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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미래 인간은 과연 어떤 모습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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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규의 이야기가 있는 과학 이슈

 

우리에게 닥칠 미래를 미리 알 수는 없을까. 몇 년 후 아니 몇 분 후의 미래라도 미리 알 수 있다면 우리의 운명은 확연히 달라질 것이다. 때문에 사람들은 새해를 맞아 점집을 찾거나 인터넷 운세사이트를 기웃거리며 토정비결을 보는지도 모른다.


그럼 한 개인의 미래가 아닌 우리 인간 전체의 미래 모습은 과연 어떨까. 침팬지와의 공동조상으로부터 진화해 오늘날에 이른 인류가 앞으로 더 이상 자연선택에 의해 진화하기란 불가능해 보인다. 자연선택에 의한 진화는 남보다 힘이 세거나 뛰어난 두뇌를 가진 사람 혹은 추위를 잘 견디거나 사냥을 잘하는 사람들이 살아남아 자손을 남겼다.

 

하지만 이런 육체적ㆍ지적 능력은 현대 사회에서 더 이상 자연선택을 강요당하지 않는다. 예전에 비해 훨씬 안정적인 생활환경에 의해 그런 능력의 차이에 관계없이 누구나 자신의 유전자를 후손에게 남길 수 있게 되었다.


그럼 인간의 진화는 이대로 영원히 멈추어 버리는 것일까. 과거 지구 생명체의 진화 역사를 살펴보면 생물은 생태계가 안정된 평형 상태에서는 오랫동안 거의 진화하지 않는 특성을 보였다. 그러다가 빙하기가 닥치는 등 환경이 갑작스럽게 변함과 더불어 순식간에 진화하거나 소멸하곤 했다.


6억년 전 캄브리아기에 갑자기 온갖 다세포 생물이 출현한 생물 진화상의 대사건도 대빙하기가 끝나고 갑작스럽게 환경이 바뀌면서 일어났다. 이렇게 볼 때 안정된 현재 환경에서의 인류 진화는 거의 정체 상태에 가까울 수밖에 없다. 고작 변화하는 환경이라고 해봤자 이전보다 훨씬 풍부해진 식생활과 선진화된 의료 기술, 교통의 발달로 인한 세계화 등을 꼽을 수 있다.


이에 따라 런던경제대학의 진화론자 올리버 커리 박사는 서기 3000년경 인간의 평균 신장은 2m, 평균수명 120세, 피부는 커피색이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키와 수명이 늘고 인종 차이가 거의 사라져 커피색 피부의 단일 인종이 된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여기서 하나 빠뜨린 게 있다. 급속하게 발전하는 과학기술이라는 환경의 대변화가 바로 그것이다. 과학기술을 통해 더 나은 인간으로 발전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트랜스휴머니즘’은 그와 같이 미래에 나타날 새로운 인간을 포스트휴먼(posthuman)이라 부른다. 또 현재 인간과 포스트휴먼 사이의 중간 단계는 트랜스휴먼(transhuman)이라 부르기도 한다. 즉, 현재 인류는 트랜스휴먼을 거쳐 포스트휴먼으로 진화할 거라는 주장이다.


트랜스휴먼이라는 용어의 어원은 이란계 미국인 미래학자 FM-2030이 과도기적 인간(transitional human)이라는 용어의 줄임말로 사용한 것에서 유래한다. 트랜스휴머니스트였던 FM-2030은 자신이 100세가 되는 2030년까지 살기를 바라며 이름을 그렇게 바꾸었으나 이미 지난 2000년에 사망했다.


그는 새로운 진화적 존재인 트랜스휴먼이 탄생하고 있는 징후로 인공보철물과 성형수술, 남녀의 양성화, 체외수정을 통한 임신, 전통적 가족 가치의 폐기, 텔레커뮤니케이션의 강화 등을 들기도 했다.


지난 20여 년간 사회운동의 한 형태로 발전해온 트랜스휴머니즘은 현재 인간의 모습이 발달의 끝이 아니며 과학기술의 진보를 통해 신체기능 및 삶의 조건 등 인간의 가능성을 무한히 향상시킬 수 있다고 보는 철학이다.


그럼 과연 트랜스휴머니즘이 예상하는 미래 인류는 현재의 인류에 비해 어떤 능력이 뛰어난 것일까. 첫 번째는 수명의 연장이다. 예로부터 인간은 불로초를 구하려는 시도를 하는가 하면 현대 과학도 노화와 죽음의 신비를 풀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즉, 오래 살고자 하는 것은 생명체의 본능이다.


