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의 어른들 말씀에 “아들이나 손자의 글 읽는 소리를 들으면 아픈 병도 나아진다”라는 말이 전해집니다. 다산도 이미 세상에서 가장 듣기 좋은 소리는 글 읽는 소리라고 말한 바 있습니다. 더구나 다산이야 아들들이 어떤 직업보다도 학자가 되기를 그렇게도 바랐기에 유배지에서 아들들에게 보낸 편지에는 편편이 책을 읽고 책을 저술하라는 이야기를 빼놓을 때가 없었습니다.
언젠가는 주자(朱子)의 ‘거가사본(居家四本: 가정생활의 네 가지 근본)’을 설명하면서 제가(齊家), 치가(治家), 기가(起家), 보가(保家)의 근본 뜻이 무엇인가를 세세하게 설명한 적이 있습니다. 화순(和順)은 제가, 근검(勤儉)은 치가, 독서(讀書)는 기가, 순리(循理)는 보가의 근본이라 하고는, 집안을 일으키는 기가의 근본은 책을 읽는 독서에 있다고 명확하게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사람이 사람으로서의 구실을 제대로 할 수 있는 자격을 갖추는 일이 바로 집안을 일으키는 일이라 여기며, 그것을 위하는 일은 책을 읽는 것만이 가장 바른 길이라고 했습니다.
더 첨가하자면 학문을 하겠다는 뜻을 세우고, 악(惡)은 버리고 선(善)을 취하고, 격물(格物)과 궁리(窮理)에 힘써야 한다고 했습니다. 그러기 위해서 책을 마련하고 책을 베끼고 책을 즐기며 책을 사랑하는 그런 모든 것이 집안을 일으키는 항목이라고 부연설명했습니다.
제가, 치가, 보가 어느 것이 중요하지 않겠습니까마는 인간의 가정생활에서 머리를 채우는 독서야말로 집안을 일으키는 근본이라 정의하였으니 독서의 중요함이 어느 정도인가를 그냥 알 수 있습니다.
화목하고 순종하는 집안도, 무사히 가정을 보존해가는 일도 중요하다고 여기면서도, 이제는 모두가 치가, 즉 재화를 벌어들이고 살림을 늘리며 이익만 많게 하는 일에만 올인하는 것이 오늘의 세태입니다.
그 모든 것보다도 기가, 집안을 일으키는 독서에 큰 비중을 두었던 다산의 뜻을 지금 우리가 생각해보면 어떨까요. 책읽기에서는 멀어진 현대인들. 독서를 통해서만 집안이 일어난다는 말씀이 가슴에 와닿지 않는가요. 책을 통한 삶의 향상, 인간 가치의 실현에 마음을 기울이는 일이 오늘의 급선무가 아닐까요.
글쓴이 : 박석무
다산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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