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성에서 30년을 넘게 살았지만 고성군을 대표하는 음식이 비빔우동과 팥물도넛인줄은 몰랐다.
경남 고성군이라고 하면 누가 뭐래도 농축수산물을 자랑하는 도시인데" 비빔우동과 팥물 도넛이 대표 음식이라니 너무나도 터무니없다. 비빔우동에서 우동은 두 말할 것도 없이 일본 음식 우동이 먼저이고" 우리나라 들어와서 우동을 비벼먹기 시작했는지 모르지만 주가 되는 식재료도 밀가루이고 보면 우수한 고성군 농산물과 좀 거리가 있어 보인다. 물론 옛날에는 고성에서 밀도 많이 길렀겠지만 우리밀로 우동을 만든다는 소리는 들어보지 못했다. 팥물 도넛도 밀가루가 주된 식재료고 팥물에 고성산 팥이 좀 들어가기는 하겠지만 팥 또한 우수한 고성군 여러 농산물과 좀 거리가 있다.
예전부터 고성에서 먹어오던 고성음식이라는데" 도무지 수긍할 수가 없다. 아무튼 옛 맛을 찾아내 비빔우동과 팥물 도넛을 그리는 군민에게 향수를 달래주고" 고성을 찾는 관광객에게는 색다른 고성 맛을 보여주는 음식으로 관광상품화 하고 지역경제도 활성화 시키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모양이다.
그런데 고성군민에게 향수를 달래준다는 데서 좀 이상하다. 향수는 고향을 그리워하고 시름하는 마음을 이르는 것인데" 고성군민 가운데 고향이 고성군이 아닌 사람들 향수를 달래준다는 것인지" 향수가 그냥 좋은 말 같아서 쓰는 것인지" 뭐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
한술 더 떠서 이런 일들을 벌여나가는 고성군 관계공무원은 "고성에 오면 먹을 게 없다는 말들을 많이 하는데" 비빔우동과 팥물 도넛이라는 대표 음식을 상품화해서 그토록 바라던 대표음식 문제를 해결하고 이를 정착시켜 고성을 찾는 관광객들이 고성 맛을 느끼고 또 고성군을 찾아 오도록 하겠다"고 말하고 있으니" 과연 비빔우동과 팥물 도넛이 이토록 대단한 음식이었던가. 수 십 년을 고성음식 고성대표음식 부르짖고도 자신 있게 내놓지 못하더니 이제 서야 대단한 "비빔우동과 팥물 도넛"을 찾아내고야 말았다.
그런데" 자꾸만 한심하다는 생각이 드는데 왜 인지 모르겠다.
아무쪼록 한 번 먹었다하면 평생 잊지 못하는 비빔우동과 팥물 도넛으로 만들어 이 유명음식을 먹으러 기다리는 사람들 줄이 매일 매일 끝없이 이어지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