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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영시의회는 예술인 자존심을 뭉갰다
예총,문화예술행사 전면 보이콧 배수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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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의 대표인 시의원의 발언에 대한 권한과 책임은 어디까지 입니까?”

 

6일 통영예술총연맹(회장 정해룡)은 의원간담회 석상에서 담당과장이 직접 업무보고를 하지 않고 민간인이 설명하도록 했다며 공무원을 질책하는 발언으로 물의를 빚고 있는 가운데 예총 산하 7개 지부장들이 시의장을 방문하여 항의서한을 전달하고 공식적인 사과를 요구했다.


지난 27일 의원간담회 자리에서 조종태의원은 담당 과장에게“당신 말이야∼”, “지난번에도 절차를 무시하더니∼ 마인드가 도대체 뭐요”라고 하면서 6∼7분간 담당과장을 질타했다. 


이 일은 내년에 계획하고 있는 청마 100주년 기념사업을 보고하면서, 최근 불거지고 있는 청마 유치환의 친일논란과 관련, 토론회 개최 등에 대한 보고를 듣자는 의도였으나, 담당과장이 아니라 예총 관계자가 설명을 하다보니 벌어진 일이다.


예총관계자에 따르면, 간담회 참석전에 의장에게 통보하고 상의한 후에 참석해 설명을 직접 했다. 의장이 알고 있는데 시의원 전원에게 통보해야 하느냐? 우리가 왜 이런 대접을 받아야 하느냐며 격분했다.


문화예술과 관계자는“친일 논란에 대한 설명은 공무원보다는 그 내용을 잘 아는 예총 관계자가 하는 것이 낫다고 생각돼 이뤄진 것”이라며 “예총관계자가 설명에 관한 것은 기획계를 통해 의장에게도 보고가 됐고 시의장과 협의도 끝난 상황이어서 문제가 없을 것으로 생각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당사자인 조종태 의원은“집행부가 추진하는 일을 보고하는 간담회에 민간단체대표로 하여금 중립을 지켜야 할 의회에 한쪽의 일방적인 설명을 듣게 하는 것 자체가 잘못된 일이라고 생각했다”며,“집행부가 소극적으로 업무를 추진하는 것을 보고 이를 지적하는 과정에서 화가 나서 발언수위가 좀 높았던 것 같다”고 해명했다. 


한편,익명의 한 공무원은 조의원의 담당과장 질책행위에 대해 “본청의 과장이 시의원의 부하 직원인가? 아니 부하직원이라도 요즈음 그렇게 하는 상사 없다. 공무원은 시의원의 하수인이 아니다. 모과장에 대한 모독은 곧 통영시 전체 공무원에 대한 모독과도 같다. 당장 공무원 노조는 대위원대회를 소집하여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즉각 조치하여야 한다”고 격분했다.

 

▲ 정해룡 회장과 김용우 의장

<항의서한 전문>

조종태의원의 발언에 대한 우리의 입장


 1. 통영시의회 의장님을 비롯한 의원님들의 건승을 기원합니다.


 2. 지난 11월27일 11:50경 통영시의회 간담회장에 통영예술인연합회회장이 참석, 최근 우리시가 낳은 위대한 시인 청마를 친일문인으로 매도하는 시민연대 측의 주장에 대해 올바른 이해를 공유함으로써 의정활동에 도움을 드리고자 의회 의장의 사전 승인을 받아 ‘청마 유치환 선생 친일의혹 문제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라는 제목으로 설명한 바 있습니다.


 3. 조종태의원이 통영신문에서(12월 3일) 언급한 것처럼 예총회장이 그 자리에 예고 없이 나타난 것이 아니라, 사전에 의회의장님을 방문하여 전후사정을 말씀드리고 설명할 시간까지 승낙 받은 것이었습니다.

 

설사 의원이 그러한 사실을 몰랐다할지라도 의원이라면 의당 공식 간담회가 절차 없이 급조될 수 없다는 것은 상식인데도 설명 도중 발언권도 얻지 않고 예총회장이 이 자리에 왜 왔느냐는 투로 “사설은 빼고 간단히 설명하시오”라는 등 행패에 가까운 막가파식 고함을 내질렀는가 하면, 관련공무원을 나오라 하더니 하인 다루듯 인격 모독성 호통을 치기도 했습니다.

 

 통영시의회가 이처럼 권위 있는 곳이었다는 것을 모르고 참석해 졸지에 수모를 당한 예총회장이야 공인으로서 분노를 삭일 수밖에 없었지만, 이 어처구니없는 소식을 접한 우리 예총 전 회원들은 예총을 대표해 간담회에 참석하신 회장님에게 시의원이 이런 모욕을 준다는 것은 우리 예총 전체를 얕잡아 본 상식 밖의 행패라는 결론을 내리고, 열악한 여건 속에서도 향토의 선배 예술인들이 이루어 놓은 업적을 기리며 예맥을 이어가고자 각고의 노력을 하고 있는 우리에게 쉽게 아물 수 없는 상처를 준 조종태 의원을 강력히 규탄하면서, 7개 지부장단 회의를 통해 정리한 우리의 입장을 다음과 같이 밝힙니다.

 

가) 사전 의회의 승낙을 받고 관계공무원과 함께 입장하여 의정활동에 도움이 되고자 설명하고 이해를 촉구하는 것은 권장할 일이면 일이었지 어디 혹독하게 질책할 일입니까?


