대해가는 추세이다.


세계은행(World Bank)에 의하면 2004년 불과 5억 달러에 달했던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시장은 2005년 110억 달러, 다시 2006년에는 300억 달러로 급속히 확대되고 있다. 향후 예상되는 시장규모도 엄청나다. 기관 별로 차이가 있지만 향후 5년 내 수천억 달러의 시장 형성을 점치고 있으며, 금융, 컨설팅 서비스 등 연관 분야까지 포함하면 그 규모는 기하급수적으로 확대된다.

 

타 환경 규제에 비해 온실가스 규제가 경제 및 사회 활동 전반에 미치는 영향이 압도적으로 크다는 것은 누구나 인정하는 바이다. 그러나 교토의정서 체제 진전이 순조롭지 못한 상황에서 배출권 시장이 이 정도로 빨리 성장하리라는 것은 분명 예측하지 못한 결과이다.

 

온실가스 배출권 시장의 성장 배경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교토의정서에서 채택된 소위 ‘교토 메카니즘(Kyoto Mechanism)’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배출권거래제(ET: Emission Trading), 공동이행제도(JI: Joint Implementation, 선진국 사이의 공동 프로젝트를 통해 온실가스 감축), 청정개발체제(CDM: Clean Development Mechanism, 선진국이 개도국의 온실가스 저감사업을 지원) 등으로 이루어진 교토 메카니즘은 한마디로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수단으로 시장 원리를 도입한 것이다.


즉 온실가스 절감 노력을 통해 할당된 목표를 초과 달성한 기업은 초과 달성분에 해당하는 배출권을 얻게 되고, 그렇지 못한 기업은 부족분만큼의 배출권을 구매하도록 한 것이다. 결국 규제나 세금 부과가 아닌 시장 원리에 의한 온실가스 감축 방식은 비용수익 분석을 통한 기업들의 자발적 참여를 유도할 수 있었고, 수익창출 기회를 감지한 금융기관들의 적극적 참여가 배출권 확보 경쟁으로 이어짐으로써 결과적으로 시장을 확대하는 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지속적인 고유가 현상 역시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시장 성장과 무관하지 않다. 고유가는 그 자체로 에너지 절약에 대한 유인을 강화하는 데다, 온실가스 배출이 상대적으로 적은 대체자원의 가격경쟁력을 강화시킴으로써 이들 자원에 대한 투자를 촉진하는 요인으로 작용하였다.   

 

환경산업의 구조 변화 가속

 

온실가스 규제 및 그에 따른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시장의 확대는 상대적으로 정체되어 왔던 환경산업의 성장을 촉진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환경산업의 양적인 확대 못지않게 주목해야 할 점은 환경산업의 질적인 변화이다. 온실가스 규제는 기본적으로 지금까지의 환경산업 성장 패러다임을 바꾸어 놓을만한 잠재력을 지니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온실가스 규제가 몰고 올 환경산업의 변화 방향을 예측함으로써 이에 대한 대비책을 살펴보기로 하자.   

 

● 에너지 관련 부문의 급성장

 

대표적 온실가스인 이산화탄소는 화석연료 사용 과정에서 주로 발생하기 때문에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서는 화석연료 사용의 억제가 불가피하다. 결국 온실가스로 인한 환경문제는 에너지문제와 통합하여 생각하지 않을 수 없으며, 이러한 점에서 온실가스 규제가 강화될 경우 에너지 관련 환경사업이 각광을 받을 것이라는 예측이 충분히 가능하다.

 

에너지 관리, 재생가능 에너지 등 에너지 관련 부문이 세계 환경산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00년 현재 3% 미만으로, 시장규모는 140억 달러에 불과했다(영국 정부기관인 JEMU 추정). 또한 이중 85%가 미국, EU, 일본 등 선진국에 집중되어 있는 양상이다.


그러나 고유가와 함께 온실가스 감축 활동이 본격화되면서 상황은 급격하게 달라지고 있다. 풍력발전, 태양광발전, 바이오연료 등 재생가능 에너지는 2004년 이후 연평균 20∼40%의 고성장을 거듭하고 있으며, 각국의 정책적 지원과 기술 발전에 힘입어 이러한 성장세가 향후에도 계속될 전망이다.


