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경제연구원 김치헌
한 세기 이상 조명 시장을 지배했던 ‘에디슨의 등불’ 백열등이 그 빛을 잃고 있다. 지구 온난화의 주범 중 하나로 지목되어 2012년부터 순차적으로 세계 각 국에서 강제 퇴출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백열등의 빈자리를 차지할 차세대 광원으로 LED가 주목받고 있다.
LED는 1990년대 말 백색 LED가 개발되면서 조명 시장에서 주목을 받기 시작했고, 소위 `하이츠의 법칙`에 따라 매년 약 35%씩 제품 성능이 향상되었으며, 매년 21%씩 가격이 감소하기 시작했다. 여기에 2008년부터 시작된 불황을 극복하고자 하는 세계 각 국의 녹색 성장 노력이 LED 조명 시장의 성장을 힘차게 떠받들고 있다.
그래서 LED는 ▲고효율, ▲환경 친화, ▲공간 효율성, ▲다양한 연출 효과를 앞세우며 차세대 조명으로서 조명 시장에서 어필하고 있다. LED 조명 시장 규모는 10년 후 약 60조 규모로 확대되어 반도체나 디스플레이에 견줄만한 새로운 거대 시장으로 평가받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LED 조명 시장도 캐즘(Chasm)을 직면할 가능성이 점차 높게 제기되고 있다. 캐즘이란 초기 시장과 주류 시장 사이에서 나타나는 수요의 하락이나 정체 현상을 의미한다.
LED 조명의 경우, 현재 주로 지적되는 에너지 효율과 가격 문제가 해결되더라도 ▲소비자의 감성 만족, ▲소비자의 히든 코스트 극복, ▲소극적인 환경 친화적 조명 도입 가능성, ▲법, 제도적 장치 미비 등의 또 다른 요인들이 LED 조명 시장 성장의 발목을 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LED 조명 업체가 이 캐즘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소비자의 감성 만족을 위한 기술 개발 및 인력 양성, ▲고객의 생애 주기 비용 감소를 위한 방안 마련, ▲소비자에 대한 LED 장점의 적극적 교육, ▲소비자가 안심할 수 있는 품질 보장제도 마련 등의 노력이 반드시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LED 조명 시장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약속(Promising)이 아니라 그 약속에의 도달(Delivering)이다.
< 목 차 >
Ⅰ. 빛을 잃어가는 에디슨의 등불, 백열등
Ⅱ. 차세대 조명으로 주목받는 LED
Ⅲ. LED 조명 캐즘 가능성
Ⅳ. LED 조명 캐즘 극복 방안
Ⅰ. 빛을 잃어가는 에디슨의 등불, 백열등
1879년 발명왕 에디슨(Thomas Edison)은 세계 최초로 전기를 이용한 광원(光源)인 백열등(Incandescent Lamp)에 불을 밝혔다. 나무나 기름을 이용하는 등불이나 남포등을 이용하던 사람들에게 냄새도 없고 그을음도 없으며 원할 때 언제든 켜고 끌 수 있는 백열등은 경이로움 그 자체였다. 그리고 10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사람들은 여전히 이 백열등을 사랑하고 있다.
전세계 조명 시장은 약 120조 원 규모인데, 램프가 20%, 픽스쳐(Fixture, 등기구)가 70%, 부품(Component)이 10%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중 램프의 대부분은 백열등과 형광등(Florescent Lamp)인데, 글로벌 램프 시장 중 백열등과 형광등의 비중이 약 6:4 정도 되는 것으로 추정된다.
백열등은 따스하고 아늑한 분위기를 연출할 수 있고, 픽스쳐와의 조합도 쉬우며, 전기 회로가 필요하지 않아 빠르고 간편하게 점등할 수 있고, 무엇보다 가격이 ¢5에 불과하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그림 1> 참조).
