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19가 다시 퍼지면서 심각한 상황을 맞이하고 있는 이때" 의사들의 파업으로 환자들의 목숨이 위협받고 있다. 도무지 국민들한테서 파업의 정당성을 인정받을 수 없다. 이런 때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에서 밝힌 성명은 큰 울림을 준다.
지금 곧바로 파업을 철회하고 국민들 곁으로 달려가기 간절히 바란다.
아래는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가 내 놓은 성명서 전문이다.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성명>
- 코로나19 위기 상황에 명분 없는 의사 파업은 중단되어야 한다 -
지난 21일부터 시작된 전공의파업이 어제 전면화되었다. 의사협회는 26일부터 총파업을 예정하고 있다.
지금은 코로나19 대유행 위기를 앞둔 심각한 상황이다. 수도권 확산을 중심으로 전국에서 환자가 발생하고 있고" 감염경로를 모르는 환자가 많으며" 이미 병상포화가 현실화되었다. 우리 사회는 지금 수많은 사람들이 살고 죽을 중대기로에 서 있다. 이 기로에서 우리 사회가 어느 길로 향할지는 정부" 시민들의 향후 선택과 행동에 좌우될 것이다. 이 상황에서 감염병의 특성상 의사를 비롯한 의료인의 역할은 특히 중요하다.
이런 시점에서도 계속되는 의사파업은 말 그대로 환자의 목숨을 직접적으로 위협하고 있다. 이미 일부 병원은 응급실 중환자를 받지 못한다고 선언했고" 위중한 환자가 예정된 수술을 받지 못했으며" 코로나19 검사를 축소하는 병원도 생겼다.
이 모든 것을 감수하고 진행한다는 의사 파업은 명분과 정당성이 없다. 3"058명에서 3"458명으로 10% 남짓 의대정원을 늘린다는 것 때문에 의사들이 이 시기에 진료거부를 선택하는 것은 시민들 눈에 납득하기 어려운 비윤리적 행위로 여겨질 수밖에 없다.
‘의사가 부족하지 않다’는 의사협회 지도부의 주장과 달리 한국의 인구 당 의사 수는 OECD 평균의 65.7%" 의대 졸업자 수는 58%에 불과하다. 의사증가율이 높다는 것은 과학적 주장이 아니다. 과거 특정 시점 한국 의사 수가 매우 적을 때 분모가 작아 높았을 뿐 현재는 감소해 OECD 평균과 유사하다. 반면 외국은 의대 정원이 크게 늘며 증가율이 유지되는 추세다.
우리는 정부 의대증원 안이 문제가 많고 잘 봐줘야 미미한 개혁안에 불과하다고 생각한다. 이는 공공의사 양성과 거리가 먼 사립의대-민간병원 중심 의사증원 안이고" 공공의과대학 정원은 너무 적은 반면" 화장품·의료기기 산업체 의사 ‘의과학자’ 양성까지 끼워 넣어진 안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의사협회는 올바른 증원 안을 제시하는 개혁적 입장의 반대를 하지 않는다. 의사협회는 의료격차를 해결하기 위한 의사증원 필요성 자체를 부인하고 공공의대 신설조차도 거부하고 있다. 따라서 이를 본 시민들이 동의하지 못하고 등 돌리는 것이 결코 이상하지 않다.
현 파업은 전공의들이 주도하고 있다. 전공의들의 열악한 노동조건 문제는 심각하다. 우리는 병원이 충분한 전문의를 고용해야 하고 정부가 병원에 이를 강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런 전공의들의 요구는 시민들이 지지할 것이다. 하지만 지금 파업의 핵심 요구는 전공의 조건 개선이 아닌 의대증원 반대다. 우리는 대다수가 분노하는 의사협회 투쟁에 전공의들이 더 이상 선봉에 서지 않기를 바란다.
한편 전공의들이 어제 코로나19 진료에는 참여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감염병 유행 시에는 코로나19 환자만 사망하는 것이 아니다. 대구경북에서 1분기 초과사망자가 900명 이상 나왔는데 상당수가 의료공백 때문으로 분석되었다. 의료붕괴가 일어나면 의료역량을 총동원해도 사람들이 생명을 잃는다. 이런 상황에서 파업을 지속하는 것은 환자 생명을 포기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의사협회 최대집 회장은 오늘 정세균 총리를 만날 예정으로 알려졌다. 우리는 물론 대화를 통해서 파업이 멈춰지길 바란다. 하지만 보건의료 정책은 결코 의사들의 전유물이 아니다. 의대증원 정책에는 반드시 핵심 당사자인 시민의 목소리가 반영되어야 한다. 정부는 코로나19 위기를 극복한 후 시민사회와 제대로 된 증원 안을 논의해야 한다.
의사들은 얼마 전까지 코로나19 헌신으로 많은 시민들의 감사와 존경을 받았지만 최대집 집행부의 잘못된 투쟁으로 차가운 분노의 대상이 되었다. 의사협회 집행부는 지금 즉시 명분 없는 단체집단행동을 중단하고 물러나야 한다. 늘 아픈 이들 곁에 설 때만이 우리는 의사와 환자 모두를 위한 의료 환경도 만들 수 있다.
의사들의 권리와 권한은 신이 내려준 것이 아니다. 책임과 의무를 다할 것을 조건으로 사회와 시민이 준 권한이다. 감염병 대유행 시기에 환자의 생명마저 위협하며 벌이는 집단 행동을 시민들이 계속 용인하지만은 않을 것이다. 하루라도 빨리 의협은 집단행동을 철회하고 코로나19 방역과 치료에 매진해야 한다.
2020. 8. 24.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