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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론]한반도 대운하―해서는 안될 사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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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대운하의 개요


이명박 대통령이 ‘국운융성의 길’이라면서 핵심 공약사업으로 내건 ‘한반도 대운하’를 기어이 임기 안에 완공하겠다는 의지를 계속 굽히지 않고 있다. 한반도 대운하는 원래 경부운하에서 시작되었는데, 이 공약이 선거 기간 중에 호남운하, 충청운하에다가 북한까지 연결하는 운하로 커져서 ‘한반도 대운하’라는 명칭으로 불리게 되었다.


한반도 대운하의 홍보물을 보면 운하 변에 마치 두바이 같은 고층빌딩들이 들어서고, 그림 같은 항구에는 배들이 들락날락하고, 디즈니랜드 같은 휘황찬란한 놀이시설들이 돌아가고, 축제인 양 알록달록한 풍선들이 하늘로 날아오르는 아름다운 그림들을 보이고 있다.


이 공약이 발표되자 경상도 일부 지역에서 이를 환영하는 플래카드가 나붙고 서명운동을 벌이고 하더니, 이명박 씨가 대통령에 당선되자 지역마다 지방정부가 중심이 되어 추진단을 만들고 땅값이 치솟는 등 민심이 크게 술렁거리고 있다.


선거운동 기간 중에 이 경부운하가 되면 시골 내륙의 소도시가 부산 같은 항구가 된다고 선전했다고 전해진다. 이 운하 계획 중에 그래도 어느 정도 구체적인 내용이 제시된 사업은 경부운하뿐이다. 그래서 경부운하를 중심으로 이 운하의 문제점을 살펴보고자 한다.


경부운하는 서울과 부산 간에 수심 6m 이상, 너비 100m 이상, 총 540여km 되는 수로를 만들어 2,500~5,000톤급 바지선이 운행 가능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2,500톤 바지선의 경우 폭이 10m, 높이 15m, 길이 120 ~130m 정도의 크기인데 컨테이너를 200개 가량 실을 수 있는 규모이다.

 

▲ [그림1한반도 대운하 노선도

 

▲ [그림2경부운하 노선도

수심을 만들기 위해서 약 15m 높이의 보를 16개 정도, 갑문을 19개 설치하겠다고 한다. 낙동강과 한강을 연결하기 위해서는 조령산에 높이 약 20m, 너비 약 22~23m, 길이 약 26㎞의 터널을 2개 뚫어 왕복 교통이 가능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그래서 서울-부산 간의 교통 시간은 24시간으로 잡고 있다. 그리고 화물 터미널을 12개소 만드는 것도 포함되어 있다.


공사비는 14조원, 공사기간은 4년으로 잡고 있다. 공사비는 골재를 팔아서 8조원을 충당하고 나머지는 민자를 유치하여 건설하겠다고 한다. 경부운하는 경부 물동량의 80%를 소화하여 B/C 분석이 1.14라고 하기도 하고 2.3이 넘는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즉, 100원을 투자하면 230원 이상의 경제적인 이득이 생긴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오염된 하천 바닥을 준설하고 수량을 늘리고 배가 다니면서 산소공급을 늘려 수질을 개선하고, 수로를 넓혀 홍수를 막아주며, 물을 저장하여 가뭄도 막아준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 사업은 전혀 이런 경제적 환경적인 효과를 가져 오지 못할 뿐만 아니라, 오히려 큰 재앙을 초래할 것으로 보인다.


환경 재앙을 부르는 사업


강이라는 것은 이리 구불 저리 구불 흘러야 물살이 빠른 데와 느린 데, 침식이 되는 곳이 있고 퇴적이 되는 곳이 있고, 그에 따라 수심이 깊은 웅덩이와 얕은 여울이 생긴다. 이런 물길을 흐르는 가운데 에너지가 분산되어 홍수의 파괴력을 줄인다.


그리고 유속의 차이에 따라 돌과 모래와 자갈과 미세한 입자의 펄이 깔린 곳과 수초가 자라는 곳이 생겨난다. 그에 따라 벌레에서 물고기에 이르기까지 모든 수중생물들이 제각기 먹이를 찾고 산란할 장소를 찾고 물을 맑게 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이것이 바로 자연의 질서이다.