풍력의 경우를 보자. 세계풍력협회(Global Wind Energy Council)는 풍력발전설비 시장이 급성장을 거듭해 2006년 시장규모가 전년대비 25% 성장한 230억 달러에 달하고 있으며, 누적발전용량은 74GW에 이른다고 밝혔다. 또한 2006년 이후에도 연평균 약 20%의 성장을 통해 2010년 누적발전용량이 2006년의 2배 이상인 150GW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태양광발전의 경우도 상황은 유사하다. 조사기관 별로 편차가 큰 편이나 2010년 태양광발전규모는 2005년에 비해 3∼4배 가까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IEA(International Energy Agency)는 2010년 태양광발전 시장규모가 350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물론 에너지 관련 부문 환경사업의 양호한 성장을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것은 아니다. JEMU(2002년)는 2000년에서 2010년 사이 세계 환경산업이 연평균 2.9% 성장을 하는 가운데 에너지 관련 부문은 10.7%의 고성장을 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현재와 같은 기대 이상의 성장세가 이어질 경우 에너지 관련 부문의 시장규모는 이러한 예측치를 훨씬 초과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 환경산업에서 에너지관련 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0년 10% 내외로까지 확대되어 폐기물, 수처리 분야에 이어 3대 부문으로 부상할 전망이다. 이처럼 에너지 관련 부문의 당초 예상을 뛰어넘는 고성장을 전망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이다. 

 

하나는 고유가의 지속에 따라 에너지 절약에 대한 수요가 늘고, 재생가능 에너지의 가격경쟁력이 강화될 것이라는 점이다. 둘째는 CDM사업의 활성화에 따라 에너지 관련 환경사업의 저변이 확대될 것이라는 점이다. 이미 선진국 일변도였던 에너지 관련 환경사업은 선진기업들의 적극적인 CDM사업 투자와 개도국 자체의 프로젝트 추진에 힘입어 개도국 비중이 지속적으로 늘고 있는 추세이다. 

 

● 서비스 부문의 신규 사업기회 창출

 

온실가스 규제는 다양한 신규 사업기회를 창출하고 있기도 하다. 대표적인 경우가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와 관련된 사업들이다. 아직 초창기임에도 불구하고 배출권 시장의 양호한 성장  전망에 따라 기업들의 참여가 잇따르고 있으며, 새로운 사업모델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현재 많은 기업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CDM사업을 보자. 2005년 교토의정서 발효와 함께 시작된 CDM사업은 금년 8월 현재 전세계적으로 762건이 UN에 등록되어 있으며, 이를 통해 현재 연간 1억 6천만톤(이산화탄소 환산)의 크레딧(CDM사업으로부터 발생한 온실가스 배출권)을 확보한 상태이다. 1년 전에 비하면 2배 이상 증가한 규모이다. UN에 의하면 현재 2,100건의 프로젝트가 진행 중인 것으로 보고되고 있어 이러한 크레딧은 지속적으로 증가할 전망이다. 

 

CDM사업은 프로젝트의 디자인으로부터 정부 승인, 등록, 자금조달, 검증 및 인증, 크레딧 발생 및 거래의 과정을 거치는데 각 과정에서 다양한 파생사업들이 나타나고 있다. 예를 들어 프로젝트 발굴 및 디자인 분야에서는 화학기업 등 자체적으로 프로젝트가 개발 가능한 기업들(Project Developer)은 물론 이들과 네트워크를 지닌 상사, 금융기관 등의 참여가 잇따르고 있다. 국내에서도 LG상사, 삼성물산 등이 CDM사업 참여를 선언한 상태이다. 

 

자금조달 분야에서는 개도국의 사업 지원을 위한 공적 기관들의 활동이 주를 이루었으나 최근에는 투자 목적의 민간 금융기관 참여가 활발하다. 모건스탠리, 골드만삭스, 도이치방크 등 세계적 투자은행들이 직간접적 배출권 투자에 참여하고 있으며, 이러한 경향은 타 금융기관으로까지 급속히 확대되는 추세이다. 

 

2006년 현재 배출권 펀드의 자산규모는 112억 달러로 전년도에 비해 2배 이상 급증하였으며, 특히 사모펀드의 성장이 두드러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밖에 CDM사업의 프로세스 전반에 대해 자문하거나 특정 기능을 대행해주는 컨설팅, 검증 및 인증, 배출권 거래 중개 등의 각종 서비스 분야에서 다양한 사업기회가 창출되고 있다.      

 

전통적 환경산업의 범주에 포함되지 않는 이러한 사업기회의 등장은 환경규제에 본격적인 시장기능이 도입되었음을 알리는 신호이다. 환경이라는 재화에 가격이 매겨지고, 이것이 시장에서 거래됨에 따라 향후 환경산업에 있어서 거래를 연결하는 서비스 부문의 역할은 갈수록 중요해질 전망이다. 

