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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론]원망은 말되 갈 길은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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譽人不增其美, 毁人不益其惡(사람을 기릴 때 그 잘한 점을 과장하지 말고, 사람을 비난할 때도 그 나쁜 점을 과장하지 말라).


중국에서 논란이 많은 역사적 인물을 평가할 때 지침의 하나로 종종 인용되는 구절이다. 돌이켜보면 故 노무현 전 대통령도 자신에 대한 평가에 이러한 원칙이 적용되기를 간절히 원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한때 누구보다 많은 기대를 받았으나 취임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과도한 비판(많은 경우 중상에 가까웠던)의 대상이 되었던 그가 이제 전국민적 애도 속에서 곡절 많았던 인생을 뒤로 하고 영원한 안식의 길을 떠났다.


기대, 비판, 애도의 감정들은 그를 떠나보낸 뒤에도 여전히 국민의 마음속에서 뒤엉켜 소용돌이치고 있다. 이러한 복잡한 회한은 노무현이라는 인물을 객관적이고 공정하게 평가하는 것이 여전히 지난한 일임을 보여준다.     


그렇지만 그의 죽음과 애도 과정을 거치면서 우리는 적어도 고인이 우리사회를 긍정적인 방향으로 변화시키려고 했으며, 그것도 누구보다 진정성을 가지고 그 과제를 감당하고자 했던 정치인이라는 점에 공감을 할 수 있었다. 이제 그의 뜻이 온전히 실현되지 못하게 만들었던 원인을 찾고, 그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남아 있는 사람들의 몫이 되었다.


"원망하지 말라"가 던진 깊은 울림


새로운 출발을 다짐하는 시점에서 "원망하지 말라"는 유서의 한 구절이 그의 다른 어떤 언사보다 큰 울림을 주고 있다. 죽음의 벼랑으로 밀린 시점에서 던진 이 한 구절의 말은 그의 비극적 결단이 개인적 차원의 삶과 죽음의 문제를 넘어서 공동체의 성찰을 이끌어내는 힘을 갖게 해준다.


당장 이 말을 근거로 국민적 화합이 그가 남긴 마지막 메씨지라는 주장이 한편에서 제기되고 있다. 사실 민생이 파탄에 빠지고 한반도에서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는 등의 국가위기 상황에서 국민적 화합의 필요성에 반대할 사람은 많지 않다. 그렇지만 "원망하지 말라"는 말이 어찌 무작정 `국민적 화합`만 하라는 당부일 수 있을 것인가.


불의의 현실과 어떻게 화해할 것인가


화합을 이야기하자면 고인만큼 절실하게 원했던 사람도 없었을 것이다. 비주류 대통령이라는 딱지가 붙을 정도로 그는 대통령이 되기 전이나 그 후나 소수의 처지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따라서 그는 누구보다 많은 사람들의 협력을 필요로 했다.


그러나 대통령에 취임한 그를 기다린 것은 탄핵과 보수언론의 저주에 가까운 공격이었다. 대통령을 그만둔 후에도 그는 공격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했다. 따라서 이러한 비극이 다시 발생하지 않았으면 하는 것이 마지막 순간까지 놓을 수 없었던 그의 소박한 희망의 하나였음을 의심할 이유는 없다.


그러나 갈등을 초래한 원인을 그대로 남겨놓고 `화해`를 소리 높여 외친다고 해서 화합이 이루어질 수는 없다. 이는 구구한 설명이 필요 없는 냉엄한 현실이다. 일생을 부조리와 싸워왔고 그 부조리에 목숨을 던지게 된 그가 이러한 현실을 간과했을 리도 없다.


따라서 "원망하지 말라"는 말은 `원망`하는 정서만으로 문제가 해결될 수 없다는 호소라고 보는 것이 그의 진심에 좀 더 가까운 해석일 것이다.


이명박 정부, 최소한의 진정성을 보여라


당장 현재 이명박 정부의 처지가 이를 잘 보여준다. 작년 촛불항쟁은 이명박 대통령에게 국정운영을 쇄신할 수 있는 전화위복의 기회일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는 이를 자신의 권력에 대한 위협으로만 받아들였다,


이후 그는 촛불항쟁이 국정을 혼란스럽게 했다는 원망을 앞세워 그 불씨가 될 수 있다고 보이는 모든 요소들을 소멸시키기 위해 온갖 수단을 동원했다. 집회 및 시위의 자유에 대한 통제, 잠재적 반대자를 겨냥한 교묘한 탄압 등이 이어졌으며, 결국 현재의 위기상황을 자초했다.


이명박 정부가 국가적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진정한 화합의 길로 나아가고자 한다면 현재의 많은 문제들을 다양한 방식의 협력을 통해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상처를 감추는 것이 아니라 치유하려는 진정성을 보여야 한다.


시민단체들에 대한 부당한 탄압을 중지하는 것, 용산참사의 해결책을 제시하는 것, 그리고 6월 국회에서 MB악법을 일방적으로 통과시키려는 시도를 중단하는 것 등이 그 진정성 여부를 판단하는 시금석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의, 그리고 추모기간의 행태를 돌아보면 그리 큰 희망을 갖기 어렵다.


그렇다면 이러한 이명박 정부의 역주행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물론 원망과 분노만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다. 더구나 진보개혁세력 내에서조차 서로에 대한 원망이 현재의 상황을 초래한 중요한 원인 중 하나라는 점을 우리는 진지하게 성찰해야 한다.


진정한 화합을 위한 진보개혁세력의 길


노무현 정부 5년 동안 진보개혁세력 내에서는 여러 갈등이 반복되었고, 그 속에서 서로를 원망하는 감정도 쌓여갔다. 이들 사이의 논쟁은 비판을 통해 새로운 단결을 추구하는 것에서 점점 멀어졌고, 심한 경우 상대방의 존재가치를 전면 부정하는 식의 구호와 논리가 지배하기도 했다.


이는 이명박 정부가 특별한 저항을 받지 않고 등장할 수 있는 길을 열었으며, 노무현 전 대통령이 벼랑 끝으로 몰리는 동안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어렵게 만들었다. 이제 와서 누구를 탓할 문제는 아니지만 적어도 우리 모두가 함께 책임지는 자세로 진중하게 생각할 필요가 있다.


특히 지난 4.29 재보선과 최근 여론조사를 통해 표출된 진보개혁세력의 단결을 촉구하는 국민의 요구를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


그렇다면 이제 우리의 앞길의 행로를 어느 정도 그릴 수 있을 것이다. 한국사회와 한반도에서 시대를 거스르는 역주행을 중단시키고 다시 인권과 민주주의, 동반성장, 그리고 평화의 길로 향할 수 있도록 국민적 힘을 모으는 것이다.


이를 통해 화합에 뜻이 없는 상대가 진정한 화합의 길로 나오도록 만들어야 한다. 원망은 말되 가야 할 방향은 분명히 짚고 그 길을 꾸준히 가겠다는 결의만이 지금 우리사회에서 전환점을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다.

 

 

저자 소개

 

이남주(李南周)  / 성공회대 교수

 

1965년생. 서울대 경제학과 및 뻬이징대학 정치행정관리학 박사과정 졸업. 성공회대 중어중국학과 교수. 주요 논문으로 「북한 개혁의 ‘이륙’은 가능한가」, 「동북아시대 남북경협의 성격과 발전방향」 등이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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