그런데 약 한 세기가 지난 지금, 이 ‘에디슨의 등불’이 그 빛을 잃고 있다. 백열등이 지구 온난화의 주범 중 하나로 지목되어 2012년부터 순차적으로 세계 각 국에서 강제 퇴출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백열등은 에너지 효율이 매우 낮다. 에너지 효율이란 단위 전력 당 방출되는 광속(lm/W)을 뜻한다. 그리고 광속(Lumen: lm)은 ‘눈에 감지되는 광선의 총량’이고, 전력량은 W(와트)이다. 백열등의 광원 효율은 약 20 lm/W정도로, 형광등의 1/5 수준밖에 되지 않는다.
쉽게 말하면 같은 전력량으로 형광등 1개가 백열등 5개를 대체할 수 있고, 같은 밝기라면 형광등을 쓰는 것이 백열등을 쓰는 것보다 전력량을 80%나 절감할 수 있다는 뜻이다. 그리고 에너지 효율이 낮다는 것은 지구 온난화 시대에는 치명적인 약점일 수밖에 없다.
에너지 효율이 낮으면 전기를 더 사용하게 되고, 더 많은 전기를 생산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화석 연료를 태워야 하고, 더 많은 화석 연료를 태우면 더 많은 지구 온난화 가스가 생성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백열등을 퇴출시키고 다른 고효율 광원으로 대체하는 것만으로도 상당한 규모의 온실 가스를 감축할 수 있다. 전세계 전력 소비의 약 20% 정도가 조명에서 발생되는데, 이 시장의 반 이상을 차지하는 저효율 백열등을 고효율 조명으로 대체한다면 이론적으로 매년 전세계 전력 생산 시 발생되는 CO2 배출량의 5% 이상을 감축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미국, 유럽 연합, 대만, 일본 등 세계 각 국은 다소 편차는 있지만 2012년부터 백열등 사용을 금지했다. 중국도 2017년부터 이 움직임에 동참할 것은 이미 공표했다. 필립스 조명 사업부 사장인 루디 프로부스트(Rudy Provoost)는 `2020년이면 백열등은 전세계에서 완전히 퇴출될 것.`이라고 예상하기도 했다.
그렇다면 전세계 약 120조원 시장의 반 이상을 차지하던 백열등 기반의 조명 시장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져 갈 때, 약 60조 원이 넘는 막대한 시장을 이끌 차세대 주자는 누구일까?
Ⅱ. 차세대 조명으로 주목받는 LED
LED(Lighting Emission Diode, 발광 다이오드)가 백열등을 대체할 차세대 광원으로 크게 주목받고 있다. LED는 전류를 흘려보내면 빛이 발생하는 반도체다. LED는 1960년대 미국의 GE에 의해 처음 개발되었다.
그러나 그 밝기나 연색성(자연광과 유사한 정도)이 낮아 일부 품목에서만 사용될 뿐이었다. 그런데 백색 LED가 등장하면서 LED가 시장에서 크게 주목 받기 시작했다.
1987년 Nichia 화학의 슈지 나카무라 박사는 세계 최초로 청색 LED를 개발했다. 그리고 1997년 청색 LED에 황색 형광체(Yellow Phosphor)를 도포해 단일 칩으로는 최초의 백색 LED를 구현했다. 여기에 Cree, Toyoda Gosei와 같은 업체들이 LED 칩 개발과 양산에 동참했다.
또한 LED가 차세대 광원이 될지 모른다는 판단을 한 기존 조명 시장의 강자들도 1990년대 후반부터 LED 개발 및 양산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기 시작했다. Osram은 모회사 Siemens의 반도체 자회사 Infineon을 합병하여 Osram Opto Semiconductors를 설립했다.
Philips도 HP의 Agilent Technologies(現 Lumileds)를 합병하여 LED 역량을 갖추었다. GE도 EMCORE를 합병하여 GElcore(現 GE Lumination)를 설립하고 LED 칩 역량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했다.
이후 LED의 성능이 급속하게 향상되고 가격이 급락하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2000년대 초반부터 LED가 차세대 광원으로 채택되기 시작했다. 이미 주위를 둘러보면 신호등, 자동차의 후미등, 전광판에서 LED를 쉽게 발견할 수 있다.
