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비에 누락된 대표적인 비용으로 유지관리비와 교량 再시공비를 들 수 있다. 국책사업 경제성 평가에서 유지관리비를 비용 항목에 포함하는 것은 분석의 기본이다. 운하 유지관리비에 대한 심도 있는 연구가 추가로 필요할 것이나, KDI가 발간한 《예비 타당성조사 지침서》에 따르면 항만사업의 경우 통상 공사비의 1.5%를 연간 유지관리비로 산정한다. 따라서 찬성 측 사업비 추계를 그대로 따른다고 해도 공사비 14조 1천억 원의 1.5%인 2,115억 원을 매년 유지관리비로 책정해야 한다.
비용은 줄이고 효과는 부풀린 경부운하계획
이 부분을 누락한 것은 경제성 분석에 대한 전문가적 이해가 부족한 것이 아닌 이상, 비용 대비 경제적 효과를 부풀리기 위한 연구 상의 왜곡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특히 우리나라 하천의 경우 여름철 집중호우로 인한 복구비용이 매년 수조원에 달한다. 이를 감안한다면 운하 건설 후 유지관리비는 공사비의 1.5%를 크게 상회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찬성 측에서는 수십 개의 다리를 철거하고 재시공하는 데 따르는 건설비용과 교통대란을 무시하고 있다. 건교부와 철도공사 등의 정부기관으로부터 확인한 자료에 따르면, 한강과 낙동강 유역에 놓인 교량 수는 총 123개이다. 찬성 측 자료에 나와 있는 바지선의 교량 통과 높이 11m를 기준으로 할 때 불가피하게 철거해야 할 다리는 총 48개인 것으로 조사되었다. 배에 싣는 컨테이너의 양을 대폭 줄이지 않는 한, 우리가 늘 오가던 다리 중 최소한 48개를 부수고 다시 지어야 한다는 말이다.
게다가 배가 통과하기 위한 교각과 교각 사이의 안전거리, 강바닥을 6미터 내지 9미터로 준설함에 따라 발생할 수 있는 교각의 심각한 안전성 문제 등을 감안하면 훨씬 더 많은 수의 다리를 새로 짓거나 개보수해야 한다는 얘기가 된다. 비용도 비용이거니와 다리를 철거, 재건설하는 과정에서 생겨날 엄청난 교통대란은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찬성 측에서는 이러한 상황을 염두에 두고 운하계획을 수립했는지 묻고 싶다. 철거 비는 무시하고 직접비용으로 교량 당 건설비를 최소 1천억 원만 잡아도 어림잡아 약 5조원이 소요된다. 민자 사업에 참여할 업체들이 이 비용도 모두 조달할 것이라고 기대할 수는 없을 것이다.
골재판매로 비용을 충당할 수 있다는 거짓말
최근 경부운하를 둘러싼 논쟁이 사업 추진방식 논란으로 급속히 옮겨가고 있다. "100% 민자(民資)로, 그것도 민간 제안 사업으로 추진하겠다"고 하는 찬성 측의 잇단 발언이 계기가 됐다. 그동안의 주장을 종합해보건대 결국 사업비의 50% 정도는 골재판매 수익으로, 나머지 50% 정도는 순수 민간자본으로 충당한다는 말이 된다. 물론 국민세금은 한 푼도 들어가지 않으며, 사업 타당성은 참여업체가 평가하여 사업제안을 하게 된다는 것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이러한 주장은 완전한 허구다.
우선 골재판매 수익은 아무리 많이 잡아도 1조 9,583억 원(4년 공사, 현재가치 기준) 정도에 불과할 것으로 추산된다. 찬성 측에서 내놓은 골재수익 규모 8조 3,432억 원의 23% 수준이다. 이런 수치가 가능하려면 경부운하 건설 첫해 8억 3,432만㎥의 골재를 캐내어 단가 1만원에 1년 동안 모두 팔아야 한다. 우리나라 모래 수요는 2006년 기준으로 연간 1억㎥이다. 어떻게 갑자기 모래 수요가 한해에 8배 이상 증가할 수 있다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다. 동시에 엄청난 양의 골재가 한꺼번에 쏟아져 나오는데도 시장가격에는 변화가 없어야 한다.
아마도 채취한 골재를 분할해서 몇 년에 걸쳐 판매하는 것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 같은데, 이 경우 경제적 편익을 계산하려면 당연히 할인율(discount rate)을 적용해서 현재가치화해야 한다. 게다가 최종 시장가격을 기준으로 골재수익을 산정해서는 안된다. 경제성 분석절차에 따르면, 상품의 부가가치를 기준으로 경제적 효과를 계산해야 한다. 따라서 골재 1㎥당 1만원에서 생산비 및 운송비 약 4천원을 차감한 6천원을 적용해야 한다. 이것만 고려해도 골재 편익의 반 정도는 당장 줄어들게 된다.