이런 자연 질서를 파괴하여 강을 직선으로 만들고 깊은 웅덩이로 만들어 물이 흐르지도 못하게 채워 놓으면 결국 재앙을 초래하여 많은 수중생물들은 죽고 물은 썩고 홍수 범람을 일으켜 사람도 죽는다. 플로리다 운하의 예가 이를 잘 보여주고 있다.

 

▲ [그림3경부운하 홍보물에 실린 그림

 

플로리다는 1920년대에 반도의 구석구석을 다 운하로 연결하기 위해 구불구불한 강들을 직강화 하여 강들의 길이를 거의 절반으로 줄이고, 수심을 10m 이상으로 유지하기 위하여 강바닥을 파고, 댐과 갑문을 설치하여 전기로 수문을 열어야만 물이 흐르도록 만들어 놓았다.


그러나 1928년에 이 공사가 완공되자마자 홍수가 범람하여 2,000여명이 죽는 참사가 벌어졌다. 운하에는 물을 항상 채워놓아야 하기 때문에 홍수 때에 범람하는 것은 당연한 결과이다. 그래서 플로리다 운하에는 6m 높이의 둑을 죽 다 쌓았다. 그 후로 여러 가지 일들이 벌어졌다.


물이 부영양화가 일어나면서 갈색으로 변해 버렸는데, 이 물이 지하수로도 스며들어가 거의 모든 운하지역의 지표수와 지하수에서 냄새가 나게 되었다.


그리고 수중생물들이 사라지면서 90~95%의 물새들이 사라졌다. 강과 육지 사이에 단절이 일어나면서 식생에 큰 변화가 나타나 키가 엄청 큰 초본류들이 나타나는가 하면, 토양이 유실되어 지금까지 거의 1.5m 두께의 흙이 사라졌다. 앞으로 2, 30년만 더 이런 추세로 토양이 유실된다면 앞으로 토양이 하나도 남지 않게 된다.


지금 플로리다 운하에는 가끔 요트만 다닐 뿐 화물 실은 배라는 것은 볼 수가 없고 후유증만 심각하게 남아서 하천복원공사를 하고 있다. 특히 그중 가장 대표적인 강인 키시미 강을 복원하고 있다.


완전한 복원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운하 수로는 그대로 둔 채 운하 옆에 일부 옛날 물길을 찾아 물을 조금 흘려보내는 공사를 하고 있는 정도이다. 키시미 강을 운하로 만드는 데에 3천만 달러의 돈이 들었는데, 복원공사에는 그 10배인 3억 달러의 예산이 들었다.


플로리다 운하가 자연생태계에 미친 재앙은 ‘한반도 대운하’가 가져올 재앙을 미리 보여주고 있다.


첫째, 이 운하는 큰 홍수 피해를 일으킬 것이다. 갈수기에 위천 상류의 낙동강의 평균 수심은 54㎝에 지나지 않고 가장 얕은 곳은 15㎝에 지나지 않는다. 이런 강을 운하로 만들어 수심을 6m 이상으로 유지하겠다고 한다.


하구에서 조령터널까지 표고 차이가 100m가 되는 낙동강에 이런 수심을 만들기 위해 보를 15개 만들어 16개의 수로 구간으로 나누겠다고 한다. 그러면 보와 보 사이의 표고 차이는 6m 이상이 된다. ‘생땅’을 파지 않은 채 이런 수심을 만들자면 각 수로의 상류 수위를 5.5m, 하류의 수위는 11.5m 더 올려야만 한다.


수위를 전혀 올리지 않고 이 수심을 만들려면 각 수로 상류의 ‘생땅’을 11.5m, 하류의 생땅은 5.5m를 파야만 한다.(그림4-a, 4-b 참조) 추진 측에서는 ‘생땅’을 파는 공사가 전혀 아니라 고 강변한다. 그러면 수위는 올라갈 수밖에 없다. 이 수위 상승은 상승 폭만큼 고스란히 홍수 범람을 가져온다.


