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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론]
미디어국민위, 힘들지만 전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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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발전국민위원회(이하 국민위)는 고투의 산물이다. 지난해 12월부터, 청와대와 한나라당이 도발한 `입법전쟁`을 두 차례나 치르고 난 결과로서 이끌어낸 사회적 합의기구이다. 그런데 이렇게 만들어진 국민위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말이 많다. 그중 몇 가지 짚어봐야 할 대목이 있다.


먼저, 일부 언론에서 말하는 `정당 대리전` 운운이다. 한나라당 추천 위원들에 대해서는 정당 대리전의 용병인지 아닌지 굳이 언급하고 싶지 않다. 하지만 적어도 민주당과 창조한국당, 즉 야당 추천 위원들에 대해 정당의 용병쯤으로 매도하는 언론의 `제목 뽑기`는 용납할 수 없다.


정당 대리전, 야당의 용병이라는 개념이 성립하기 위해서는 신문법, 방송법 등 이른바 `언론악법`에서 야당의 당리당략을 일방적으로 관철시키는 사람들이어야 한다. 과연 그런가?


`MBC와 네티즌에 정치보복` `조중동TV 재벌방송`이라는 성격을 분명히 하고 출현한 한나라당의 언론관련법안을 국민의 70%가 반대하는 상황에서 야당이 추천한 위원들을 용병으로 매도하는 것이 과연 타당한가?


언론악법을 저지하는 것이 민주당과 창조한국당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국민 전체 한국 민주주의 전반에 관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일부 언론사들이 뽑은 제목이 `정당 대리전`이고 그 내용이 `야당의 용병`이라면, 이는 심각한 왜곡이다.    


미디어국민위, 기대할 것 없다?


또 짚어봐야 할 문제는 `기대할 것 없다`는 지레짐작을 `사실`처럼 말하며 전문가 행세를 하고 있는 사람들이다. 기대할 것 없다는 이야기는 최소한 `운동의 법칙`에 대해서 아주 무지한 발언이다.


운동이 무엇인가? 끊임없이 움직이며 고정된 사물, 고정된 관념, 고정된 입장을 바꾸어나가는 것이다. 적어도 국민위 위원들은 바로 운동의 과정에 들어서 있다.


지난 한달 간 국민위는 회의를 공개할 것인가 말 것인가를 놓고 대부분의 시간을 소비했다. 사회적 합의기구의 회의 운영방식은 공개적이고 투명해야 한다는 것이 세상의 상식이다.


하지만 일부 몰상식한 위원들의 반대에 부딪혀 국민위 전체회의를 세 차례나 진행한 끝에 겨우 `공개원칙`에 합의했다. 보기에 따라서 `아주 하찮은 합의` `100일 중 20여일을 소모하면서 해낸 보잘것없는 합의`쯤으로 비판할 수 있겠으나, 이는 대단한 진전이라는 평가도 있다.


몰상식에 대응하여 최초의 상식적인 합의를 이끌어냈기 때문이다. 애초에 한나라당의 법안 자체가 몰상식 비합리의 산물이었고, 이들의 추천을 받은 일부 위원들은 운영원칙마저 `비공개 밀실회의`를 주장함으로써 `시간 끌기와 국민위 무력화`를 시도했다.


이에 대응해 "국민위 운영과 관련하여 비공개·비조사·비협조로 일관하고 있는 여당 쪽의 태도를 보고 있노라면 정말 성의도 없고, 예의도 없고, 정의롭지도 않다"고 개탄한 야당 쪽 공동위원장 강상현 교수의 신문 기고문을 두고 한나라당 추천 일부 위원들은 명예훼손으로 고발하겠다느니 하면서 또 열흘 이상의 시간을 소모했던 것이다.


출발은 미미하다. 하지만 몰상식을 상식으로, 비합리를 합리로 하나씩 바꾸어가는 이 운동은 느리지만 뚜벅뚜벅 나아가고 있다. 국민위의 합의 결과 하나하나가 지난한 논의의 결과물로 나타나고 있다. 법안의 쟁점에 대해서도 차례로 기조발제가 이뤄지고 있고, 이에 대해서 최소한의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다.


