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민족에게 말과 글은 그 민족의 역사고 정신이며 문화여서 말과 글을 빼앗기면 민족혼을 빼앗기는 것과 같은데" 우리에게는 일본제국주의에 나라를 빼앗겨 통째로 민족혼을 넘겼던 뼈저린 역사가 있다. 일제가 뿌리고 심어놓은 일본말은 해방 된지 76년이 지난 오늘까지도 우리 사회 곳곳에 남아 여전히 우리 말글살이를 위협하고 있다.
현대에 들어서는 미국말까지 쏟아져 들어와 우리말과 글이 상처투성이가 됐으니 우리 혼과 정신도 문화도 엉망이 될밖에 없다. 더군다나 2천년 가까이 신주 모시듯 해왔던 중국말글인 한자어까지 더해졌으니 우리말과 글이 어찌 성할까.
우리가 우리말을 천대하며 한 쪽에 처박아두고 남의 나라말을 흉내 내고 떠 받드는데 무슨 일인들 또 제대로 되겠는가. 이렇게 되면 우리가 아닌 다른 나라 사람이 되는 것과 같다.
요즘 들어 관공서에서 부쩍 외국어를 많이 쓴다. 관공서라면 어디보다도 앞장서서 우리말글을 지키고 가꿔야 하는데" 고성군 행정이나 교육계에서 외국어를 많이 써대니 참 문제다. 관공서는 우리 한글을 널리 알리고 잘 다듬어 써야하는 의무와 책임을 가졌다. 우리글을 다듬어 쓰기는커녕 일부러 외국어를 찾아내 쓰려는 태도는 내가 나를 부정하겠다는 것과 같다.
굳이 외국말을 쓰지 않아도 되는 것들은 우리말로 바꿔야 할 책임과 의무가 공공기관에 있는 것이다. 공공기관은 국민들을 위해 복무하기 때문이다. 그들만이 아는 말글로 소수만이 아는 말글로 국민을 상대해서는 안 된다.
만약 중앙부처에서 당초에 외국어로 만들어서 내려오는 용어가 있다면 지방 기관에서 고치면 된다.
‘인프라" 서포터즈" 비전" 릴레이" 챌린지" 캠페인" 패러다임" 네트워크" 세미나" 워크숍’
위와 같은 외국어들이 최근 고성군청과 교육지원청에서 가장 많이 나온 외국어들이다. 인프라는 기반시설로 서포터즈는 후원자로 비전은 전망으로 릴레이는 이어가기" 챌린지는 도전" 캠페인은 운동" 패러다임은 틀이나 체계로" 네트워크는 연결망" 세미나는 연수회" 워크숍은 연구회나 연수토론회 정도로 해도 되겠다. 새마을 운동이라고 했지 새마을 캠페인이라고 하지 않았던 점을 떠올리면 되겠다. 심지어 “백두현 군수 "저출산 극복 범국민 포(4)함 릴레이 챌린지 캠페인 동참"” 이런 기사를 제목으로 보도한 매체도 수두룩하다. 이런 제목을 보고도 얼굴이 화끈거리지 않는다면 당신은 혼이 반쯤 나갔다고 보면 된다. 정상으로 쓴다면 ‘백두현 군수 저출산 극복 운동 동참’이라고 나타내야 마땅하다.
그래서 아래와 같은 기사 제목은 누가 봐도 온 고성군민을 상대로 하는 보도가 아니라 제목을 이해할 만한 사람들만 알아서들 보라는 태도와 다름없어 보인다.
고성형 여성리더 키움사업 ‘고성 쉬어로즈’" 수요 아카데미 ‘수·다’ 개최
말이 있고서야 글이 있다. 말을 하면 알아들어야 하고" 그를 글로 남겼을 때 말을 듣듯 알아들을 수 있어야 한다. 말과 글을 달리 써야 할 이유가 없다. 언문일치라고 하지 않던가. 말과 글이 같은 삶을 사는 것이 지극히 정상이다.
누가 들어도 알만한 우리말을 두고 십 수 년 동안 공부해도 잘 모를 외국어를 버젓이 공공기관에서 즐겨 쓴다는 것이 말이 안 된다. 널리 알리려고 보도 자료를 내고 퍼뜨리면서 왜 알 사람만 알면 된다는 식으로 남의 나라 말로 쓰려고 하는지 말이다. 왜 내 것을" 왜 우리말을 천대하고 남의 나라 말을 우대하는가.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관공서는 우리말을 지키고 가꿔 널리 써야 할 책임과 의무가 있다.
오늘 비록 우리말글이 만신창이가 돼 있지만 우리말글을 지키고 가꿔야 한다는 양심 있는 사람들의 노력으로 우리말글이 버텨오고 있으니 고맙기 그지없다. 우리말글을 지키고 가꾸는 일은 우리 민족의 혼을 지키고 가꾸는 일이다. 우리가 우리말글을 지키고 가꾸는데 조금도 소홀히 하지 말아야 할 이유가 거기 있다. 고성군 관공서가 우리말글 지키고 살리기에 한층 더 나서주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