<운하의 수심을 6m 이상으로 유지할 수 있는 방법>

                        (낙동강 위천 상류의 경우)

▲ [그림 4-a하상을 굴착하지 않을 경우

*하상을 전혀 굴착하지 않고 수심을 6m로 유지하면 수위가 5.5~11.5m 상승하게 되어 큰 홍수 피해를 일으킨다.

 

▲ [그림 4-b하상을 굴착하여 수위를 전혀 올리지 않을 경우

 

*수위를 전혀 올리지 않으려면 하상을 5.5~11.5m 굴착하여야 한다. 수위가 낮아지는 지역은 이에 따라 지하수위도 내려가게 된다.


최근에는 100년에 한 번 오는 정도의 호우가 해마다 국지적으로 내리고 있는데, 이런 국지성 호우가 토막난 각 수로의 범람을 일으켜 홍수 피해를 가중시킬 염려가 있다. 이는 국민의 생명과 재산과도 관계되는 일이고, 또 우리나라 대부분의 곡창이 하천변의 저지대에 위치하기 때문에 식량위기도 가져올 수 있다.


홍수가 오기 전에 물을 미리 빼면 된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는데, 이를 미리 알려줄 만한 용한 예언가는 없다. ‘생땅’을 푹 파서 수위가 낮아지는 지역도 문제이다. 지하수위가 낮아지면 물도 마르고 농사도 망친다.


독일의 운하에는 홍수가 덮치지 않던데 왜 우리나라의 운하는 그래야 하느냐고 묻겠지만, 독일의 강과 우리나라의 강은 다르다. 라인 강의 하상계수(연중 최대유량/최소유량)가 14에 지나지 않는 데 비하여, 낙동강의 하상계수는 372이고 한강의 하상계수는 393이다. 그리고 하천의 경사도 다르다. 라인 강은 평야지대에서 가만히 흐르지만, 우리나라의 하천은 산악지대에서 경사가 가파르게 흐른다.


운하가 가뭄을 막아준다는 말도 전혀 사실이 아니다. 운하의 물은 항상 수위를 유지해야 하기 때문에 빼내어 쓸 수 있는 물이 아니다. 오히려 사용에 더 제한이 되는 물이다.


이 운하는 수생태계에 엄청난 변화를 가져올 것이다. 고인 웅덩이에는 조류(藻類)가 번성한다. 조류는 교란이 심한 강에서는 잘 번식을 못하지만 약 2주일 이상 물이 잔잔하게 고이게 되면 갑자기 번성하기 시작한다.


열흘 안에 조령에서 바다로 흘러가던 물을 석 달 이상 웅덩이에 가두어 놓으면 낙동강의 물은 녹조가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될 수 있는 수질이다. 낙동강을 웅덩이로 만들면 조류 번성의 원인이 되는 질소와 인을 환경기준으로 삼게 되는데, 현재 낙동강의 수질은 질소와 인에서 모두 환경기준 등외의 수질이다.


이 조류는 번성하면 죽어서 수로 바닥에 가라앉고, 가라앉은 사체는 썩으면서 다시 오염을 용출하는 이런 오염 농축의 악순환을 거듭하게 된다. 우리 정부가 맑은 물 대책에 수십조 원을 쏟아 부었는데 호수의 수질은 개선된 사례가 하나도 없다.


그 이유가 이런 오염의 순환 농축 때문이다. 지금 중국의 태호(太湖)에 녹조가 뒤덮이면서 수돗물에 역겨운 비린내가 나고 양자강 하류 일대에 큰 혼란이 벌어지고 있는데, 낙동강 물도 100일을 가두어 두면 이럴 가능성은 충분하고도 남는다.


조령터널 수로를 운영하기 위하여 하루 약 35만 톤의 물을 한강에서 끌어와 낙동강으로 돌리겠다는 계획도 있는데 이도 또한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이는 낙동강 상류 구간 갈수기 유량의 거의 20%에 이른다.


