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청을 비롯한 공공기관이 좀 더 바르고 쉽고 편한 우리말을 써야 하는데 날이 갈수록 점점 더 ‘누가누가 더 어렵고 까다로운 말을 쓰는가’" ‘누가누가 더 우리말 말고 외국어를 더 잘 쓰는가’에 목을 매는 것 같아서 참 딱하다.
남산공원에 자주 오르는 사람들은 올 봄부터 공원화장실 앞 삼거리에서 그네가 달려 있는 곳까지 철제 구조물을 설치해나가는 것을 봤을 것이다. 물론 그쪽 구간은 ‘무장애 나눔길’을 만드느라 오가지도 못하도록 막아 두었다.
그런데 여기서 우리가 한 번 생각해볼 게 있다. ‘무장애 나눔길’ 이거 도대체 무슨 말일까? 아마 어떤 길을 하나 새로 내는 모양이다. 그런데 어떤 길을 내기에 이렇게 뜻이 분명하지 않은 이름을 걸고 길을 낼까?
무장애라 함은 장애가 없는" 쉬운 경상도말로 ‘걸거치는 게 없는’ 뜻일 터다. 길을 새로 내는데 걸거치는 게 있도록 길을 낸다면 그건 올바른 처사가 아니다. 마땅히 걸거치는 게 없는" 장애가 없는 길을 내야 제대로 길을 내는 것이다. 그런데 길을 내면서 더러 장애가 있도록" 말하자면 걸거치는 게 있도록 길을 내는 경우가 있나? 말도 안 된다!
‘나눔길’은 또 어떤가. 이거 참 희한한 길이다. 어떤 곳에다 길을 내면 그냥 길이 하나 생기는 걸로서 끝이다. 그런데 ‘나눔길’이란다. 틀림없이 ‘나눔’이라는 명사형(동명사)에다 ‘길’이라는 명사를 붙여서 길은 길인데 나누는 길 쯤 되겠다.
세상에 어떤 놈의 길을 새로 닦았기에 길을 여기 저기 나눠 준다는 말인가. 아무리 생각해봐도 전혀 이해가 안 되는 길이다. 7개 쯤 길을 새로 내 놓고 5살 아래가 걷는 길" 또 하나는 12살까지 걷는 길" 또 다른 길은 22살까지 걷는 길" 앞을 못 보는 이들이 걷는 길" 남자만 걷는 길" 휠체어 길" 70세 이상 길 뭐 이런 식으로 길을 나눠주면 되기는 되겠다.
이 모든 걸 종합해보면 남녀노소 장애인 할 것 없이 모두가 다닐 수 있는 길을 새로 하나 만든다는 사실을 알리고 싶은 것 같은데" 굳이 길 이름을 지을 필요 있나? 「편한 길을 하나 새로 내면서 불편을 끼쳐 죄송합니다. 얼른 마치겠습니다」고 알리면 그만이다.
그런데 이놈의 길을 내는 과정이 참 무섭고 괴물 같아 보인다. 불과 100미터 남짓 되는 산책길을 새로 내는데 들어가는 철 구조물을 보니 정말이지 마음이 너무 불편하다. 누가 봐도 지금 그대로의 길이 적당한 산책길로서 불평 없이 오르내리던 길이었는데" 얼마나 장애가 많았다고 여겼으면 지금 그 상태를 장애로 보고 무장애로 만든다고 할까? 오히려 그런 철 구조물이 산에 박히고 나면 그야말로 우리 남산이 제대로 장애를 느끼지는 않을까 모를 일이다.
지금 남산에 나 있는 몇 갈래 길들을 장애가 있는 길로 여기고 무장애로 만들겠다면 우리 남산은 온 산허리에 철심을 두르고 있어야 할 것이다.
‘누구나 편한 새 길을 냅니다’ 하면 금방 알아 볼 것을 ‘무장애 나눔길’이라는 어려운 한자어를 섞어서 사람을 현혹시키는 것은 마치 ‘길 내지 않아도 무방한데 쓸데없이 길을 내고 있다’는 생각을 들게 할 뿐이다.
* 무장애 나눔길은 산림청 공무원 가운데 누군가가 지어낸 말로 보이는데" 전국에 비슷한 길을 만들면서 이런 말을 붙여 놓았다. 설령 그 얼빠진 산림청 공무원이 ‘무장애 나눔길’을 썼다고 해서 죽자고 그 말을 되풀이해 쓸 필요는 없다. 이렇게 길 이름을 붙일 필요가 아예 없다는 것이다. 그냥 길을 내면 그뿐이다. 이 길을 내 놓고는 또 틀림없이 길 시작 입구에 ‘무장애 나눔길’이라고 팻말을 꽂아 둘 게 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