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메리카 인도인’의 참상과 조작된 역사
‘미국(美國)은 ‘아름다운 나라’라는 뜻이다. ‘쌀의 나라’(米國)라고 쓰는 데도 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America Beautiful’을 고수하고 있다. 1986년에 대학생들이 서울 미국문화원을 점거하고 “광주 학살의 원흉 미국은 물러가라”고 외치던 때 그들에 호응하던 젊은이들과 민주인사들이 ‘꼬리 나라’(尾國)라고 부른 적이 있기는 하다.
실제로 미국은 아름답고 큰 나라이다. 자연과 땅덩어리만을 보면 대미국(大 美國)이라고 해도 손색이 없다. 동북쪽의 메인주부터 동남쪽의 플로리다주까지, 서북쪽의 워싱턴주부터 서남쪽의 캘리포니아주까지, 그리고 러시아와 코를 맞댄 알래스카주와 남태평양의 ‘낙원’이라는 하와이주를 안고 있는 아름답고 큰 나라이다. 그뿐인가. 카리브해의 푸에르토 리코와 버진 아일랜드에서 시작해서 남태평양의 괌과 사이판까지 드넓은 영토를 거느린 세계 최강대국이다. 비행기를 타고 미국을 처음 여행하는 외국인들은 국토의 광대함과 자원의 풍성함에 압도당한다.
콜럼버스가 신대륙을 발견했다?
그러나 그 땅과 자연이 본래는 지금 거기서 주인 노릇을 하는 와스프의 선조들 것이 아니었음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아메리카의 비극은 바로 이 잘못된 역사에서 비롯된다. 그것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표현이 ‘콜럼버스의 신대륙 발견’과 ‘아메리카 인디언’이다.
버락 오바마의 집권을 혁신적인 사건으로 보면서 그것이 한국에 미칠 영향과 한반도가 나아갈 길을 생각해 보려는 이 글에서 이런 화두를 던지는 까닭은 이 문제를 정확히 인식하지 않으면 미국의 과거는 물론이고 현재를 바르게 이해할 수 없기 때문이다. 특히 그릇된 교과서로 미국을 배우는 청소년들이 그렇다.
여러 역사가들이 확인했듯이 크리스토퍼 콜럼버스(1451~1506)는 ‘신대륙을 발견’한 것이 아니라 1492년 10월 12일에, 지금 바하마제도라고 불리는 곳에 상륙했을 뿐이었다. 그는 1500년까지 세 차례나 카리브해로 항해했는데, 끝내 그 지역을 ‘인도’라고 믿고 죽었다.
콜럼버스의 본명은 크리스토토로 콜롬보로서, 이탈리아의 제노바 출생이다. 그는 1479년에 결혼한 뒤 수학자 P. 토스카넬리에게서 지도를 구해 연구한 결과 서쪽으로 항해해도 인도에 이를 수 있다는 확신을 갖게 되었다고 한다. 콜럼버스는 1484년에 포르투갈 왕 주앙 2세에게 ‘인도 탐험’을 제안했으나 허락을 받지 못하고, 지금 스페인의 일부인 카스티아를 통치하던 여왕 이사벨라 1세의 후원을 우여곡절 끝에 얻어내어 대서양을 서쪽으로 건너갔다.
미국을 비롯한 ‘자유세계’ 여러 나라들은 콜럼버스를 죽음을 무릅쓰고 신대륙을 발견한 ‘영웅’으로 추앙해왔다. 아직도 그런 나라들이 수두룩하다. 그러나 콜럼버스는 철저히 자기 이익을 위해 움직인 사람이었다. 그는 항해 결과 발견한 토지의 실질적 통치자로 임명되어 그 권리를 후손에게 물려줄 수 있다는 내용의 계약서를 이사벨라 여왕과 작성했다. 그는 1492년 8월 3일 출항하여 10월 12일, 현재 바하마제도의 와틀링섬으로 추정되는 곳에 상륙했다. 그와 선원들이 온갖 어려움과 위기를 겪은 것은 사실이지만 그것은 왕권의 새 영토 개발 전위대로 나선 ‘탐험가들’ 거의 모두가 부닥친 일과 다름없었다.
어쨌든 콜럼버스는 ‘인도’를 발견하고 지금 쿠바 땅 일부의 부왕(副王)으로 임명되었다. 그는 권력과 상당한 부를 누릴 수 있었으나 1504년 이사벨라가 죽은 뒤 부왕 세습권도 잃고 사람들의 관심도 별로 못 받은 채 세상을 떠났다.
원주민에겐 침략자이자 약탈자
콜럼버스는 미국인들에게는 영웅이지만, 카리브해의 여러 섬 사람들과 아메리카 원주민들에게는 침략자이자 약탈자였다. 그가 첫번째 항해 때 카리브해의 섬에 남긴 선원 40여명은 아메리카 식민 제1세대가 되었다. 그 이래 그 지역 섬들로 간 유럽인들은 원주민들을 죽이고 땅과 물건을 빼앗기를 일삼았다.
콜럼버스가 상륙한 바하마제도나 쿠바는 미국의 동남쪽 끝에 있는 플로리다주의 마이애미에서 한참 떨어져 있다. 그런데 왜 대다수 미국인들은 그가 아메리카 신대륙을 발견했다고 믿었고, 지금도 그렇게 주장하고 있는가? 미국은 콜럼버스가 바하마제도에 상륙한 날인 10월 12일에서 가장 가까운 월요일을 해마다 공휴일로 정하고 거창한 행사들을 벌인다. 우스꽝스럽다고 하기에는 너무나 심각한 희극 아닌가? ……/ 다산연구소
글쓴이 / 김종철
▲ 김종철 님
· 전 동아일보사 기자
· 전 한겨레신문 논설위원, 편집부국장
· 전 연합뉴스 대표이사 사장
· 현 재능대학교 초빙교수
· 평론 : 상업주의소설론
· 저서 : 저 가면 속에는 어떤 얼굴이 숨어 있을까
아픈 다리 서로 기대며
· 역서 : 말콤 엑스, 산업혁명사, 프랑스혁명사, 인도의 발견 등
언제 어디서든 휴대폰으로 실시간 고성뉴스를 볼 수 있습니다. 258 과 nate를 누르고 고성뉴스를 입력하면 언제어디서든 휴대폰으로 고성인터넷뉴스를 볼 수 있습니다.
- Copyrightsⓒ고성인터넷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한국지역인터넷언론협회 뉴스 이용규칙에 따른 저작권을 행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