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병원 정신과 김지관 과장
WHO(세계 보건기구)에서 발행한 한 보고서에 의하면 음주로 인한 국가경제적 손실은 GNP의 2-3%로 추정되고 있다. 술은 즐기는 음식인 동시에 중추 신경계에 작용하는 화학물질로도 생각해야한다.
한국적 원인
약 10년 전 전국적으로 실시되었던 한 역학조사에서 우리나라 성인의 4 내지 5명 중의 한 사람은 알코올중독 증세가 있다고 보고 되었는데, 상당히 충격적인 결과였다.
이의 원인으로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한국 사회의 음주문화의 문제점에 대하여 피력하고자 한다.
술이 너무 가까이에 있다.
우리 사회는 승진, 개업, 결혼 혹은 출산과 같은 기쁜 일, 실직, 상과 같은 슬픈 일, 모임이나 친구 사귐과 같은 일상적인 일 등 모든 일에서 술이 빠질 수 없으며 한 잔 하는 것이 일상화되어 있는 사회이다.
또 저렴한 소주 가격에 전국 방방곡곡 어디에서나 쉽게 술을 구할 수 있으며, 심지어 어린아이까지 술을 살 수 있는, 술이 너무 가까이에 있는 사회이다.
술을 마셔야 한다.
이전에 비해 조금 달라지기는 했지만, 그래도 우리나라는 술을 한 잔쯤은 마실 줄 알아야 한다는 생각이 보편화되어 있고, 술을 마시지 못하는 사람은 대인관계에서 소외될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일반화되어 있는 사회이다.
모임이나 대인관계를 위한 술좌석에서 술을 강제로 권하거나 술잔을 돌리면서 강요하는 태도가 허용되며, 더구나 서로간에 동질성을 가지기 위해서는 개인이 완전히 무시되고 누구나 다함께 같이 마시고 취해야 한다는 사회이다. 어쩌면 술을 음미하기보다는 빨리 만취하는 데 그 목적이(예를 들면 폭탄주) 있는 사회이기도 하다.
술로 인한 문제점에 대해서는 매우 관용적이다.
취중 주정에 대해서는 술버릇 정도로 가볍게 생각하고, 취중의 과실에 대해서는 중대한 과실임에도 불구하고 술이 그 사람을 그렇게 만들었다고 생각하며 도덕적으로, 법적으로 관용성을 보이는 사회이다.
폭음 뒷날의 지각에 대해서도 직장에서는 웃어넘길 수 있으며, 결석을 하더라도 가족들이 오히려 아프다는 핑계로서 대신 덮어 주는 사회이다.
대인 관계에서 좋은 사이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술 때문에 생긴 문제점에 대해서 어느 정도 감싸 줄 수 있어야 한다는 관용을 가진 사회이다.결국 우리 사회는 술에 대한 경계심은 전혀 없고 오히려 필요한 것으로까지 생각하고, 술로 인한 실수는 누구나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회이다.
우리 국민이 술에 중독성이 있다는 사실을 간과한 채 항상 먹고 마실 수 있는 음식의 하나로 생각하기 때문에 이런 결과가 빚어졌다고 생각한다.
한국인의 음주실태
술 마시고 다음날 출근하지 않은 회사원에 대해 미국인들의 55%가 “그 사람은 알코올중독자다”라는 의견을 가졌지만 한국인들은 모두 “그럴 수 있다”는 반응을 보였다.
한국인의 사회적 모임이나 집안 모임에는 술이 없는 경우가 거의 없다. 더욱이 한국인은 술에 대한 지식이 극히 상식적이고 술 문제의 해결에 구체적인 노력을 보이고 있지 않아 문제가 더 심해지고 있다.
한국인의 음주실태를 좀더 자세히 살펴보자.
주 3회 이상 마시는 사람들이 음주자 3명 중 1명이다. 마실 때 2차 이상 가는 사람들은 55%가 넘는다. 이것이 가장 고질적인 병폐다. 또 13%나 되는 사람들은 항상 3차를 간다.
이쯤 되면 과음과 폭음이 음주 자체로서보다도 일상생활의 일부로서 함께하고 있다는 평가가 가능해진다.
음주 문제와 술에 대한 지식
한국인의 음주는 단순히 시도 때도 없이 많이, 자주 마신다는 데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10회 중 한 번 이상 취한 사람이 60%가 넘고, 10회 중 5회 이상 취한 사람도 13%나 된다.
술 문제 하면 통상 우리는 알코올중독자만을 떠올린다. 하지만 조금 더 자세히 살펴보면 술 문제는 모든 사회문제 속에 자리잡고 있다.
신문을 들춰 보면 사회면에 나타나는 거의 모든 주요 사고와 질병의 이면에는 술이 관계되어 있다. 교통사고, 익사사고, 작업 안전사고, 살인, 폭행, 자살, 성범죄, 아동 학대, 가정폭력 등의 사고들 가운데 상당 부분이 술과 함께 있다.
그뿐이 아니다. 알코올은 사람이 살아나가는 데 가장 중요한 건강을 손상시킨다. 간질환, 위장병, 구강암이나 유방암 등 각종 암, 치매, 골다공증 등 질병도 술과 관련된 경우가 많다.
음주운전 경험(25%), 음주로 인한 결근과 지각(36%), 약의 복용(37%), 술 마신 후 필름이 끊김(49%) 등 몇 가지 통계만 보더라도 긍정적인 효과를 보는 사람이 많지 않은 것을 쉽게 짐작할 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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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병원 정신과 김지관 과장 |
▲ 정신과전문의
▲ 경북대학교대학 졸업
▲ 경북대학교병원 정신과 전공의
▲ 대한 신경 정신의학회 정회원
▲ 현 경상병원 정신과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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