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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동창회’는 무슨 일을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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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 한참 산 외국인의 말이다.

한국은 정말 ‘재미있는’ 나라라고. 그가 보기에 ‘재미있는’ 현상 중의 하나가 도처에 ‘동창회’ 모임이 많다는 것이다. 고급 호텔에서부터 동네 음식점에 이르기까지 사시사철 각종 동창회 모임이 줄지어 있다. 규모도 몇 백십 명에서 단 몇 사람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기 짝이 없다.


‘학교’ 아닌 ‘동창생’을 생각


그런데 이상한 것은 ‘학교’를 내세운 동창회 모임에는 정작 그 학교에 현재 몸담고 있는 사람은 아무도 참석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재경’(在京)이란 지시어를 머리에 단 경우는 말할 필요도 없다.

 

십중팔구 학교에서는 그런 모임이 있는지조차도 모를 것이다. 학교에 동창회 일을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사람이 아예 없기 십상이다. ‘동창회’ 사무실은 학교 안에 없다.

 

‘재미있다’(interesting)는 그 외국인의 말은 ‘이상한’ 또는 ‘비상식적인’ 뜻의 외교적 표현일 것이다. 그의 상식으로는 도저히 이해하지 못한 일은 한국인의 상식이다.

 

즉 한국인에게 동창회란 근본적으로 학교를 생각하는 모임이 아니라, 동창생을 생각하는 모임이라는 것을 그는 몰랐던 것이다. 다른 말로하면 동창회는 학교의 발전을 위해 고심하는 모임이 아니라, 동창의 친목과 발전을 도모하는 모임이다.


동창에게 ‘모교’는 어떤 존재인가? 아련한 추억의 대상이다.

흔히 ‘학창시절’의 아픔과 그리움을 함께 회상하는 매개체일 뿐이다.

 

전형적인 동창회보는 철지난 인사보고서를 연상시킨다. 누가, 언제, 무슨 자리에 올랐다는 소식의 대종을 이룬다.

 

현직(顯職)을 통해 동창의 위상을 높여다는 은근한 자랑이 깔려있다.


선거철이 되면 동창회가 더욱 성시를 이룬다. 우리 동문인 누구누구를 꼭 당선시키자는 결의를 다진다. 때때로 돈도 오고간다. 오죽했으면 선거기간 중에 ‘법’으로 동창회 모임을 금했을까? 선거가 없는 해의 동창회는 경조사 챙기는 일로 바쁘다.

 

요즘 들어 부쩍 동창 소식이 바쁘다. 우편으로 도착하는 청첩장에다 팩스, 이 메일, 휴대폰으로 급박하게 날아든다. 주로 부음이지만 다른 내용도 많다. 대체로 참석이나 금전으로 성의를 표하기를 기대하는 내용이다. 대체로 고마운 마음이지만 때때로 성가신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이름조차 가물거리는 몇십년 전의 동창 자녀의 혼사 소식을 접하는 감흥은 사람에 따라 다를 수 있다.


학교의 장래발전에 관심 가져야


어쨌든 동창회는 현재의 모교 소식을 전하는 데는 인색하다. 더더구나 학교의 장래 발전에 대해서는 아예 무관심한 듯하다. 어쩌다 ‘졸업 몇 십 주년’기념으로 모교를 찾는 졸업생은 예외 없이 감동에 잠긴다. 그리고는 금석지감(今昔之感)에 젖는다.

 

자신들의 학생시절에 비해 놀라게 달라진 교사. 엄청나게 좋아진 여건에 감탄한다. 그리고선 요즘 아이들은 행복하다고 입을 모은다. 그렇게 달라진 데 자신이 어떻게 기여했던가는 생각하지 않는다.

 

몇십년의 시차가 나라를 어떻게 바꾸어 놓았는데, 학교라고 달라지지 않을쏘냐. 정녕 학교의 장래를 걱정하는 동창이라면 옛날과 현재를 비교할 것이 아니라, 장래를 위해 이 시점에 어떤 일을 해야 할 것인가 고심해야 할 것이다. 갈 길은 먼데 점차 황폐해가는 학교의 재정을 보면서 마음이 무거운 사람이 많다.

 

글쓴이 / 안경환

· 서울대 법대 교수

· 한국 헌법학회장

· 前 서울대 법대 학장

· 저서 : <미국법의 이론적 조명>

           <그래도 희망은 버릴 수 없다>

           <반대의 자유> <양심적 병역거부>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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