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 검찰개혁이 사회적으로 커다란 이슈이다. 검찰에 가장 많은 자율권을 부여했던 노무현 전 대통령의 비극적인 선택이 있은 뒤로 검찰제도 자체가 개혁의 대상이 되는 것을 보니 조금은 허탈하고 씁쓸하다. 역사의 발전과 변화는 역시 인간의 예측과 상상을 뛰어넘으며 이루어지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검찰의 권한이 근래에 갑자기 커진 것은 아니다. 오히려 유신정권과 5공화국을 거치면서 정점에 올랐던 검찰권력은 이후 조금씩 축소 또는 견제되어왔다. 그럼에도 검찰이 여느 수사기관보다 막강한 권력을 갖고 있다고 느껴지는 것은, 정치적 사정(司正)을 담당해온 정보기관들, 예컨대 과거 안기부나 보안사 같은 곳이 언제부턴가 예전의 역할을 잃어감에 따라 상대적으로 검찰이 전면에 나서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수사에서 형 집행까지 막강한 검찰권력
검찰의 권한은 크게 수사권과 기소권으로 대별된다. 수사권에는 일선 수사기관인 경찰에 대한 수사지휘권과 수사종결권이 포함되고, 무엇보다 인신의 구속을 가능하게 하는 체포·구속영장의 청구권이 주어져 있다. 법원에 형사재판을 청구하는 권한인 기소권은 검찰만이 행사할 수 있다.
이것을 `기소독점주의`라 하거니와, 나아가 검찰은 기소 여부를 결정하는 재량도 가지고 있으니 기소에 관해서는 거의 전권을 행사하는 셈이다. 여기에다 형사재판에 참여하여 피고인의 반대 당사자로서 유죄를 입증하는 권한과 함께 확정 선고된 형을 집행하는 것도 검찰권의 내용에 속한다.
이렇듯 범죄사건의 수사와 법원에의 소추(訴追)를 주 내용으로 하는 검찰제도는 본래 법원으로부터 분리된 것이다. 근대적인 사법제도가 등장하기 전에는 하나의 권력기관에서 수사와 재판을 모두 담당했는데, 재판기관이 공정성을 지키기 어렵다고 보아 수사와 소추를 담당하는 기관을 분리시킴으로써 법원이 대립하는 양 당사자 사이에서 객관적인 위치를 점하도록 했다. 검찰권이 준(準)사법권이라 불리며 그 권한 행사가 본질적으로 법원의 통제를 받는 역사적인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문제는 법원만으로는 검찰의 강한 권한을 견제하기에 역부족이라는 것이다. 더구나 우리나라처럼 수사와 기소 등 범죄사건 처리에서 대부분의 권한을 검찰이 틀어쥐고 있고, 이에 따라 정치권력 같은 외부 영향에서 자유롭지 못하며 그 중립성마저 의심받는 상황이라면 제도적인 대안이 모색될 수밖에 없다.
비대한 수사권 덜어내고 과도한 기소권 견제해야
이러한 맥락에서 제기되는 검찰개혁의 대안은 사실 새로운 이야기가 아니다. 검찰 권한의 조정에 관해서는 수년 전부터 여러 방안이 제시돼왔고, 이 가운데 벌써 실행중인 것도 있다. 그중 주요한 내용을 간추려 보면 아래와 같다.
우선 수사권과 관련해서는 일선에서 직접 수사를 담당하는 경찰에 그 권한의 일부를 이양할 필요가 있다. 현재 검찰은 몇몇 주요 사건에 한해 직접 수사를 하고, 나머지 대부분의 범죄사건에서는 경찰 수사를 지휘하고 있다.
특히 필요한 경우 지방검찰청장은 담당경찰의 교체를 요구할 수 있으며, 사건의 최종처리 방향을 결정하는 수사의 종결은 검사만이 할 수 있다. 이 같은 수사권의 배분에 대해 경찰에 대부분의 수사(종결)권을 주고 검찰은 공소유지에 전념하는 것이 현실에 맞는다는 주장은 오래전부터 반복되어왔다.
일본의 식민지배와 해방 직후 부패한 경찰 권력을 경험한 탓에 이러한 제도변화가 너무 이르다는 반론도 있었지만, 이제 검찰에 집중된 권력구조가 강하게 비판받고 있고, 경찰도 지방화에 걸맞게 그 규모를 계속 축소해간다면 이러한 전제는 더 이상 현실성을 가질 수 없게 될 것이다.
