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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물 이름에 ‘센터’ 안 쓰면 안 되나
기사입력 : 2023-04-14 오후 09:05:37

 

언제부터인지 몰라도 건물을 이를 때 미국말 센터를 써대기 시작하더니 오늘날에는 어디 건물만 들어섰다 하면 무슨무슨 센터로 이른다. 알고 보면 이놈의 센터(center)도 미국이나 영국에서 건물을 나타낼 때 쓰기보다 어떤 사물이나 상황에 대한 중심을 나타내는데 주로 쓰인다. 물론 특정한 목적을 갖고 지은 건물에 센터를 붙이기도 한다. 그런데 이런 외국어를 가져다 우리나라 건물 이름에 붙여 쓰는 짓을 공공기관에서 더 앞장서서 해대니 이게 문제다.

 

세계 어떤 선진 국가가 자기 나라 말과 글을 두고 남의 나라 말을 가져다 공공건물 이름 지을 때 쓰는 나라가 있는가 말이다. 주체성이 없어도 유분수다! 여러 차례 이야기했지만 온 세계가 한국문화를 알고 싶어서 한국말을 배우겠다고 아우성인데 우리는 왜 우리 스스로가 우리 말글을 천대하고 남의 나라 말을 섬기려하는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 아주 심각한 미국 사대주의 아닌가.

 

잘 알다시피 우리는 그동안 집이나 건물을 이를 때 무슨 무슨 이나 ’ ‘으로 일렀다. 농촌지도소" 마을회관" 읍사무소" 자동차정비소" 복지원" 박물관" 기념관처럼 별 어려움 없이 소" " 원을 써왔다. 물론 이라는 순 우리말이 있지만 이제 집은 보통사람들이 사는 건물을 이를 때만 써버리는 보통명사가 돼 버렸다. " " 원이 " " 이라는 한자어이지만 워낙 오래도록" 천 년 이상을 써 왔기에 우리말처럼 돼 버려서 이런 표현이 어렵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농촌지도소는 농촌기술센터가 되고" 읍사무소는 행적복지센터가 되고" 통합관제소는 통합관제센터로" 동사무소는 주민자치센터가 됐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청소년관이나 청소년회관이 맞는데 청소년센터가 됐다. 자재창이나 자재창고는 자재센터라 이르고" 체육관은 스포츠센터가 됐다. 운동장에 다른 경기장 하나만 더 있다 싶으면 사정없이 스포츠파크라 이른다.

 

제정구 선생이 살아 있다면 자신이 어려운 사람들과 나누었던 공동체 정신을 망가뜨리는 제정구 커뮤니티센터를 얼마나 크게 나무랐을까. 마땅히 제정구 공동체 회관이나 제정구 공동체관’ ‘제정구 공동체건물로 일러야 했다.

 

세계화가 어떻고" 지구촌이 어떻고 하면서 그 까짓 외국어 좀 쓰면 어떤가하고 말하겠지만 일제 강점기를 경험해보지 않았나. 그 일제 찌꺼기가 우리 생활 곳곳에 스며들어 아직도 쓸어내지 못하고 있는데 미국말까지 우리 말글에 섞여 참다운 언어생활이 어려워졌지 않나.

 

남의 나라말 쓰기를 예사로 하는 사람들" 정녕 지구촌이 하나 된 거 같은가. 세상을 잘 들여다보라. 정말 지구촌 사람들이 너희나라 우리나라 따지지 않고 막 섞여 한 식구처럼 살 수 있는지. 아무리 정보통신과 운송수단이 크게 발전돼 단 하루 만에 이 나라 저 나라를 오갈 수 있을지 몰라도 민족과 민족" 나라와 나라 사이 갈등은 더 깊어지고" ‘우리를 지키려는 마음은 더 깊어만 가게 마련이다. ‘우리를 지키는데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그 민족의 말과 글이다. 민족 정체성을 나타내는데 그 민족이 쓰는 말과 글 이상 뭐가 필요할까. 제발 공공기관이 먼저 나서서 우리 말글을 지키자!

 

보건소는 또 얼마 가지 않아 헬스센터로 바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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