한강과 낙동강 유역의 물이용과 담수량 유입 변화에 따라 하구와 연안생태계에도 장기적으로 변화가 일어날 것이다. 특히 낙동강은 갈수기에는 거의 수문 조작에 의해서 물이 흐르는 수로로 전락하고 말 것이다.


하천변에 콘크리트 제방을 쌓으면 육상생태계와 하천생태계가 단절된다. 많은 수중생물들이 생애주기 중에 육지와 하천을 오가야만 하고 또 육상생물들도 물을 찾아 하천으로 와야 하는데 이 통로가 막히게 된다.


이는 주민들에게도 여간 큰 불편이 아니어서 하천 접근이 제한되고 양안의 주민 간에 단절이 이루어진다. 그밖에도 결빙과 안개가 잦아 기상변화로 인한 농작물 피해도 예상된다.


이 운하공사는 나중에 이런 재앙이 나타났을 때에 도로 복구하기가 불가능하다는 것이 근본적인 문제이다. 한강이나 낙동강은 하나님이 우리와 우리 후손들에게 내린 축복이다. 그런 것을 돈에 눈이 어두워 자연의 순리를 거슬러 배를 산으로 올리려고 잘 흐르던 강을 썩은 웅덩이로 만들어 뭇 생물들을 죽이고 홍수를 일으켜 사람을 죽이고 농사를 망치는 것은 큰 죄악이다.


타당성과 정당성이 없다


경부운하의 B/C 분석이 2가 넘고 경부간 화물의 80%를 담당할 것이라는 주장은 터무니없다. 서울-부산 간의 그 넓은 바닷길도 실제 운항해 본 회사가 정부의 보조를 받고도 수지가 맞지 않아서 문을 닫았는데 수많은 댐을 만들고 다리를 허물고 산에 터널을 뚫어야 하는 운하가 무슨 경제성이 있겠는가?


서울에서 나가는 화물은 87%가 인천과 경기도로 가는 화물이고, 부산에서 나가는 화물도 82%가 경상남도로 나가는 화물이다. 운하가 발달한 유럽에서도 운하가 담당하는 화물은 3.4%에 지나지 않는다.


서울과 부산을 오가는 화물이 있다고 하더라도 배에 실을 화물은 주로 석탄, 철광석, 시멘트, 철근 등 부피가 크거나 무거운 것들인데, 그런 화물이 경부 간 에는 거의 없다.


운하는 세계적으로 사양 산업이다. 미국의 운하도시 세인트루이스는 19세기 말까지 중서부 제일의 도시로서 미국 최초로 올림픽과 세계박람회를 개최하는 기염을 토했으나 지금은 다니는 배도 별로 없는 심심한 도시로 전락했다.


2007년 4월에 방문해 보니 화물 터미널이라는 것은 강 가운데에 부선을 하나 띄워놓은 것뿐이었다.(그림5) 경부운하 홍보물(그림3)에 나타난 아름다운 터미널과는 전혀 딴판이었다. 이 터미널에서 반나절을 기다려도 배 한척 대는 것을 볼 수가 없었다.


경부운하에 실어 나른다는 화물 컨테이너는 아예 하나도 없었다. 관광객을 태운 유람선만 한가하게 왔다 갔다 할 뿐이었다. 반면에 시카고는 철도와 고속도로와 공항을 유치한 이후로 승승장구하여 세계적인 도시로 성장했다.

 

▲ [그림5세인트루이스의 화물 부두. 강가에 떠 있는 부선이 전부다.


경부운하가 본보기로 삼고 있다는 독일의 아르엠디(RMD) 운하도 부두들은 다 텅텅 비어 있다. 아르엠디 운하에서 가장 큰 항구도시인 뉘른베르크를 2007년 6월에 찾아가보니 여기에서도 반나절을 기다려도 화물선이라는 것은 한척도 볼 수가 없었고, 컨테이너 화물을 적재해 놓은 것도 하나도 볼 수가 없었다.


