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고성읍사무소(오늘에는 고성읍보건지소로 쓰이는 곳) 옆을 걷다가 ‘커뮤니티 큐어센터’ 공사가 끝날 때까지 주차하지 말라는 표지판을 보았다.
그 글씨를 보고 크게 놀랐다. 도대체 이런 글귀는 누가 지어내는 걸까? 공무원들은 영어와 한자어 말고 우리말로는 무얼 제대로 나타낼 수 없는 그런 지경에 있는 사람들만 있는 걸까? 왜 이토록 외국어(영어)와 한자어를 좋아할까?
그런데 ‘커뮤니티 큐어센터’란 글귀는 누구에게 무얼 알리려고 이렇게 크게 써 붙여 길에다 세워 뒀을까? 이 글귀를 보는 순간 재빨리 ‘COMMUNITY CURE CENTER’로 바꿔 읽고 생각하는" 영어에 뛰어난 이들만 보라고 써 붙인 걸까" 아니면 한글을 잘 읽어내고 재빨리 영어로 바꿔서 생각할 수 있는 외국인들 보라고 써 붙인 걸까? 아니면 별것 아닌데 영어인 것처럼 써 놓으면 있어 보일 것 같아서 이렇게 했을까. 이것도 저것도 아니면 얼이 빠져서 ‘되는대로 살란다’ 하고 아무 생각 없이 써 붙여 놓은 걸까?
이거 넷 가운데 하나 임에 틀림없다. 그렇다면 큰일 아닌가. 공공기관이 이렇게 우리 말글 체계를 흐트려 놓고 엉망으로 써대는데 무엇인들 제대로 되겠는가. 참으로 한심하다!
그나저나 도대체 ‘커뮤니티 큐어센터 COMMUNITY CURE CENTER’는 무얼 하는 곳일까? 이제는 ‘센터’가 집이나 건물인 줄 아는 세상이 돼 버렸으니 아무래도 어떤 건물이나 집이 들어설 모양이다. ‘커뮤니티’는 지역공동체나 사회를 나타내는 뜻이라 치고" ‘큐어’는 치료한다" 치유한다" 회복하다" 병을 고치다는 뜻이 있으니 추론해보면 ‘동네사람들 치료하는 곳’쯤 되겠다. 그렇다면 ‘마을병원’인가? 더 이상도 이하도 아니지 않나.
정확하게 무얼 하는 곳인지 알 수 없지만 건물 하나 지어놓고 이름하나 제대로 붙이지 못하는데 무슨 일이든 제대로 하랴. 왜 걸핏하면 영어 아니면 한자어로 자꾸 이름 지으려고 하는가. 뭔가를 자랑하고 널리 알리고 싶으면 모두가 한 번 보고 한 번 들으면 알 수 있는 우리말로 해야지 왜 무슨 암호처럼 자기네들만 아는 외국어와 한자어부터 쓸 생각을 하는가 말이다. 영어 없었으면 어떻게 살려고 이럴까들 정말.
늘 주장하지만 공공기관은 우리 말과 글을 잘 다듬어 널리 써야 할 책무를 지녔다. 바로 국어기본법을 잘 지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