휴대폰, 모바일 기기, 디지털 카메라의 대부분도 LED를 채용했다. 최근에는 냉장고에서 살균 기능까지 겸한 내부 조명과 인테리어를 위한 외관 조명을 LED를 통해 구현하기 시작하고 있고, LCD TV의 BLU(Back Light Unit)가 CCFL(냉음극 형광 램프)에서 LED로 교체되기 시작하면서 LED BLU가 LCD TV의 새로운 마케팅 차별화 포인트로 부상하고 있는 모습이다.
여기에 세계 각국은 2008년부터 진행되는 불황을 녹색 성장(Green Growth)으로 극복하고자 LED 조명 시장 성장을 힘차게 떠받들고 있다. 미국은 2020년까지 세계 LED 조명 시장의 50%를 점유하겠다는 `차세대 조명 이니셔티브‘를 이미 발표했다.
일본도 ‘21세기 광(光) 프로젝트’를 수립, 2010년까지 LED 교체를 통해 조명 에너지의 30%를 절감할 계획이다. 한국 정부도 저탄소 녹색성장의 일환으로 `2015년까지 전체 조명의 30%를 LED로 전환해 세계 3대 LED 조명 생산국가가 된다.`는 1530 목표를 세우고 2012년까지 총 1조 3천억 원을 투자해 우선 공공 부문에서 LED 조명을 구입토록 하고 추가로 세제 혜택을 주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각 시장 조사 기관들은 LED 조명(램프+픽스쳐)이 2018년까지 전체 조명 시장의 약 30% 이상 침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LED 조명 하나만으로도 반도체나 디스플레이에 맞먹는 약 60조 원의 새로운 거대 시장이 열린다는 것이다. 애플리케이션도 많아져 건축, 도로, 전광판, 실내 및 실외 조명, 자동차로 확장될 것으로 예상한다.
세계 각 국 정부는 일단 2009년부터 에너지 절약을 위해 관공서와 사회 인프라스트럭쳐(가로등, 신호등) 중심으로 LED 조명을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2012년 백열등을 퇴출시키면서 LED 조명 시장의 적극적인 확대를 이끌 계획이다. 따라서 LED 조명은 2012년 전후로 급속하게 확대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이런 예상 하에 수많은 업체들이 `젖과 꿀이 흐를 것 같은` LED 조명 시장으로 뛰어들고 있다. Philips(Lumileds), Osram(Osram Opto Semiconductors) 등 기존 조명 업체는 LED 조명 시장을 당연하다는 듯이 준비하는 모습이다.
여기에 Nichia, Cree, Toyoda Gosei 등 기존 LED 칩의 강자와 Acuity Brands(미국 조명 픽스쳐 1위), Zumtobel(EU 조명 픽스쳐 1위) 등 전통적인 조명 픽스쳐의 강자들도 인수 합병 또는 전략적 제휴를 시도하면서 LED 조명 시장을 노리고 있다. 뿐만 아니라 가전 회사, 컴퓨터 회사, 유통 회사, 정보통신 회사 등 수많은 회사들이 속속 LED 조명 시장에 진출하겠다는 의지를 밝히고 있다.
한 증권 애널리스트는 `자고 나면 LED 조명을 하겠다는 업체가 생긴다. 요즘 LED 사업을 안 하는 기업을 찾는 것이 더 어렵지 않을까 싶다.`고 유머스런 표현을 하기도 했다. 실제로 LED 보급협회는 국내 약 450개의 LED 관련 회사 중 60% 이상이 LED 조명 업체라고 제시한 바 있다.
그렇다면 LED가 차세대 광원으로 주목 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조명 관계자들은 LED 조명이 ▲고효율, ▲환경 친화, ▲긴 수명, ▲공간 효율성, 그리고 ▲기존 조명이 할 수 없었던 다양한 연출 효과를 모두 가능하게 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표> 참조).
고효율, 저전력
LED 업계는 무엇보다 LED가 광변환 효율이 높아 소비 전력이 낮다는 점을 강조한다. 현재 LED 광원은 백열등 전력 소비량의 20% 수준에 불과하다. 그리고 아직 형광등보다는 광원 효율이 낮지만 향후 2-3년 내 형광등 효율을 추월할 것이라는 주장도 제시된다.