터미널도 경부운하 홍보물에 나타난 터미널과는 전혀 딴판이어서 부두가 따로 만들어져 있는 것도 아니고 그저 강 옆에 콘크리트 길 같은 것이 하나 나있는 것이 전부였다.(그림6) 암스테르담에서 비엔나까지 14일에 걸쳐서 간다는 유람선 한척만 강가에 줄을 붙들어 매고 정박해 있을 뿐이었다. 반면에 뉘른베르크의 도로는 컨테이너를 실은 트럭들로 교통 혼잡이 대단하였다.

 

▲ [그림6뉘른베르크 부두. 화물은 안 보이고 강가에 정박한 유람선 한 척이 전부다.

이 사업은 아무리 전국적인 여론이 부정적으로 쏠리고 국론을 분열시키는 논란거리가 된다 할지라도 당장 이익을 보게 될 지역주민들의 열렬한 성화에 못 이겨서라도 시행할 가능성이 있다. 새만금 사업이 바로 그랬다.


전국적인 여론에서는 80% 이상의 국민들이 반대했지만 허황된 환상을 심어준 대통령의 공약사업 홍보물 덕에 지역주민들이 열렬히 바라게 되었고, 결국 새만금의 둑은 막아졌던 것이다. 실제 새만금 사업의 실체는 전라북도 도민들이 생각하고 있는 사업과는 너무나 다르다.


한반도 대운하는 전국적인 규모로 벌어지는 사업이기 때문에 새만금과는 또 비교도 할 수 없이 국토에 큰 영향을 미치고, 이에 따른 국민적인 갈등이 훨씬 더 심각해질 것이다. 지역민들에게 엉뚱한 환상을 불러일으켜 개발 욕구에 불을 붙여 국론을 격렬하게 분열시키면서 이런 사업을 추진하겠다는 것은 대단히 부도덕하다.


경부운하에 대해서는 이명박 씨가 서울시장으로 재직할 당시에 서울시정개발연구원에 타당성 조사를 맡긴 적이 있다. 이 연구에 참여했던 한 연구원한테 내가 직접 들은 바에 의하면 타당성이 있도록 해달라는 거듭된 부탁에도 불구하고 전혀 경제적인 타당성이 없는 것으로 나와서 결국은 보고서도 내지 못하고 중단했다고 한다.


결국 이 타당성 조사 연구는 나중에 세종대학교에서 하게 되었다. 한반도 대운하 추진 측에서는 서울시정개발연구원에는 타당성을 분석할 만한 연구원이 없어서 세종대에 연구를 맡겼다고 주장하는데, 이는 사실로 보기 어렵다.


경부운하와 같은 이런 대규모 토목사업을 대통령 임기 중에 끝내겠다고 하는 것은 정당하지 못하다. 한 나라의 대통령은 그 나라의 법질서를 누구보다도 철저히 지켜야 한다. 따라서 우리나라의 법 절차에 따라서 구체적인 계획안을 내놓고 그 계획안에 대하여 공정하게 타당성 조사를 거치고 환경영향평가 절차를 거친 후에 시행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아름다운 그림을 그려서 상주나 문경 같은 지방 소도시가 마치 부산 같은 항구가 될 것 같은 환상을 주민들에게 먼저 심어주고, 그래서 주민들의 열화와 같은 성화에 못 이겨 다른 법체계를 뛰어넘는 특별법을 만들어서 공사를 추진하려고 하는 것은 정당하지도 않고 떳떳하지도 못하다.


경부운하를 열렬히 추진하는 사람들은 운하를 교통수단으로 이용해 보겠다는 사람들이 아니다. 주로 이런 개발 사업으로 인하여 땅값이 오르는 것에 더 큰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나 건설공사비에 관심이 있는 건설업자들이라든지 권력 앞에 줄을 서 보겠다는 사람들, 또는 아름다운 운하 그림에 반한 순진한 국민들이 대부분이다.


운송업자들이나 화물 주들이 이 운하 사업에 관심을 보였다는 말은 아직 들어보지 못했다. 특히 운하를 찬성하는 전문가들은 다른 전문가가 아니라 곡학아세(曲學阿世)의 전문가들이다. 운하의 공사비는 고의로 줄이고 편익은 고의로 부풀려 올린다.


