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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론]
대안은 거버넌스가 아니라 생활정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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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한국사회의 최대 화두는 위기이다. 금년에 발표된 많은 사회경제 지표들은 한국경제는 물론이고 세계경제조차 정부의 공식통계가 작성된 이래 최악의 상황임을 보여주고 있다.


이것이 위기의 객관적 요소라면, 실수를 인정하는 데 옹색한 정부의 일방적 독주와 야당을 비롯한 대안세력의 지리멸렬함은 위기의 주체적 요인이라고 할 수 있다.


4.29 재보선이 다가오면서 현재의 위기 타개를 위한 다양한 처방들이 제시되고 있다. 야당에서의 개혁공천, 선거연합이나 집권여당의 거국내각 등이 그러하다. 그렇지만 가장 주목할 논의는 백낙청 교수가 제시한 거버넌스론(`나라 다스리기`론)이다.


우선 백교수의 거버넌스론은 두 가지 이유로 적지 않은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하나는 모든 것을 MB 탓으로 돌리며 정부 비판과 질책에만 몰두해온 야당과 시민사회의 관성을 질타하며 좀 더 창의적인 역할과 적극적인 책임감을 촉구했다는 것이다.


또 다른 하나는 큰 틀의 정치비전으로서 새로운 거버넌스 체계, 즉 합리적인 보수와 책임 있는 진보가 주도하고 시민사회가 적극 동참하는 중도 거국체제를 제시했다는 점이다.


백낙청 교수의 제안에는 우리 사회의 민주화와 통일에 관해 탁월한 이론가이자 실천가로 헌신해온 원로지식인의 지혜와 고민이 깊게 담겨 있다. 그렇지만 거기에는 정치비전 치고는 다소 모호하거나 정치학 연구자로서 동의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거버넌스의 전제 : 성찰과 혁신


거버넌스 개념의 본질적 요소는 정부이든 지자체이든 시민사회와의 수평적 협력이다. MB정부에 이르러 사라진 정치용어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을 꼽으라면 시민사회와 거버넌스를 들 수 있다.


청와대가 나서서 살인사건을 여론조작에 악용하고, 용산사태를 도시테러집단의 자폭행위로 규정하는 MB정부에 시민사회와의 소통과 협력은 지금도, 그리고 앞으로도 거의 불가능한 기대이다.


백교수의 거버넌스 주장이 다소 생뚱맞게 들리는 또 다른 이유는 MB정부가 아니라 우리 시민사회 자체의 취약함에 있다. 세계적 학자 펑과 라이트(A. Fung and E. O. Wright)가 그들의 저서(Deepening Democracy)에서 잘 간파했듯이 시민사회의 견제력과 조직화가 미약한 사회에서 자칫 거버넌스는 현실의 문제를 은폐하거나 정권의 치적을 과장하는 겉치레나 `분식회계`로 전락할 수 있다.


거버넌스를 논하기 앞서 연대를 통한 시민사회 내부의 역량강화와 뼈를 깎는 자기혁신이 선행되는 것이 바람직한 순서이다.


타자와의 적대보다 내부의 연대가 우선이다


저명한 정치학자 셰보르스키(A. Przeworski)가 정확히 지적했듯이 노동자계급의 투쟁은 자본가와의 계급투쟁(between) 이전에 노동자계급의 형성(among)에 관한 투쟁이다.


우리 현실에 적용하자면, 오늘 한국의 진보개혁세력은 단기적으로는 MB정부에 대항하고 장기적으로는 집권할 수 있는 공동의 대안과 정책, 통일된 전략과 리더십을 갖고 있지 못하다.


4.29 재보선과 내년 지방선거의 의미가 바로 여기에 있다. 개혁공천과 선거연합은 의석확보라는 단기적 수지타산이 아니라 대안세력이 하나의 `역사적 블록`을 형성하는 과정, 즉 `과정으로서의 정치`를 실천하는 것이라는 점에 그 의미를 두어야 한다.


국민이 눈여겨보는 것 또한 바로 이 지점이다. 많은 유권자가 말 많고 잘난 진보개혁진영이 대선과 총선 패배 이후 얼마나 뼈저리게 반성했고 진짜로 변화하고 있는지를 지켜보고 있다. 시민사회와 야당이 사회적 현안에 대한 범국민적 합의를 주도하자는 백교수의 주장이 의미를 갖기 위해서도 이는 시급한 과제이다.


연대와 혁신의 생활정치


현재의 시점에서 안으로부터의 혁신과 연대를 가능하게 할 비전과 화두는 생활정치이다. 이를 실천하려면 진보개혁진영은 우선 민주화 이후 분열의 근인(根因)으로 작용하고 있는 일자리(비정규직입법), 교육(3불 정책), 개방(한미FTA), 경제(수출주도 재벌경제의 극복) 등 4대 현안에 대해 공동코뮤니케를 작성해야 한다.


그 형태는 진보개혁진영의 다양한 싱크탱크와 지식인들이 폭넓게 참여해 초안을 작성하고 정치세력들이 합의하는 정책협약 방식이 바람직하다.


다음으로, 지방선거가 있는 2010년을 생활정치의 원년으로 선언하고 지금부터 하나하나 준비해야 한다. 정당공천제, 지역정당의 허용, 지구당제 부활, 중대선거구제와 비례대표제의 확대, 지역별 후보연합 등 진보개혁진영이 함께 준비하고 공동으로 대응해야 할 사안들은 차고 넘친다.


특히 386세대와 시민운동이 지역에서 새롭게 도전하는 `풀뿌리로의 하방운동`이 절실하다. 하방운동의 조직화 과정은 수도권에서 명망가 중심으로 활동했던 386 출신 정치인들과 시민운동의 거품을 빼고 정당의 토대인 지역을 강화하고 신진정치인을 충원하는 긍정적 효과를 낳을 것이다.


4.29 재보선은 이러한 제안들이 실험될 수 있는 호재다. 울산에서 두 진보정당과 민주당이 큰 틀의 선거연합을 마련하고 주민참여 경선제로써 단일후보를 만들어내는 정치력을 발휘한다면, 승리는 물론이고 신뢰회복의 기반이 마련될 것이다.


또한 정동영 전 장관의 갑작스런 복귀는 무쟁점, 무관심의 보궐선거 지형을 크게 전환시키는 계기로 작용하고 있다. 민주당으로서는 전주와 부평에서 이견 없는 개혁공천을 단행해 성과를 거둔다면 향후 정국 주도권을 잡을 수도 있을 것이다.


최근 진보개혁진영은 정치담론 투쟁에서 계속 밀려왔다. 그 결과 공동체, 자유주의, 선진화, 녹색성장 등 나름대로 의미 있는 개념들이 제대로 실현되지 못한 채 보수의 수사로 전락하고 있다. 연대와 혁신의 생활정치의 비전과 전략은 이러한 보수화 추세에 반전과 돌파를 가져올 것이라 확신한다. <창비주간논평>

 

저자 소개

  

정상호 / 한양대 제3섹터연구소 연구교수, 정치학

 

한양대학교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고려대학교 정치외교학과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한양대학교 제3섹터연구소 연구교수로 재직중이다. 저서로 『NGO를 넘어서』『민주주의 대 민주주의』(공저) 『유신과 반유신』(공저)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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