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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론]중국 직항로 개설을 둘러싼 대만사회의 분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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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일 중국과 대만을 잇는 정기 직항노선이 거의 60년 만에 열렸다. 1949년 공산당이 대륙 전체를 장악하고 중화인민공화국을 수립하자 국민당은 대만으로 패퇴했다. 그 후로 대만해협은 분단선이 되어 양안의 교류를 가로막았다.


1979년에 제안된 3통(직접 통신·통상·통항)이 화해와 교류의 핵심의제가 되어왔는데, 마잉주(馬英九) 정권의 출현으로 이번에 그 일부가 실현된 셈이다. 비록 주말에만 그리고 한정된 관광객을 위한 전세기로 출발하지만, 정기 직항로 개설의 의의는 자못 크다.


대만에서는 일차적으로 중국의 관광객이 가져올 경제적 이득을 중시한다. 점차 방문인원 제한을 풀어 관광객 규모가 확대될 예정인데, 그들이 가져다줄 관광수입의 증가로 침체의 늪에 빠진 대만경제가 활기를 찾을 것으로 잔뜩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이보다 더 큰 의의는 양안관계의 진전에서 새로운 역사의 장을 열었다는 것이다. 양안 주민간의 자유로운 관광으로 서로 간에 존재하는 심리적 거리가 좁혀지고 상호이해가 깊어질 것이 분명하다.(《中國時報》7월 6일자 사설)


이 같은 화해 분위기 속에서 대륙 관광객에게 인기 있는 대만 관광지 르웨탄(日月潭)과 중국의 시후(西湖)를 결합시키는 `결혼식`을 거행하자는 기발한 이벤트 구상도 들린다. 더 나아가 양측이 상호대표부를 설치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온다. 처음에는 관광객의 비자문제를 처리해줄 여행사 형식의 기구로 출범할 것이라고 한다.   


내부분열에 의해 왜곡되는 양안관계


그런데 주목해야 할 것은 대만 내부에서 이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크다는 사실이다. 예상되는 관광사업의 경제적 효과가 별것 아닐 거라는 추정에서부터 대륙의 관광객이 초래할지도 모를 여러 부정적 영향까지 거론된다.


대륙 관광객들의 거친 매너 때문에 일본 등 외국 관광객이 감소할 거라든지 그들이 저지를 환경파괴와 전염병 유입 등으로 톡톡히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우려하는 여론도 있다. 그러다 보니 "대륙 관광객이 떠난 뒤에는 전면 소독해야 한다"는 소리마저 공공연히 나오는 실정이다.


외국인이 보면 심하다 싶을지도 모르지만, 대륙 관광객에 대한 이 같은 부정적 이미지는 사실 정치적 입장에 의해 조장 내지 증폭된 면이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지난 총통선거에서 국민당 마잉주 후보가 직항로 개설을 선거공약으로 들고 나오자, 이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을 취한 민진당 측에서는 대륙 관광객을 추화(醜化)하는 데 열중했다. TV 선거광고에서 노상방뇨하고 함부로 침을 뱉는 그들의 이미지를 부각시킨 바 있다.


양안의 통일이냐 (대만공화국으로서의) 독립이냐는 오랜 논쟁(이른바 통독統獨 논쟁)으로 대만사회가 심각하게 양분되어 있다는 것은, 대만에 조금이라도 관심을 가진 사람이라면 익히 알고 있는 사실이다. 양안문제는 바로 이 내부분열에 의해 심각하게 왜곡되어 있다.


특히 중국이 점차 대국으로 떠오르면서 시간이 흐를수록 대만이 불리해질 거라는 초조감 때문에 급격한 교류증가로 변화가 `홍수처럼 밀려오면` 이를 통제하지 못할까 두려워하는 심정이 생겨나기도 했다.


그러다 보니 대만 새 정부의 양안정책이 대만의 주권국가로서의 특성을 없애고 중국의 정치적 요구와 위협에 영합하려는 것이라는 정치공세까지 민진당과 그 지지층으로부터 나오고 있다. 그들에 따르면 국민당 정부가 추구하는 것은 脫대만화, 대만의 중국 `지방정부화`일 뿐이니 대만은 지금 국가로서의 생존과 발전에서 중대한 위기에 처한 게 된다.


이런 상황을 지켜보면서, 대만 내부의 심각한 분열의 원인이야말로 중국문제, 달리 말하면 양안의 분단 상황이므로 양안관계의 불안정성이 해소되지 않으면 그 근원적인 해결이 이루어질 수 없음을 절감한다.


1980년대 후반부터 양안 간에 다방면에서 기능적 교류가 축적되어왔지만, 그것이 양측 주민의 상호신뢰와 공생의 기반을 저절로 확보해주는  것은 아니다. 요즈음 정기 직항로 개설을 둘러싸고 벌이는 대만의 논란이 그것을 입증하지 않는가. 양안교류의 단기적 진전이 점진적 통합과정과 연계된 양안 전체의 총체적 개혁에 대한 중장기적인 전망과 단단히 결합되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상호교류는 개혁의 전망과 단단히 결합돼야


그렇다면 한반도의 분단체제에 비해 비대칭성이 현저히 두드러진 양안관계의 진전은 우리에게 어떤 의미를 갖는가. 그것과 대비되는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의 실책을 지적하는 일이 가장 먼저 부각될 수 있다.


대외인식은 `알고 있는 것`과 `알고 싶은 것`이 상호 침투되는 동태적인 과정이며 일정정도 자기를 비추는 거울로서 기능하는 만큼 이런 시각도 의미가 있다. 그러나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중장기적으로 한반도에서 진행되는 ‘남북의 점진적 통합과정과 연계된 총체적 개혁’의 일환인 남쪽의 단기적 개혁과제를 제시하고 실천하는 일의 중차대함을 다시 한 번 깨닫는 것이다.


축제와 저항운동을 감동적으로 결합시킨 촛불항쟁이 앞으로 사회운동과 제도의 영역을 넘나들며 5대 의제를 넘어서 공생사회를 향해 창조적으로 진화해가기 위해서도 이 깨달음이 수반되지 않으면 안 된다. 남한 내부의 심각한 분열도 궁극적으로는 남북의 점진적 통합에 의한 凡한반도적 불안정성 타파란 변혁을 통해서만 극복될 수 있을 것이다. 대만도 그렇듯이 말이다.


저자 소개

 

백영서 / 연세대 사학과 교수

 

1953년 출생. 서울대학교 동양사학과 졸업, 동대학원 박사과정 졸업.

한림대 교수를 거쳐 현재 연세대학교 사학과 교수로 재직.

 

계간 『창작과비평』편집위원(주간).


저서로 『동아시아의 귀환』『중국현대대학문화연구』,공저로 『중국국민혁명의 분석적 연구』,공편서 『중국사회성격논쟁』 『동아시아인의 ‘동양’인식』 『동아시아의 비판적 지성』외에 중국현대사에 관한 다수의 논문이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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