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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 고향이 사라지고 있다 ’
기사입력 : 2026-09-15 오후 07:2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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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동원 경상남도의원

 

영화 코코에는 사람이 진정으로 사라지는 순간은 육신의 죽음이 아니라, 사랑하는 이들의 기억 속에서 완전히 잊혔을 때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요즘 고성을 생각하면 문득 이 서글픈 진리가 마음을 스친다.

 

지난날 명절의 고향은 늘 사람 냄새로 북적였다. 객지에서 터를 잡았던 자식과 손주들이 돌아오면, 조용하던 마을마다 정겨운 웃음소리가 담장을 넘어 퍼졌다. 오랜만에 만난 이웃들이 손을 잡고 안부를 묻는 풍경은 너무나 자연스러운 일상이었다.

 

그러나 그 정답던 풍경도 이제는 아득한 추억이 되어가고 있다.

고향을 지키던 부모님들은 하나둘 세상을 떠나시고, 불 꺼진 고향집이 늘어갈수록 발길은 점차 뜸해진다. 제사도 점점 사라지고 부모라는 든든한 밧줄이 풀려버린 고향은 그렇게 서서히 멀어진다.

이대로라면 나의 터전이었던 고성이, 다음 세대에게는 그저 할머니·할아버지의 옛날이야기 속에나 존재하는 지명으로만 남게 될지도 모른다. 사람이 떠나는 것보다 더 두려운 것은,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고향이라는 존재 자체가 잊히는 일이다.

 

현재 고성의 인구는 46천여 명 선까지 감소했다. 반면, 고향을 떠나 전국 각지에서 살아가는 출향인은 약 35만 명에 달한다. 나는 바로 이 지점에서 고성의 새로운 내일을 위한 열쇠를 찾아야 한다고 믿는다.

 

그동안 인구 감소를 막기 위해 귀농·귀촌 등 외지인 유입에 많은 노력을 기울여왔다. 물론 가치 있고 필요한 정책이다. 하지만 낯선 땅에 들어와 낯선 문화와 이웃에 적응하며 새로운 삶의 터전을 일구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출향인은 다르다.

고성에서 태어나 산천을 누비며 자랐고, 이곳에 여전히 삶의 궤적이 남아 있는 사람들이다. 비록 오랫동안 고향을 떠나 살았을지라도, 고성의 정서와 문화는 이들의 DNA에 깊이 각인되어 있다. 무엇보다 이들의 마음속에는 내 고향 고성에 대한 애틋한 그리움이 숨 쉬고 있다.


이제는 단순한 귀농·귀촌을 넘어, 출향인의 품으로 다가가는 귀향(歸鄕)’을 명확한 인구 정책의 축으로 세워야 할 때다.

 

그 출발점으로 귀향타운조성을 제안한다.

오랜 도시 생활에 익숙해진 출향인들에게 무작정 시골집을 구해 돌아오라고 권할 수는 없다. 돌아와서 편안하게 머물고, 사람들과 어울리며, 다시 자신의 삶을 이어갈 수 있는 여건을 함께 만들어야 한다.

 

무엇보다 주거가 먼저다. 오랫동안 도시생활에 익숙한 출향인들이 농촌생활에 큰 부담 없이 적응할 수 있도록 주거와 생활편의를 갖춘 귀향타운을 조성할 필요가 있다. 처음부터 완전한 정착을 요구하기보다 일정 기간 살아보면서 고향에서의 새로운 삶을 준비할 수 있도록 한다면 귀향의 문턱도 한층 낮아질 것이다.


돌아온 뒤 할 일과 함께할 사람도 있어야 한다. 출향인들이 평생 쌓아온 경험과 재능을 지역에서 활용할 수 있는 맞춤형 일자리와 사회공헌 활동을 마련하고, 여가와 취미를 함께 나눌 수 있는 기회도 넓혀야 한다. 단순히 주소만 고성으로 옮기는 것이 아니라 지역사회 안에서 자신의 역할을 찾고 사람들과 관계를 맺으며 살아갈 수 있어야 진정한 정착으로 이어질 수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다시 돌아와도 좋다는 고향의 따뜻한 분위기다. 고성의 새로운 활력이 되어줄 소중한 이웃으로 반갑게 맞아야 한다. 행정도 전국에 흩어진 출향인과의 연결망을 만들고, 귀향 의향과 주거·일자리 등 실제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세심하게 파악해야 한다.

 

출향인이 다시 돌아오는 귀향타운에서 따뜻한 온기가 모이고, 잊혀가던 고향의 기억이 다시 도도하게 흘러가는 것. 그것이 바로 고성을 다시 살아 숨 쉬게 할 가장 확실하고 희망찬 시작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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