무엇보다 왜곡의 정도가 심한 부분은 골재 량이다. 찬성 측에서 계산에 사용한 `개발가능 골재 량`은 한강과 낙동강 본류와 모든 지천에 있는 골재 량을 합한 것이다. 그러나 경부운하 건설과정에서 채취하는 골재 량만을 계산에 포함하는 것이 마땅하다. 운하건설 사업이지 골재채취사업이 아니기 때문이다.
찬성 측에서는 대규모 공사가 이루어지는 인공수로는 백두대간 구간인 40km에 불과하고, 나머지 500km는 현재의 하천을 그대로 이용한다고 강변하고 있다. 이처럼 공사부담은 적게 잡는 반면, 골재 량은 개발가능한 모든 골재를 수익에 포함하고 있으니 심각한 모순에 빠지게 된다. 한강과 낙동강 본류 구간에 있는 모든 골재를 캐낸다고 해도 경제성 있는 `채취가능 골재 량`을 기준으로 추산하면 최대 3억 6천만㎥ 정도다. 여기에 할인율과 부가가치 기준을 적용하면 1조 9,583억 원에 불과하다.
국민세금 한 푼도 쓰지 않는다는 거짓말
다음으로, 운하사업을 100% 民資로 추진하겠다는 주장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국민은 없다. 대선기간 내내 "경부운하는 반드시 추진해야 할 국가적 사업"임을 강조하다가 이제 와서 모든 책임과 위험부담을 민간업체에 떠넘기는 듯한 모습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대한민국 건국 이래 가장 큰 규모의 국책사업에 대한 타당성 평가와 사업제안을 모두 민간이 책임지라고 하는 것은 너무 무리한 요구다.
민자 사업이라고 해서 민간이 모든 비용을 부담한다는 것 또한 사실이 아니다. 그동안 이루어진 민자 사업을 살펴보면 용지보상비에 대해서는 예외 없이 정부 재원이 투입되었다. 국민세금이 들어간 것이다. 또한 공사비에도 정부가 일정 비율을 보조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인천공항고속도로나 최근 완공된 공항철도의 경우에도 전체 공사비의 20% 내지 30% 정도가 국민세금에서 지원되었다. 따라서 100% 민자로 사업이 이루어진다는 주장은 사실상 실현 가능성이 거의 없다.
2006년도 민자 사업 관련법 개정에 따라 민간제안 사업에 대해서는 최소 운영수익 보장제도가 폐지되었다. 그렇다면 운하사업에 참여하고자 하는 업체들은 어떻게 천문학적인 투자비를 회수할 것인가. 이미 관련업계 내부에서도 운하사업 자체로 비용을 회수하기는 힘들 것이라는 전망이 오간다고 한다. 그러다 보니 정부가 참여업체에 지역 개발권을 보장한다는 식의 엉뚱한 얘기가 나오는 것이다. 운하사업 자체로서는 수익을 올릴 수 없고, 대신 지역개발로 수익을 보전한다면 그것은 제대로 된 민자 사업이라고 할 수 없을 것이다.
심지어 업체들이 BTL(Build Transfer Lease) 방식으로 사업에 참여하기를 희망한다는 소문마저 들리고 있다. BTL은 민간자본으로 지어진 시설을 정부에 임대한 후, 정부로부터 받는 임대료를 통해 투자비를 회수하는 방식이다. 말이 좋아 민자 사업이지, 결국 정부가 미리 돈을 당겨쓰고 나중에 국민세금으로 갚아나가는 것이다. 만약 찬성 측에서 BTL 방식으로 민자 사업을 진행할 복안이라면, 이는 국민세금 한 푼도 쓰지 않겠다는 평소의 주장과는 완전히 모순됨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국민의 부담으로 고스란히 돌아올 경부운하사업
만의 하나 민간업체들이 경부운하사업으로 수익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한다고 해도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경부운하계획은 우리 국토와 후세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초대형 토목사업이다. 이런 사업에 대해서는 기업 차원의 수익성을 논하기 이전에 국가적 차원에서 경제적·환경적 타당성을 세심히 따져야 한다. 만약 운하로 인해 국토가 훼손되고 취수원이 오염된다면 과연 그 비극적 상황은 누가 책임져야 할 것인가? 이것이 우리 국민과 미래세대가 부담해야 할 사회적 비용임은 자명하다. 운하사업을 마냥 민간에 맡길 수 없는 또 다른 이유다.
한국경제는 갈 길이 멀다. 성장 잠재력을 확충해야 하고, 소득과 자산 양극화 문제를 해소해야 하며, 공교육을 살려야 한다. 눈앞에 산적한 현안에 모든 역량을 집중해야 할 이때, 시대정신에 맞지 않는 운하로 국력이 소모되고 국론이 분열되어서는 안된다.
저자 소개
홍종호 / 한양대 경제금융학부 교수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코넬대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 세계은행 컨설턴트, 쿄오토大 경제연구소 초빙교수를 거쳐, 현재 한양대 경제금융대학 교수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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