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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평]삼성 특검과 쇄신안에 대한 유감
기사입력 :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위반(배임), 특정범죄가중처벌법 위반(조세), 증권거래법 위반. 2008년 4월 17일 삼성특검이 이건희 회장을 불구속 기소한다면서 제시한 죄명이다. 나머지는 무혐의다. 그리고 4월 22일 삼성은 이건희 회장의 퇴진과 전략기획실 폐지 등을 담은 경영쇄신안을 발표했다. 일부에서는 재벌총수를 법정에 세우고 퇴진까지 시켰으니 삼성특검이 할 만큼 한 것 아니냐고 한다. 과연 그런가.


삼성특검의 수사결과는 한마디로 꼬리 자르기로서, 사람이 아닌 `사건`에 치중한 꼬리 자르기다. 특가법 위반(조세)과 증권거래법 위반이라는 거창한 죄명은, 이건희 회장이 너무 돈이 많아 돈과 주식을 차명으로 관리하다가 발생한 것이라는, 돈 없는 사람이라면 한번쯤은 꿈꿔볼 만한 죄일 뿐이다.


그나마 의미 있는 것은 삼성SDS에 대한 특경가법 위반(배임)건으로서, 1999년 이후 참여연대의 세 차례에 걸친 검찰 고발 끝에 삼성특검이 겨우 그 혐의를 인정한 것이다.


그런데 이번 수사결과 자체만 보더라도, 결국 엄청나게 돈이 많은 이건회 회장이 고작 16억 원의 상속세만 내고 그룹의 경영권을 자신의 아들에게 넘겨주려고 계열사들을 동원했다는 것인데, 이것만으로도 죄질이 좋지 않아 구속감이지만, 불구속이란다.   


거대 재벌의 불법행위에 눈감은 삼성특검


그러나 삼성특검은 딱 거기까지만 인정하고는, 비자금 조성 의혹도 로비 의혹도 모두 무혐의 처리했다. 삼성특검법이 왜 만들어졌는가. 삼성사건은 일반 대기업의 비자금, 로비, 배임사건과 다르다.


2005년 8월 참여연대가 <삼성보고서>에서 밝힌 대로, 삼성그룹은 "시민 위에 군림하고 있으며 정계, 관계, 법조계, 학계, 언론계 등에 엄청난 인맥을 형성해서 사실상 스스로 국가가 되고자 하고, 법 위에 군림하면서 `법 앞의 평등한 정의`가 한국사회에서 실현되지 않고 있음을 웅변으로 보여주어, 민주주의에 대한 심각한 도전이자 위협"이다.


삼성은 자신에게 비판적이면, 아직까지 수개월째 한겨레신문과 경향신문에 광고를 집행하지 않듯이, 비판적인 여론을 자본으로 아예 굴복시키려 한다. 노동자들이 노조를 만들려고 하면 불법적으로 휴대폰 위치추적을 하고, 검찰로부터도 "위치추적은 맞지만 누가 했는지 모르겠다"라는 면죄부 결정을 받는다.


삼성은 단순한 대기업이 아니라 권력이고, 그것도 웬만한 대통령 측근보다도 더 막강한 권력이다. 이렇게 권력화 된 자본이기에 특별검사를 선임하여 국민적 의혹을 해소하려고 했던 것이다.


그러나 삼성특검은 10조원이 넘을 것으로 추산되는 비자금 조성과 돈으로 정·관·학·언을 장악함으로써 국가 운영시스템을 교란하려 했던 로비사건을 철저히 외면했다. 대신 비자금과 로비자금 의혹을 받은 돈에 대하여는, 만약 일반 국민이 그랬다면 검찰을 데리고 논다는 괘씸죄에 걸릴 법한, 이건희 회장의 `쌈짓돈` 항변을 그대로 받아들였다.


그렇다면 전 청와대 비서관 이용철 변호사에게 건네진, 서울은행 도장이 찍힌 띠가 둘러진 `이용철(5)`라고 적힌 5백만 원의 현금은, 결국 엄청나게 돈이 많은 이건회 회장이 자신의 상속재산으로 쌈짓돈에 불과한 5백만 원씩을 아무 대가도 바라지 않고 뿌린 것에 불과하다는 것인가.