 

● 국가 간 주도권 확보경쟁 가열

 

지금까지 환경산업은 미국과 EU, 일본이 공동으로 시장을 주도해온 형국이었다. 그러나 EU가 온실가스 규제를 주도하고, 미국과 일본이 상대적으로 소극적인 자세를 보임에 따라 이러한 균형이 깨지고 있다.


EU의 환경산업 점유율이 확대된 반면 미국의 점유율은 하락하고 있는 것이다(주간경제 923호, 「발등의 불, 온실가스 규제」 참조). 환경기술 선진국을 자부해온 일본의 위기감도 확산되고 있다. 급성장을 거듭하고 있는 풍력발전설비 시장에서는 EU기업들에 압도당하고, 확고한 시장지배력을 유지해온 태양광 분야에서는 독일 및 중국 기업들의 공세에 밀려 점유율이 하락하고 있다. 새로운 사업기회로 부상하고 있는 환경 금융, 서비스 분야에서는 사업의 출발 자체가 지연되고 있다.

 

‘2020년까지 에너지 소비 20% 절감’, ‘2020년까지 재생가능 에너지 비중 20% 달성’, ‘2020년까지 바이오연료 비중 최소 10% 달성’ 등 여전히 확고하고도 강력한 EU의 온실가스 정책 방향을 고려할 때 최근 환경산업에서 나타나고 있는 경쟁구도 변화 움직임이 향후에도 쉽게 역전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환경산업이 새로운 유망산업으로 인식되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과 일본의 반격도 만만치는 않을 전망이다. 

 

예컨대 이산화탄소의 회수 및 저장 기술 등 차세대 환경기술에서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한 국가 간 경쟁은 이미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는 상황이다. 정부 차원의 지원을 기대할 수 없는 상황에서 기업의 독자적 경쟁력 확보 노력도 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Ecomagination’이라는 환경전략을 앞세운 GE의 환경시장 공략과 2015년을 목표로 ‘지구기업 비전’을 준비 중(금년 11월 발표 예정)인 도요타의 노력도 이러한 시도와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 궁극적으로는 환경산업의 경계 약화

 

일본의 노무라 종합연구소는 지구온난화 대책 강화의 영향으로 공공 주도의 규제대응형 환경시장이 지속적으로 축소되는 반면, 재생가능 에너지, 에너지 절약, 리사이클링 등의 사업이 상대적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지적자산창조」, 2007.2). 또한 환경과 에너지의 통합에 따라 이(異)업종 기업들의 제휴가 갈수록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이미 나타나고 있다. BP, 쉘 등의 석유메이저들이 바이오연료, 태양광 등 재생가능 에너지 분야에 진출하고 있고, 상사, 건설, 엔지니어링, 전력, 금융 등 다양한 업종의 기업들이 제휴를 통해 환경사업을 강화하고 있다.

 

그러나 온실가스 규제 강화는 장기적으로 환경과 에너지의 통합을 넘어 ‘저탄소경제’로의 이행으로 이어지게 될 것이다. 이미 선진국에서는 전 산업의 환경산업화가 진행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표적인 예가 자동차산업이다. 자동차에 대한 연비 규제가 강화되면서 하이브리드카, 연료전지자동차, 바이오연료자동차 등 친환경차의 비중이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일본의 경우 업종을 불문한 모든 기업들이 자원절약형, 에너지절약형 제품을 개발하는 것이 일상화되다시피 하고 있다. 이렇게 될 경우 환경산업이라는 경계는 갈수록 의미가 약화될 수밖에 없다. 모든 경제활동이 친환경적으로 이루어지면, 역설적으로 환경친화적이라는 구분 자체가 의미가 없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적극적 대응책 마련 필요

 

온실가스 규제는 환경산업의 성장 및 환경산업의 구조변화를 촉진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선진 각국 및 기업들이 이러한 시장 환경 변화에 주목하고, 환경산업을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육성하기 위한 노력을 전개하고 있다. 그러나 주지해야 할 사실은 온실가스 규제의 영향이 환경산업에만 한정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보다 중요한 것은 경제 전체가 저탄소경제로 서서히 이행하고 있으며, 이행할 것이라는 점이다.  

 

이러한 점에서 볼 때 정부 및 기업의 대응도 보다 장기적 안목에서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 환경산업이 유망하다고 해서 무턱대고 진출하는 것은 자칫 나무만 보고 숲은 보지 못하는 근시안적 대책이 될 수 있다. 정부는 저탄소경제로의 체계적 이행을 준비하며, 기업 차원에서는 저탄소경제 시대에 맞는 제품 및 사업구조로의 전환을 추진하는 것이 가장 적극적인 대응책이 될 것이다. 


홍정기 /  LG경제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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