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늘구멍 뚫기보다 어려운 취업난으로 2006년 대학가에는 다양한 이색 풍속도가 나타났다. 대학축제의 주제로 ‘취업’이 등장하는가 하면, 잠자는 시간을 빼고 취업하는 그날까지 함께 생활하는 생활스터디가 큰 호응을 얻은데 이어, 면접 이미지를 위한 각종 성형이 유행했다.
취업포털 커리어(www.career.co.kr)가 대학생 1,420명을 대상으로 ‘2006 대학가 이색 풍속도’를 설문 조사한 결과, 18.2%가 동고동락 생활스터디 붐이라고 응답해 1위로 나타났다.
축제처럼 즐기는 취업박람회 등장은 16.3%로 2위를 차지했다.
봉사 MT, 테마형 MT로 MT문화 재창조 13.8%,
시(時)테크 열풍 속 사이버강의 인기 11.6%,
면접 이미지 관리를 위한 각종 성형 유행’은 8.9%
대학생 취업 족집게 과외 성행 7.9%,
대학가에 재테크 바람 열풍 7.4%,
개성 만점 대학가 이색 강의 인기 6.9%,
각종 취업경진대회 봇물 5.4%,
진로, 취업 줄줄이 ... 대학생 운세.점 인기 3.6% 순이었다.
최근 대학가에 새롭게 등장하거나 유행한 2006 대학가 이색 풍속도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동고동락 ‘생활스터디’ 붐은 같은 목표를 가진 취업준비생끼리 취침시간을 제외한 모든 시간을 함께하며 지식과 정보를 공유해 학습의 효과를 극대화하는 ‘생활스터디’가 확대되고 있다.
사법시험 준비생들의 스터디에서 출발한 ‘생활스터디’는 교사 임용고시, 세무사, 7급 공무원, 언론사 준비생에서 일반 기업체 입사와 토익 점수 올리기를 희망하는 학생들에까지 그 영역을 넓히고 있다.
현재 포털사이트에 있는 취업준비생들의 인터넷 카페에는 ‘생스(생활스터디의 줄임말) 구해요’라는 내용의 글들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대학축제의 주제로 ‘취업’이 등장하는가 하면 무거운 취업박람회를 축제처럼 즐기기 위한 시도들이 대학가에 이어졌다. 경원대학교는 지난 봄 대동제의 주제를 취업으로 정하고 제목을 ‘땡 잡(job)은 날’로 붙여 캠퍼스 곳곳에서 다양한 행사를 진행했다. 한양대는 지난 10월 취업박람회 오프닝 행사를 B-Boy 공연으로 열었으며, 팀 단위의 구성으로 공통된 과제를 해결해 나가는 ‘도미노게임’과 ‘도전 99초를 잡아라’ 등 아웃도어 프로그램과 마술쇼 등의 부대행사를 진행해 축제의 장으로 구성했다.
또 취업난으로 신입생이나 고학년들 모두 취업 준비를 핑계 삼아 MT를 꺼리면서 대학가의 MT문화도 기존의 형식에서 벗어나 소규모 그룹의 친목도모로 바뀌어 가고 있다. 뿐만 아니라 새롭게 재창조된 MT문화가 다양하게 시도되고 있기도 하다. ‘봉사MT’가 대표적 사례. 한남대는 새내기 환영주간을 맞아 도배 봉사활동과 도시락 배급을 진행했고, 목원대 스포츠산업과학부는 자연보호 캠퍼인으로 대체하는 등의 예가 늘고 있다. ‘테마형 MT’도 뜨고 있다. 시골의 학교가 펜션 등으로 리모델링 되고 MT장소로 각광받는가 하면, 서바이벌 게임을 통해 판단력과 협동심을 기르기도 한다.