삼성특검, 과연 수사의지는 있었는가


수사 초기에 에버랜드에 숨겨진 수많은 미술품이 발견됐지만, 이회장이 자신의 그림이라고 하자 더 이상 수사를 하지 않았다. 조준웅 삼성특검은 처음부터 삼성의 비자금 조성과 국가기관에 대한 로비를 수사할 의지가 없었다. 그리고 수사결과를 발표하는 자리에서 고발인인 시민단체 사람들을, 나중에는 말하지 않고 듣고만 있겠다는 사람들을, 아예 복도와 계단으로 쫓아냈다. 세상에 어떤 검사가 고발인을 이리 홀대하는가.


삼성특검의 수사결과 발표와 뒤이은 삼성그룹의 쇄신방안 발표를 보면, 한마디로 이건희 회장은 이번 특검으로 골치 아프던 이재용 전무에 대한 경영권 승계문제를 깨끗이 해결했다고 할 수 있다. 그러지 않아도 숨겨놓았던 엄청난 돈과 주식을 어떤 계기로 세상에 드러내서 아들에게 넘겨줄지 골치 아팠는데, 삼성특검은 이회장의 숨겨진 재산을 깨끗이 세탁하여 세상에 드러냈다.


경영권 승계와 관련한 불법행위에 대해서는 적당히 몸으로 때울 수 있는 `불구속`으로 마무리했다. 그리고 삼성그룹은 이건희, 이학수, 김인주는 다 물러나지만 이재용은 그대로 남는다는, 쇄신이라는 이름을 빌려 이재용에게의 경영권 승계를 공식적으로 선언했다.


조준웅 특검은, 그동안 경영권 승계구도를 짜주던 김&장 등의 로펌보다도 더 말끔하고 훌륭하게 변호사로서의 업무를 충실히 완성했고, 이건희 회장은 법률 자문료를 국민의 세금으로 대납하고 손 안 대고 코 풀었다. 그 과정에서 비자금문제와 불법로비는 철저히 외면 받았다.


삼성특검은 대표기업인 삼성을 총수 일가의 구조적인 불법과 비리, 전횡으로부터 해방시켜 더 좋은 기업으로 한 단계 도약시킬 절호의 기회였지만, 우리는 그 기회를 놓친 것이다.


특검제도가 제 기능을 다하려면…


이번 삼성특검에서도 드러나듯이, 특검제도의 한계는 분명해 보인다. 하지만 아직 특검무용론을 거론하기에는 이르다. 특검제도 자체만큼이나 이를 담당할 사람을 정하는 것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現상황에서 특검후보를 추천할 유력한 기관은 변호사협회인데, 현행 변호사협회 집행부의 보수적 성향 때문에 정·재계의 기득권층을 뒤로한 채 독립적으로 수사할 사람이 특검후보로 추천될 확률이 높지 않다.


변협은 김용철 변호사의 증언이 나오자마자 변호사법을 위반했음을 언급하면서 그에 대한 징계를 논의했을 정도이지만, 결국 삼성특검의 후보자를 추천했다. 특검 구성 당시 시민단체의 특검법 초안은 시민단체도 참여하는 특검후보추천위원회를 구성하자는 안이었는데, 향후 다른 특검법의 경우에도 특검후보 추천과정에서 시민단체의 의견이 충분히 반영될 수 있는 통로가 필요하다.


이와 함께 더 중요한 것은 국민의 관심과 공감대 형성이다. 권력에 대한 감시는 기득권층의 상당한 반발이 따르기 때문에 수사진 몇 사람의 노력으로 되는 것이 아니라 국민들의 관심과 공감대 형성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경제적 이익에 대한 현실적인 의제들만이 관심을 받는 지금, 권력에 대한 감시라는 추상적 의제가 얼마나 국민들 사이에서 추진력을 가질지 우려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견제기능을 상실한 현재의 정치구도에서 특검 등 권력 감시 장치를 도입하고 그 운영을 감시할 수 있는 주체는 국민의 여론뿐이다. 삼성문제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창비주간논평>

 

 저자 소개


이상훈 / 변호사, 참여연대 상임집행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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