국민위에 여전히 회의적인 시선을 보내고 있는 사람들로서는 `저래서 도대체 어떤 결과물을 도출한단 말인가` 하고 불만을 터뜨릴 수도 있다. 100일이라는 한정된 시간에서 한 달씩 걸려 겨우 회의공개 원칙에 합의한 것에 무슨 의미 부여냐고 비판할 수도 있다.


하지만  애초 교집합 자체가 거의 없었던 회의체였다. 그런데 서서히 그것을 만들어가고 있는 것은 향후 아주 빠른 속도로 합의점을 도출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기도 하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20인위원회에서 여당 추천 위원 중 그나마 몇 명의 `합리적인 인사`가 포진해 있다는 사실을 다행으로 여겨야 할 것이며, 몰상식하고 비합리적인 인사도 회의가 공개되면서 `어거지 논쟁`을 피해가려고 할 것이라는 점도 중시해야 한다는 의미다.


야당 추천 위원이 먼저 판을 깬다?


마지막으로 짚어봐야 할 점은 `과연 끝까지 갈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다. 민주당 등 야당 추천위원들이 판을 먼저 깨고 나올 것이라는 예측이 많다. 하지만 이는 한나라당이 원하는 바이기도 하다.


언론악법을 통과시키려고 하는 쪽이 쓸 수 있는 두 가지 전술이 있다. 그중 하나가 시간을 끌어 국민위를 무력화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가 야당 추천 위원들을 자극해서 판을 깨는 것이다. 하지만 적어도 야당 추천 위원 9명은 `명분 없는 판 깨기`를 할 가능성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번 `미디어국민위`는 앞으로 짧게는 5년, 길게는 10년의 전망을 내놓아야 할 의무가 있다. 단순히 한나라당이 제출한 신문법, 방송법 등 언론관련 법안에 논의를 구속시킬 이유가 없다.


한나라당 법안에 대한 `찬반논쟁`이라는 프레임 속에 갇혀서는 안 된다. 그래서 충분한 논의와 풍성한 자료, 의미 있는 합의를 도출해야만 한다. 야당 추천 위원들이 단순히 자기 당의 논리에 따라 꼭두각시처럼 움직일 가능성은 낮으며, 적어도 지금까지는 당리당략에 따른  요구사항을 제출한 적이 없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위는 끝까지 갈 가능성이 높다. 물론 그 과정에서 자극적인 돌발변수가 곳곳에 도사리고 있겠지만 야당 추천 위원들은 충분히 대비하고 있을 것이다.


또한 비록 100일이라는 한시성이 있으나, 국민위의 논의에 따라 연장될 수도 있다. 국민위 활동에 대한 국민적 평가에 따라 전혀 다른 양상이 빚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국민적 관심과 감시가 필요한 미디어국민위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중요한 것은 4주간의 시간을 소모하면서까지 `회의공개 원칙`을 합의했다는 점이다. 앞으로 회의는 공개됨으로써, 최소한의 상식과 합리에 따른 논의가 가능해졌다.


판을 깨기 위해 상대방을 자극하고, 시간을 끌기 위해 `어거지` 논리를 들이대는 식의 행위는 곧바로 국민에게 전달될 것이고, 그러면 국민은 갖가지 형태로 이에 대한 엄중 경고를 보낼 것이다. 그 경고는 여론조사 결과로 나타날 것이고, 인터넷의 댓글로 표현될 것이며, 거리의 촛불로 전달될 것이다.


이런 점을 볼 때 국민위가 조기 침몰한다든지, 성과 없이 문을 닫는다든지, 정당의 대리전에 동원된 용병 행세에 그칠 가능성은 별로 없다는 것이다. 시작은 미미하나 그 끝은 창대해야 할 미디어국민위는 뚜벅뚜벅 앞으로 가고 있다.


그리고 국민은 이 `국민위`가 앞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집중적인 관심과 의견을 전달해야 한다. 이메일로 전화로 댓글로 공개되는 회의 하나하나에 입장을 개진함으로써 의미 있는 활동을 강제해야 한다. 운동은 변화다. 그러는 과정에서 일부의 몰상식적이고 비합리적인 위원들도 변할 것이고, 변하게 해야 한다.

 

양문석 / 언론개혁시민연대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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