취업준비 등으로 바쁜 대학생들에게 사이버 강의가 날로 인기를 끌고 있다. 한양대와 중앙대, 성균관대, 동국대 등 사이버 강의를 운영하는 대학들은 수강 학생이 늘어남에 따라 사이버 강의 교육내용을 다양화하고 평가방식을 개선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사이버 강의가 확대되면서 주4일 수업을 듣는 ‘주사파’에 이어, ‘주삼파’, ‘주이파’도 증가하고 있다. 심지어 4학년들 사이에서는 모든 강의를 온라인으로 듣는 ‘주영파’도 생겨나고 있다. 이들은 학교 수업이 없는 날을 활용해 아르바이트나 취업준비 등으로 시간을 보낸다.
극심한 취업난 속에서 면접 이미지 관리를 위한 각종 성형이 유행하고 있다. 이력서에 붙이는 사진에 쌍꺼풀을 해 넣거나 턱을 깎는 등 ‘사이버 성형’이 성행하고 있으며, 각종 취업 포털 사이트와 취업 관련 온라인 모임에는 증명사진을 올리면 요청에 맞게 수정해주는 코너를 마련해놓고 있다. 뿐만 아니라 미용 성형을 넘어 목소리를 변화시키거나 치아교정, 손금성형, 관상성형 등과 같은 이색 성형도 졸업을 앞둔 대학생들에게 주목을 받고 있다.
취업이 장기화 되면서 대학생 2명 중 1명이 ‘취업을 위해 과외학습’을 받고 있으며, 이들이 취업을 목적으로 쓰는 연간 과외학습 비용은 1인당 평균 188만원인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극심한 취업난 속에 기업들의 채용전형이 까다로워지면서 대기업 취업에도 사교육 바람이 불고 있다. 대표적 사교육은 ‘직무적성검사 모의고사’로 커리어가 개최한 ‘삼성 SSAT 모의고사’에는 400명 정원을 넘어서는 500명이 몰리기도 했다.
경제적 마인드를 갖춘 대학생들이 늘어나면서 대학가에도 새로운 부자바람이 불고 있다. 서울대 ‘부자동아리’, 고려대 ‘가치투자연구회’, 연세대 ‘연세투자그룹’, 한양대 ‘스탁워즈’ 등 주식투자나 대학생 재테크에 관심을 갖고 이를 자발적으로 공부하고자하는 동아리들이 부자들의 철학을 배우고 투자와 자금 활용에 관한 공부를 하고 있다. 심지어는 내 집 마련이 어렵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대학 때부터 민영주택 분양 1순위 자격을 얻을 수 있는 청약예금이나 청약부금에 관심을 갖는 ‘주(住)테크’ 바람도 크게 일고 있다.
올해는 각 대학별로 톡톡 튀는 이색 강의들이 인기를 끌었다. 고려대가 올해 개설한 ‘현대만화읽기’는 수강 신청자들이 몰려 정원을 늘렸다. 이외에도 성공회대 ‘노래로 보는 한국 사회’ 강의, 중앙대 ‘내 마음 바로 보기’ 강의 등 이름만 들어도 귀가 솔깃해지는 관련 강의에는 말 그대로 입추의 여지가 없었다.
대학의 인기도가 곧 취업률로 인식되면서 취업박람회 외에도 대학가에는 각종 취업경진대회가 줄을 이었다. 신라대는 ‘취업능력향상 경진대회’를 열었으며, 대구대도 ‘모의면접 콘테스트’를 개최했다. 영남대와 경남대 역시 ‘모의취업경진대회’를 진행해 높은 호응을 얻었다.
최근 극심한 경제난을 반영한 듯 대학가 주변 점집과 사주카페에는 진로를 고민하는 취업 준비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주로 1학년은 애정문제, 2학년은 전공, 3·4학년은 진로 때문에 상담하고 있다고 한다. 최근에는 인터넷의 운세 사이트나 모바일을 통해 주기적으로 자신의 운명을 보는 대학생들까지 생겨나고 있다.
박현혜 기자(phh1977@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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