왜냐하면 최근 불과 몇 년 사이에 LED 광원의 효율 개선이 급속하게 이루어졌고, 향후에도 이 추세가 지속될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특히 미국, 일본 등 선진국 정부가 150 lm/W ~ 120 lm/W LED 광원 개발을 정책적으로 주도하고 있어 이 주장은 어느 정도 타당한 것으로 보인다(<그림 2> 참조).
환경 친화적
LED가 주목받는 또 다른 이유는 LED 조명을 사용하면 환경을 보호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백열등이 강제로 퇴출될 경우, 이 자리를 대신할 광원 중 가장 먼저 손꼽히는 광원이 형광등이다. 왜냐하면 형광등은 효율도 좋고, 수명도 길고, 가격도 싸기 때문이다. 하지만 형광등은 수은(Hg)을 함유하고 있어 환경을 오염시킨다는 단점이 있다.
형광등은 저압의 수은을 유리관 내 봉입한 후 양쪽 전극에서 전자를 방출하고 전자와 수은과 충돌시켜 자외선을 방출시키고, 이 자외선을 유리관의 형광물질과 다시 충돌시키면서 빛을 발생시키는 원리를 가진다. 그래서 수은 없는 형광등은 상상할 수 없다.
반면 LED는 수은을 비롯한 다른 환경 오염 물질을 포함하고 있지 않다. 따라서 조명 관계자들은 백열등의 대체재로 형광등보다 LED의 손을 들어주는 추세이다.
긴 수명
LED 업계에 따르면 LED 조명은 백열등보다 약 80~100배, 형광등보다 약 10배의 긴 수명을 가진다고 한다. LED 조명의 수명이 8만 시간이고, 하루에 12시간 동안 조명을 켠다고 가정하면, 소비자는 한번 구입한 LED 조명을 18년 동안 사용할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이 긴 수명이 비싼 LED 가격의 약점을 보완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총 비용(Total cost) 관점에서 LED 조명의 경제성을 예상한 몇몇 자료를 보면, LED 조명이 기존 조명의 경제성을 넘어서는 시점이 형광등 대체용은 7년, 광원 효율이 다소 낮은 할로겐 대체용은 3년으로 예상되고 있다. 다시 말해 형광등 대신 LED 조명을 7년 이상, 할로겐 대체로 3년 이상만 사용하면 소비자 입장에서 더 경제적인 것이다.
공간 효율성
LED 칩의 크기는 대략 0.25㎟로 쌀알 크기보다 작다. 그리고 이 칩을 포함한 패키지도 넓이가 21㎟, 높이가 보통 5㎜ 미만이다. LED BLU의 두께는 이미 1㎝ 벽을 넘어선지 오래이다. 반면 백열등은 주먹만 한 크기이고, 형광등도 LED 광원 두께의 4배가 넘는다. 여기에 픽스쳐까지 붙으면 기존 조명의 두께는 한 뼘이 넘는다.
그래서 기존 조명 기구를 천장에 달면 높아보이던 천장이 의외로 낮아지고, 실내 면적은 그만큼 줄어들게 된다. 만약 기존 조명 대신 LED 조명을 달면 어떻게 될까?
에어컨 공조 기구의 제한을 받지 않는 천장이라면 그 높이가 10cm 이상 높아지고 그만큼 실내 공간이 넓어지게 된다. 20층 이상의 고층 빌딩의 경우, 천장 두께를 줄이면 같은 높이에 한 층을 더 올릴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이 외에도 LED가 소형이라 천장 모서리를 따라 광원을 붙이면 공간을 절약하면서도 보조 조명을 설치할 수도 있고, 굽은 공간을 따라서도 조명을 설치할 수도 있다. 그래서 에어컨, 냉장고, 프린터, 자동차의 굽은 외면을 따라 조명을 설치할 수 있는 새로운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다양한 연출 효과
디지털 조명인 LED가 기존 아날로그 조명과 차이를 보이는 또 하나의 포인트로 지능형 제어가 가능하다는 점이 지적된다. 기존 조명은 한정된 컬러로 고정된 조명을 연출할 수밖에 없다.