다음으로 기소권과 관련해서는, 이 역시 오랫동안 주장된 내용이지만, 지난 2007년 재정신청(裁定申請)제도가 모든 범죄에 적용 가능하도록 그 범위가 확대된 바 있다. 이 제도는 검사의 불기소처분에 대해 관할 고등법원에 그 당부를 심사해주도록 청구하는 내용을 갖는데, 앞으로 그 활용이 크게 기대되면서도 본질상 사후적․소극적인 구제방법이라는 한계가 있다.
그러므로 몇몇 외국의 예와 같이 일정한 기준에 따라 중대한 범죄의 경우에는 반드시 기소하는 `기소법정주의`를 검토해보아야 한다. 또 불기소처분과는 반대로 검사가 기소권을 남용하는 경우에는 현재 아무런 통제수단이 없다.
법원이 무죄 혹은 공소기각 같은 형식재판을 하면 되겠지만, 이것은 이미 피고인이 수사와 재판과정을 통해 물질적·정신적 고통을 겪은 후의 일이다. 따라서 근본적으로는 기소 여부의 결정과정에 일반 시민이 직접 참여하는 ‘대배심제도’도 고려해볼 만하다.
공정한 인사가 개혁의 기본
또 한 가지 중요한 문제는 검찰의 내부인사이다. 어떤 검사들은 현재 검찰이 그 직제나 예산 등에서 정부의 간섭과 통제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는 불만을 토로한다. 정치권력은 무엇보다 승진과 보직 같은 인사권을 통해 검사들을 길들여왔다. 이러한 폐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우선 검찰총장의 임명과정을 더욱 엄격하게 만들어야 한다.
중립적이고 소신 있는 인사가 총장으로 발탁될 수 있도록 국회청문회의 내용을 더욱 실질화 하고, 법무부 장관이 아닌 변호사협회나 법률가협회가 후보를 추천하도록 하며, 필요하다면 국회 동의를 얻도록 하는 방안 등이 제시될 수 있다.
또 구체적인 사건에서 검찰총장을 지휘할 수 있는 법무부 장관의 권한 행사는 중대 사건에 한정하거나 그 방식을 서면으로 하는 등 객관적인 기준을 마련하여 공정하고 투명하게 이루어지도록 하여야 한다.
더불어 평검사 인사에도 공명정대한 기준이 마련되어야 한다. 현재 설치되어 있는 `검찰인사위원회`에 외부위원이 더 많이 참여하도록 재구성하고, 여기에서 나온 객관적 기준이 검찰 내·외부에 공개되어 투명한 인사가 이루어지도록 만들어야 한다.
현재 법무부 장관이 지니는 검사 보직에 관한 제청권은 검찰총장에게 이양하되, 검찰총장은 특별한 이유가 없는 한 인사위원회가 제시한 기준에 반드시 따르도록 한다면 공정한 인사를 제도적으로 보장할 수 있다.
검찰의 모든 권력은 국민에게서 나온다
이밖에도 여러 소소한 개혁방안이 제시될 수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 강조하고 싶은 것은 이러한 제도개혁안 대부분이 `위로부터의` `권력에 의한` 개혁이라는 사실이다. 아무리 공정한 제도를 만들었더라도 집권자가 의도적으로 남용하려 한다면 방법은 얼마든지 찾아낼 수 있다.
그렇다면 결국 근본적인 대안은 검찰권에 대한 국민의 직접 민주주의적 통제이다. 아직은 다소 비현실적으로 들리지만, 검찰의 지방자치화와 분권화, 지방검사장의 직접선거와 검찰총장을 비롯한 검사장들에 대한 국민의 직접소환제 등은 검찰권 또한 국민주권주의와 민주주의 원리의 지배를 받는 국가권력의 하나일 뿐임을 분명하게 일깨우는 계기가 될 것이다. <창비주간논평>
저자 소개
최정학 / 방송대 법학과 교수
서울대학교 법학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받음. 울산대학교 교수를 역임하고 현재 한국방송통신대학교 법학과 교수, 민주주의 법학연구회 회원으로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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