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영출신의 시인 청마 유치환(1908~1967)의 기념사업을 둘러싸고 그의 친일 여부에 대한 논란을 벌여온 단체들이 친일 논란을 규명하기 위해 29일 오후 경상대 해양과학대 강당에서 학술토론회를 열고 치열한 논쟁을 벌였다.
이날 토론회는 이상옥 창신대 교수의 사회로 열렸다. 유치환은 친일이 아니라고 주장하는 청마기념사업을 추진 중인 통영예총 측에서는 김열규 서강대 명예교수와 복거일 소설가 및 문학평론가, 홍정선 인하대교수가 토론자로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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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유치환은 친일이라고 하는 경남시민연대 측에서는 김재용 원광대교수와 박태일 경남대교수, 박한용 민족문제연구소실장이 참석해 활발한 토론을 벌였다.
청마탄생 100주년 기념사업을 두고 통영예총과 경남시민연대가 수년째 논쟁을 벌여온 끝에 마련된 이날 토론회는 휴일에도 불구 400여명의 시민이 참석해 학술토론회에 대한 관심을 반영했다.
이날 토론회는 토론자들이 먼저 각 15분씩의 시간을 배정 받아 기조 발언을 하고 이어 반대 토론을 진행하고 끝으로 방청석의 질문을 받는 방식으로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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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태일 경남대교수 |
또 “시 ‘전야’ ‘북두성’ ‘수’에 대해 분석해서 발표했고, ‘대동아 전쟁과 문필가의 각오’(만선일보 게재)라는 수필에 대해 지적했다”고 밝혔다.
박교수는 일부에서 ‘사실 조작설’을 제기하고 있는 것에 대해, “만선일보는 마이크로필름으로 연세대 도서관과 일본 와세다대학에 있다”면서 “사실조작설을 제기한 통영예총회장은 명예훼손죄가 성립될 수 있다”며 강력히 반발했다.
결론적으로 "청마가 만선일보에 쓴 `대동아전쟁과 문필가의 각오`, 시작품인 `수`, `전야`, `북두성` 등 만주시절 북방시들은 대동아공영의 이상을 담고 있는 친일작품"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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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정선 인하대교수 |
이어 발표에 나선 홍정선 인하대 교수는 "`북두성`과 `전야` 등의 시에 대해서는 다양한 해석이 존재하는데도 막연한 억측으로 그를 친일로 몰고 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시에 나오는 ‘비적’은 혹시 망명한 항일 독립군일지도 모른다고 하는 해석도 있으나 말 그대로 ‘비적’이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밝히며 “유치환이 거주하던 지역에는 독립군이 없었다는 사실과 비적들이 자주 출몰했다는 사실이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홍 교수는 이태준,안수길과 비교할 때 친일에 대해 이중적인 기준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설명하며 “청마를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친일문인으로 규정하는 것은 사소한 흠을 문제 삼아 우리가 기억해야 할 더 훌륭한 많은 것들을 보지 못하게 만들며 다른 문인들과의 형평성에 도 문제가 많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논란이 되고 있는 청마의 만주제국협화회 근무에 대해서는 “일어와 한문에 능통한 그가 자연스럽게 거주지역의 조선인을 대표해 역할을 맡게 됐을 것"이라며 적극 옹호했다.
특히 ‘차장에서’란 시에 나오는 유치환을 예를 들며 정미소 일을 하느라 바쁜 모습을 담고 있는 ‘기름때 절인 유치환’이라는 구절과 ‘모처럼 타보는 기차’라는 대목은 연수현의 협화회간부로 하얼빈을 자주 들락거리며 만주국의 봉급을 받았다는 박태일교수의 주장과는 잘 맞아 떨어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유치환이 친일이라고 주장하는 김재용 원광대 교수는 본인도 통영출신임을 밝히며 어릴 때 유치환의 시를 보면서 시를 배웠으나 유치환의 친일성을 알게 되면서 충격에서 벗어나기 힘들었다고 고백했다.
▲ 김재용 원광대교수
김교수는 “많은 분들이 일제 말기 문학을 깊이 연구하지 못해 일제 문학에 대해 너무나 모르고 있다는 무지함이 있다”며 어쩔 수 없이 협력했다고 하는데, 연구해 보면 강요에 의해 쓴 사람은 정지용이나 이용악 등 이런 사람들로 대개 한 편 정도 쓰고 말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유치환은 태평양 전쟁 직후부터 계속해서 학병 지원을 촉구한 `전야`와 대동아공영권 수립을 축하하는 내용의 `북두성`을 썼고 협화회에 근무했다는 것은 분명 친일협력을 했다고 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김열규 교수는 “시 읽기의 원론에 비추어 본 청마 문학 논의의 현황”이란 제목의 발제문을 발표했다. 그는 “청마를 전문적으로 연구한 적은 없고 상처받는 청마에게 붕대라고 감는 심정으로 이 자리에 나왔다”고 말했다.
▲ 김열규 서강대 명예교수
김교수는 자기 자신이 일제시대에 했던 행동들을 예로 들며 유치환에 대해 “흠될 일이 전혀 없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가령 자주 인용되곤 하는 ‘만선일보’의 그 짧은 글귀는 아주 없었던 것이 백번 좋았을 것”이라며 “하지만 그건 그 당시 일종의 규격화된 ‘관용어’의 하나다. 온 겨레가 쓰디쓰게 입에 올려야 하는 ‘상투어’였던 것”이라고 말하며 청마를 두둔했다.
이어 토론자로 나선 박한용 민족문제연구소 실장은 "특정인물에 대한 기념사업은 당대사업이 아니라 후대를 위한 교육사업"이라며 "친일행적의 논란이 되고 있는 인물에 대한 기념사업은 신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 박한용 민족문제연구소실장
그는 또 “공익성을 지닌 국가와 지자체는 국민의 세금으로 무원칙하게 기념사업을 남발하게 되면 사후 문제를 더욱 크게 조장할 우려가 있다”고 주장했다.
마지막 토론자로 나선 소설가 복거일 씨는 "친일행위는 일본의 통치에 불법. 자발적으로 가담했고 조선민족의 이익을 해치는 행위로 규정할 수 있다"며 유치환 개인 보다는 친일파 전체적으로 볼 때 “당사자들이 모두 죽었고, 기록들과 증거들이 많이 없어졌고, 증언들도 실질적으로 얻기 어려운 지금, 친일파를 가려낸다는 문제는 아주 어렵고 복잡한 문제라는 사실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 데서 나온다”고 말했다.
▲ 복거일 소설가,문학평론가
이날 토론회 말미에서 정해룡 통영예총 회장이 방청객 질의에 나서 시민연대 측의 박태일 교수를 상대로 표리부동하고 이중적이고 자가당착적인 행동의 소유자라고 몰아붙였다.
특히 청마의 출향에 관해서 풍문에 의한 것을 사실인양 쓰고 있는데 이 자리에서 진실을 밝히고 그 근거를 대라며 박교수의 논문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해 주목을 받았다.
▲ 통영예총
이날 방청석 질의에는 정회장외에도 예총측에서 1명 시민연대측에서 2명이 나서 각각 반대측 토론자들과 설전을 벌였다.
한편, 이번 토론회 결과와 별도로 통영예총은 내년에 “깃발축제”라는 이름으로 ‘유치환 탄생 100주년 기념사업’을 개최한다. 최근 통영시 의회가 소요 예산을 승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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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영 허덕용 기자(tyinews@emp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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