기존 조명 중에서도 비교적 컬러나 밝기에서 자유도를 가지는 형광등의 경우 색 온도가 다른 형광등을 디밍(Dimming)하거나, 켜는 형광등 개수를 변화시키거나, 다른 컬러의 형광등을 조합해서 변화를 추구할 수는 있다. 그러나 이를 위한 전용 안정기의 가격이 워낙 높고, 이를 위한 공간이 많이 필요하며, 실제 표현할 수 있는 범위도 한정되어 있어 사실상 유명무실 했었다.
반면 LED 조명은 다양한 컬러와 밝기와 디밍 등으로 역동적인 조명을 연출할 수 있다. 그래서 인간의 생체 주기나 시간, 기분에 따라 빛의 세기, 컬러, 밝기, 색온도 등을 변화시킬 수 있다.
논란의 여지는 있지만 일반적으로 조명에서 컬러, 색 온도, 조도가 인간의 시각 피로 및 정신 피로에 다소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작업의 유형이나 사람의 생체 리듬에 따라 조명을 변화시킬 수 있는 LED 조명은 기존 조명이 줄 수 없는 +α를 제공할 수 있는 것이다.
Ⅲ. LED 조명 캐즘 가능성
그러나 최근 시장이 LED 조명을 너무 낙관적으로 보고 있는 것 같아 다소 우려스러운 것도 사실이다. 분명 LED 조명은 ▲고효율, ▲환경 친화, ▲긴 수명, ▲공간 효율성, 그리고 ▲다양한 연출 효과를 모두 포함하고 있다. 그리고 기술 발전과 가격 하락은 소위 하이츠의 법칙(Haitz`s Law) 대로 진행될 것이라는 희망을 걸어볼만 하다(<그림 3>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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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4월 중순에 일본 도쿄에서 열린 LED/OLED Lighting Technology EXPO 2009에서 필립스도 `LED에 관한 한,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는 LED 조명 도입에서 기술이 장애 요인은 되지 않을 것`이라 힘주어 이야기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과연 LED 성능이 향상되고 가격이 하락하면 LED 조명이 백열등이 빠진 자리를 쉽게 꿰어 찰 수 있을 것인가? 그렇지만은 않을 것이다. LED 조명 업체는 LED 조명의 캐즘(Chasm) 발생 가능성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캐즘(Chasm)이란 지질학에서 사용되는 전문 용어로 ‘상이한 지층간의 압력차이로 인해 땅이 찢겨져 나가면서 생긴 깊고 넓은 틈’을 의미한다. 경영학 분야에는 1990년대 말 실리콘 밸리의 기업 컨설턴트인 제프리 무어(Geoffrey A. Moore) 박사가 ‘혁신성을 중시하는 초기 시장과 실용성을 중시하는 주류 시장(Mainstream Market)간의 소비자의 상당한 특성 차이’를 캐즘에 비유하면서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
하이테크 제품은, 신기술을 잘 이해하고 그것이 제공하는 편익을 누리고자 하는 열망이 강한 선각 수용자 계층까지는 쉽게 침투 가능하다. 그러나 시장의 다수를 구성하는 실용적인 소비자들은 급격한 변화보다 점진적인 변화를 원하고, 검증되고 표준화된 기술을 선호하며, 기존 방식을 버리고 새로운 방식을 쉽게 받아들이지 않는다. 결국 기술과 시장의 단절 현상이 생기고 시장이 상당한 기간 동안 조정 메커니즘을 거치게 되는 것이다(<그림 4> 참조).
LED 조명도 이 캐즘에 직면할 가능성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왜냐하면 ‘고효율 제품을 저비용으로만 제공하면 소비자들은 당연히 사지 않겠느냐?’라고 말하는 LED 조명 낙관론자의 주장과는 다르게 LED 조명 시장에 기술과 가격 외에도 또 다른 캐즘의 요인이 존재하는 것으로 판단되기 때문이다.