예를 들어 골재 판매로 8조원을 충당한다고 하는데 골재를 채취하고 운반하는 데 드는 비용은 하나도 계산하지 않았다. 우리나라의 연간 골재 시장이 1조원밖에 안되는데 8조 원 어치를 판다는 것도 우습다. 배가 다니고 수량을 늘려서 물을 깨끗하게 한다는 것도 기가 막히는 말이다. 홍수와 가뭄을 막아준다는 말도 국민을 바보로 알고 우롱하는 말이다.


한반도 대운하, 특히 어느 정도 구체성을 가지고 있는 경부운하는 해당지역의 땅값을 크게 올려놓는 역할을 할 것이다. 지금까지 ‘행복도시’다, ‘혁신도시’다, ‘기업도시’다, ‘첨단산업단지’다 하는 정부의 많은 개발 사업들이 모두 다 지역의 땅값을 크게 올려서, 힘겹게 농사짓던 사람들을 하루아침에 수십억 원의 현금을 손에 쥔 벼락부자로 만들어내는 역할을 해왔다.


때문에 지금 우리 국민들은 열심히 일해서 돈을 벌 생각들은 접은 지 이미 오래다. 그래서 국민들 모두가 인근에 공단이 만들어진다든지 공항이나 항만이 만들어진다든지 이런 개발사업만 기다리고, 무슨 보호구역으로 묶는다고 하면 아무리 좋은 조건을 내걸어도 ‘결사반대’를 하는 풍토가 되었다.


인근에 공단이 만들어진다고 해서 공장에 가서 일할 생각이 있는 것이 아니고 공항이 만들어진다고 해서 비행기를 탈 생각을 하는 것이 아니다. 이로 인해서 땅값이 오르기를 기대하는 것뿐이다.


결과적으로 우리나라는 최근에 땅값이 크게 올랐다. 우리나라의 땅값이 공시지가로 2천조 원을 돌파하여 우리나라의 100배인 캐나다를 5개, 다섯 배 땅인 프랑스는 8개, 미국 땅은 절반을 살 수 있을 정도가 되었다.


일본이 ‘열도개조론’을 이야기하면서 열도 곳곳에다 토목공사를 벌이면서 한창 땅값을 열심히 올렸는데 1990년에 들어서자 일본을 팔면 일본을 뺀 지구를 스무 개나 살 정도로 땅값이 올랐다. 이것을 보고 많은 사람들은 실제로 일본이 그럴 만한 성장 잠재력이 있을 것으로 보고 앞으로는 미국 다음에 일본의 경제력이 세계를 지배할 것으로 보기도 하였다.


그래서 팍스 아메리카나(Pax Americana) 다음에는 팍스 자포니카(Pax Japonica)라고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러나 일본의 땅값이 어느 날 갑자기 4분의1로 곤두박질치면서 경제가 마비되어 버렸다.


일본이 엄청난 무역흑자를 올리면서 세계에서 가장 많은 외화와 채권을 보유하고 있지만, 막상 일본정부는 세계에서 가장 큰 재정적자를 만든 나라가 되었다. 지금 많은 사람들은 일본의 앞날을 어둡게 보고 있다. 지금 우리나라의 GDP 대비 땅값은 일본을 앞질렀다.


한반도 대운하같이 전국적으로 벌이는 토목사업은 우리나라 전국 곳곳의 땅값을 한정 없이 더 올려놓을 것이다. 땅값이 오르면 오를수록 기업하기는 나빠지고 국가의 경쟁력은 떨어진다. 이것은 바로 국운을 한정 없이 떨어뜨리는 일이다.


국토는 대통령의 소유가 아니다. 대통령이 되었다고 국민들에게 물어보지도 아니하고 국토를 마음대로 손질해서는 안 된다. 모름지기 대통령은 국론을 극과 극으로 분열시키는 이런 논란의 여지가 있는 토목개발공사에 전력을 기울일 것이 아니라, 국토를 지속가능하게 가꾸며 지식수준이 높은 우리나라의 젊은이들에게 고급 일자리를 만들어줄 수 있는 그런 차원 높은 발전 구상을 제시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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