나) 우리시는 100년에 한 명 나올까 말까한 위대한 문인과 화가, 극작가 등이 태어난 예향으로 어느 고장보다도 축복받은 땅입니다. 이러한 인물들을 기리는 사업을 펼치는 것은 비단 예술인들만의 몫이 아니라 시의회 의원들의 당연한 의무이기도 합니다.

 

 대표적 친일문학가인 미당 서정주의 고향 고창군에서는 미당을 기리는 각종 사업(문학관 건립, 생가복원, 문학관 운영, 국화축제 등)에 필요한 예산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친일소설가 채만식의 군산시에서도 문학관을 건립하여 운영비를 지원하고 있고, 조선총독부 언론 검열국 검열관을 지낸 ‘메밀꽃 필 무렵’을 쓴 이효석의 고향 평창군에서도 문학관건립, 생가복원, 효석문화제 등에 국.도비 등 필요한 경비를 지원하고 있으며, 친일혐의가 있는 김달진도 진해시에서 매년 ‘김달진문학제’에 막대한 예산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또한 박경리 선생님의 이름 하나로 원주는 군사도시 이미지를 완전히 탈피하였고, 허구일 수밖에 없는 소설 ‘토지’ 속에 나오는 최참판댁 하나로 하동은 수많은 관광객을 불러 모으고 있습니다.

 

 인근 거제시에는 삭막한 조선도시 이미지를 탈피하기 위하여 청마를 거제출신화 하려고 얼마나 애를 쓰는지 잘 알고 있지 않습니까? 출생지 문제로 소송을 해서 대법원에서 패소했음에도 불구하고 청마생가 표지판을 도처에 세워놓고 있기에 우리 예총에서 철거해 달라고 수차례 공문을 보냈으나 한사코 철거하지 못하겠답니다.

 

 그뿐만 아니고 30억 원의 예산까지 들여 내년 3월에는 청마기념관을 준공하며, 올해는 청마자서전 발행에 1000만 원의 시비를 보조해 주었습니다.

 

 특히 국비를 지원받아 친일문학가를 규정하는 민족문제연구소가 2005년 8월에 밝힌 ‘친일인사 3090명 명단’에도 청마는 포함되지 않았습니다.

 

 청마를 억지로 친일명단에 끼워 넣으려고 지극히 일부 좌파성향의 그것도 마산 창원의 환경 노동 엔지오들이 주류를 이루어 원정 온 ‘시민연대’ 측의 주장에 대해 예향 통영시민을 대표한 의원들이 오히려 그들을 향해 “ 우리시가 낳은 위대한 시인을 왜 친일문인으로 못 만들어서 그렇게 안달을 하느냐.”고 탕탕 나무라야 마땅합니다.

 

 13만 통영시민 중에 청마를 친일이라 주장하는 부류는 열손가락도 안됩니다. 조종태 의원은 그들의 입장에 동조합니까? 아니면 우리 고장이 낳은 위대한 시인 청마를 우리가 기려야 한다는 침묵하는 대다수 통영시민의 입장을 대변하시렵니까?

 

다) 한때 통영이 낳은 현대 음악의 거장 윤이상을 간첩으로 몰아 옥살이 시키고 추방까지 했으나 지금에 이르러 아무도 윤이상을 가리켜 빨갱이라 하지 않듯이 문화예술인은 그들이 창조한 뛰어난 예술작품이 있었기에 그 업적을 기리는 것입니다. 하물며 청마는 우리나라 문단에서조차 친일과는 거리가 멀다고 이미 결론을 내렸으며, 청마가 창작한 훌륭한 시가 있었기에 청마를 기리는 것이지 청마 그 자체를 기리는 것은 결코 아닙니다.


라) 청마탄생 100주년 기념행사와 신극100주년 기념행사를 비롯하여 각종 문화예술행사는 지방자치단체의 고유 임무입니다. 전문 인력이 부족한 통영시가 이의 효율적 추진을 위하여 예산을 확보한 후 문화예술단체에 위임하는 것뿐입니다.

 

 우리가 특정 의원에게 이처럼 갖은 수모를 당하며 이런 일을 왜 해야 합니까? 우리는 비록 가난하지만 예향 통영에서 창작활동을 한다는 자긍심 하나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계속해서 문화예술단체와 문화예술인들을 모독하고 비하한다면 모든 문화예술행사를 전면 보이콧하는 것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21세기는 문화의 시대입니다. 문화적 능력이 없는 것이 경제적 능력이 없는 것 이상으로 무능력자가 되는 시대가 오고 있습니다.

 

 돈은 일확천금으로 벌 수 있어도 문화는 하루아침에 얻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각국은 군사적 무장해제를 하면서 문화적 무장을 할 때입니다. 문화에 무식한 행정이 문화에 보복당하는 때가 오고 말 것입니다.

 문화가 밥 먹여 주는 시대에 살면서 우리 스스로 그 더운 밥그릇을 차는 우를 범하지 말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조종태 의원은 300여 문화예술 가족들에게 공식적으로 정중히 사과하고 다시는 이런 사태가 발생하지 않도록 유념할 것을 거듭 촉구 하는 바입니다.


                              2007년 12월 6일


한국예총통영지부/통영문인협회/통영사진작가협회/통영미술협회/통영연예협회/통영음악협회/통영무용협회/통영연극협회/청마를 지키는 사람들

 

▲ 항의서한을 읽고 있는 김용우 의장

 

 

                                    통영 김청규 기자(kcally@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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