소비자의 감성 만족
생산자 관점에서 보면 조명 소비자들은 다소 비합리적인 것처럼 보인다. 열심히 노력해서 고효율 제품을 값싸게 제공했는데, 소비자들은 비싼 돈을 주고 효율이 낮은 조명을 사는 것이다.
형광등이나 메탈 할라이드 등은 백열등보다 4-5배 에너지 효율이 높다. 그리고 가격과 수명을 고려했을 때 백열등보다 훨씬 경제적이다. 그러나 소비자는 여전히 백열등을 선호한다.
형광등이 출시 된지는 70년, 메탈 할라이드 등이 출시 된지는 4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백열등 시장의 규모는 전체 조명의 반 이상을 차지한다. 만약 2012년 백열등의 강제 퇴출이 없다면 소비자들은 여전히 백열등을 살지 모른다. 그렇다면 소비자들은 왜 비합리적인 것처럼 보일까?
조명은 성능과 가격 이외에 느낌이라는 요소를 포함하고 있기 때문이다. 경험적으로 한국 사람들은 파란색에 가까운 높은 색온도(K)를 좋아하는 반면, 서양 사람들은 붉은 색에 가까운 낮은 색온도(K)를 좋아한다고 알려져 있다.
그래서 TV나 모니터를 보면 색온도를 바꾸는 기능이 필수적으로 추가되어 있을 정도다. 그리고 높은 조도를 좋아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 낮은 조도를 좋아하는 사람도 있다.
예를 들어 집에서 가벼운 독서나 휴식을 취하고자 하는 사람들은 낮은 조도의 연색성이 높은 광원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이런 사람들은 조명의 느낌을 가격이나 광원 효율보다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
또한 같은 컬러에 대해서도 개인마다 반응이 다르다. 불그스름한 할로겐 램프를 보면서 멋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 우중충 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 그래서 소비자들은 취향에 따라서 조명을 구입하는 경향이 있다.
그리고 이런 소비자들이 시장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글로벌 조명 시장 중에서 주택이 전체 시장의 약 30% 정도 비중을 가지는데, 이는 상업용 빌딩(13%)과 공공기관 건물(12%), 산업용 및 기타 건물(7%)을 합친 비중에 맞먹을 정도이다.
그래서 백열등이 빠진 자리는 이 백열등과 유사한 느낌의 조명이 치고 들어갈 가능성이 높다. 만약 LED 조명이 백열등의 느낌을 살리지 못한다면 아무리 효율이 좋고 경제적이더라도 시장에서 선택받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소비자의 히든 코스트
소비자는 램프와 픽스쳐 가격뿐만 아니라 인프라스트럭쳐 비용과 배광(配光, light distribution) 효율에 따른 조명 비용을 동시에 포함하여 조명의 경제성을 계산한다. 그래서 LED 조명 업체가 이러한 히든 코스트까지 극복할 수 있는 매력적인 가격을 제시하지 못한다면, 소비자는 새로운 조명 기기로 변경하는데 따르는 수고와 비용을 감당하기를 주저할 것이다.
예를 들어 형광등이 백열등보다 효율이 좋고 경제적이지만, 형광등이 나온 지 70년이 지난 지금에도 브라질과 같은 개발도상국에서 형광등을 찾아보기는 쉽지 않다. 왜냐하면 형광등은 새롭게 픽스쳐와 안정기를 설치해야 하는 추가 작업이 들어가야 하는데, 소비자 입장에서는 몇 백 원에 불과한 백열 전구를 갈아 끼는 것이 형광등 설치에 따른 추가 비용과 수고를 감당하는 것보다 더 경제적이기 때문이다.
또한 LED 조명의 이전 설치 문제도 고객에게 부담이 될 수 있다. 앞서 언급했듯이 조명 시장의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시장은 주택 시장이다. 그런데 LED 조명의 이상적인 수명은 10만 시간이다. 하루 12시간동안 조명을 밝힌다고 하더라도 20년이 넘는 시간이다.
그런데 LED 조명을 구입하는 소비자들이 과연 그 집에서 20년 이상 거주할까? 비싸게 조명을 설치했으니 이사할 때 에어컨을 떼 가는 것처럼 방방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