하루가 다르게 발전을 거듭하고 있는 생명공학과 나노과학 등은 인간의 수명을 획기적으로 연장시키는 방법을 찾아낼 가능성이 크다. 유전학자인 오브리 케임브리지대 교수는 노화에 대한 연구결과에 따라 인간이 곧 1,000세까지 살 수 있다는 낙관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다.


또한 단순히 육신의 수명이 아닌 정신적인 영원한 삶도 생각해볼 수 있다. 인간의 뇌에 저장된 기억들을 컴퓨터로 옮기는 마인드 다운 로딩을 통해서다. 한 인간의 뇌에 저장된 모든 기억과 추억과 지식을 송두리째 슈퍼컴퓨터에 백업 시켜놓았다가 언제든지 새롭게 재생된 육체에 넣으면 영생이 가능한 것이다.


그렇게 되면 사고로 기억을 상실했을 때 뇌를 다시 부팅할 수도 있고, 자신이 죽은 후 대리로봇을 통해 가상현실처럼 자신의 존재를 영원히 이어 나갈 수도 있게 된다.

 

미래 인류가 지닐 두 번째 능력은 신체 기능의 발전이다. 현재 인간이 지닌 감각 형태는 동물보다 능력이 뒤떨어진 것이 많다. 예를 들면 타조는 인간보다 시력이 10배 이상 뛰어나 4km 밖의 물체도 구분할 수 있으며, 집에서 기르는 개만 해도 사람에 비해 약 1천배 정도 발달된 후각을 지니고 있다.


또 수중음파 탐지능력과 자기장이나 진동을 감지할 수 있는 능력 등 대부분의 동물들은 인간에 비해 뛰어난 감각기능을 지니고 있다. 포스트휴먼은 이처럼 동물만큼의 뛰어난 시각과 청각, 후각을 지닐 수 있게 될지도 모른다.


고개를 돌리지 않고도 뒤를 볼 수 있도록 머리 뒤에 눈을 하나 더 달 수도 있고, 팔이 네 개가 될 수도 있다. 소머즈나 육백만불의 사나이처럼 자동차보다 빠른 다리와 기중기 같은 힘을 지닌 팔을 가질 수도 있다.

한편 인간은 동물이 지니지 못한 특수한 감각능력을 지니고 있다. 예를 들면 음악을 감상한다든가 유머 감각이 있다든가 하는 것들이다. 따라서 현재에는 어떤 생명체도 가지지 못한 보다 수준 높은 특수한 감각 형태와 능력이 개발될 수도 있다.


세 번째 예상할 수 있는 변화는 지적 능력의 발전이다. 현재 인간은 지구상의 생명체 중 가장 뛰어난 지능을 지니고 있다. 그러나 도서관에 소장된 모든 책들을 완벽히 기억하고 이해하지는 못한다. 또 가끔씩 무엇을 잊어먹는 건망증과 어른이 되면 어릴 적만큼의 언어 습득능력을 보이지 못하는 등 중대한 결함도 지니고 있다.


그러난 포스트휴먼은 지금의 천재들보다 훨씬 높은 지능인 ‘슈퍼인텔리전스’를 갖게 될 것이다. 뇌를 컴퓨터에 접속만 하면 어렵게 공부하지 않아도 비행기를 금세 조종할 수 있다. 또한 어떤 지식이 인터넷에 올려지는 순간 전 인류적 차원에서 공유되는 것처럼 집합지능을 가지게 되어 이전보다 훨씬 강력해진 문제해결능력을 가질 수도 있다.


또 손을 대지 않고도 마음으로 물체를 움직일 수 있는 텔레키네시스(telekinesis)는 물론 영감만으로 의사를 주고받는 텔레파시가 가능해지게 될지도 모른다. 거기에다 이제까지는 자기 자신을 마음대로 제어하지 못했던 의지력과 습관, 성격 등도 원하는 대로 형성하는 능력이 부가될 수도 있다.


이처럼 엄청난 변화를 겪게 될 포스트휴먼 시대에는 당연히 가치관이나 사회제도도 달라지게 된다. 일부일처제가 사라지고 자식을 낳으려는 사람도 줄어들 것이다. 가족 구성에 있어서도 다양한 형태가 등장하게 되며 출생연도에 기반한 생물학적 나이도 의미가 없어진다.


때문에 ‘역사의 종언’을 저술한 석학이자 미국 존스홉킨스대 교수인 프랜시스 후쿠야마 박사는 인류에게 가장 위협적인 사상으로 트랜스휴머니즘을 꼽기도 한다.


하지만 현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가 포스트휴먼을 상상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아니, 거의 불가능하다고 봐야 할 것이다. 그것은 마치 침팬지가 현재 인간이 가지고 있는 다양한 능력을 인지할 수 없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Science Times/이성규 편집위원  yess0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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