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로도 얼굴에 나타나는 여러 가지 신호를 통해 각종 숨은 질병을 알아낼 수 있다고 한의사들은 말한다. 얼굴색이나 부기, 주름을 비롯해 눈, 귀, 입, 혀 등으로 숨은 질병을 알아내는 방법을 자세히 알아보자.
▶ 얼굴색
사람을 만나면 가장 쉽게 눈에 띄는 것이 얼굴색. 어떻게 얼굴색으로 숨은 질병을 알 수 있을까. 자연의학 전문가로 유명한 일본 이시하라클리닉의 이시하라 유미 원장은 < 전조증상만 알아도 병을 고칠 수 있다 > 는 저서를 통해 그 구체적인 방법을 소개하고 있다.
우선 얼굴빛이 연분홍색이면 건강에 별 이상이 없지만, 붉다면 고혈압 또는 흥분, 초조감 등으로 혈액과 열이 머리로 몰린 상태일 수 있다.
만약 보랏빛을 조금 띤 붉은색이면 혈액순환이 나빠 혈액이 오염된 상태, 즉 한방에서 말하는 어혈이 많은 것으로 볼 수 있다. 특히 술을 많이 마시거나 간경변증이 있는 사람이 광대뼈, 코 끝부분에 모세혈관이 확장돼 있다면 어혈이 있을 가능성이 높다. 어혈이 있을 때는 어깨 결림이나 두통 외에도 어지럼증, 냉증, 생리불순 등을 보이고 치질, 정맥류, 뇌경색, 심근경색 등에 걸리기 쉬우므로 주의해야 한다.
또 눈 흰자위와 온몸의 피부가 노랗다면 간이나 담낭에 어떤 이상이 생길 때 찾아오는 황달일 가능성이 높다. 얼굴 피부가 거무스름하다면 간경변증, 간암 등 만성 간 기능 장애가 의심된다. 해독기관인 간의 기능이 저하돼 오염된 혈액이 흐르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는 것. 얼굴이나 목, 팔, 가슴 등에 거미 다리 같은 붉은색의 선이 생겨도 간경변증, 만성 간염 등 간 기능 장애를 의심해야 한다. 간세포 내에서 파괴되는 여성호르몬이 완전히 파괴되지 않고 혈액 속에 많아질 때 이런 붉은색 선이 생긴다.
노폐물의 대부분을 여과해서 배설하는 신장의 기능이 떨어져도 얼굴이 거무스름해진다. 이때는 피부가 얇아서 혈액의 색이 잘 보이는 눈 주위부터 거무스름해진다.
빈혈일 때는 가벼울 때는 얼굴이 하얗지만, 더 심해지면 얼굴의 붉은 기가 사라지고 엷은 누런색이 된다.
만약 코를 중심으로 나비가 날개를 편 듯한 모양의 붉은색 발진이 생기면 자가면역질환인 루푸스가 의심된다.
얼굴이 부을 때 의심되는 질환 중 하나로는 갑상선 기능저하증이 있다. 갑상선 기능저하증이 생기면 모발과 눈썹이 빠지고(특히 눈썹 꼬리의 3분의 1이 먼저 빠진다), 눈꺼풀이 붓기도 한다. 또 피부도 거칠어지고 건조해진다.
안면신경이 마비되면 뇌졸중 같은 중추성 마비, 암·중이염·수막염·외상 등 말초성 원인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 좋다. 눈이 완전히 감기지 않거나 전혀 감기지 않는 경우, 코 옆에서 입술 양끝 부분이 처진 경우, 휘파람을 불면 마비된 쪽에서 공기가 새는 경우, 찡그려도 이마에 주름이 잡히지 않는 경우라면 안면신경이 마비된 것이다. 예를 들어 눈이 잘 감기지 않는 것은 제7 뇌신경(안면신경)의 지배를 받는 안륜근이 수축하지 못해 나타난다.
▶ 귀
갑자기 귀밑샘(이하선)이 붓는다면 당뇨병 여부를 체크해봐야 한다. 물론 급성 이하선염이나 이하선종양일 때도 귀밑샘이 붓는데, 이때는 한쪽 귀만 붓는다. 또 이하선염일 경우에는 열이 난다. 때문에 중년 이후에 특히 비만인 경우 양쪽 귀밑샘이 통증이나 발열 없이 붓는다면 혈당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바람직하다.
귀 연골을 따라 혹이 생기면 관절염의 하나인 통풍일 수 있다. 통풍은 주로 엄지발가락 관절에 이상이 생기는 경우가 많지만 귀에도 요산이 침착돼 결절이 생기기도 한다.
또 하나 흥미로운 점은 귓불에 주름이 있으면 심장병과 관련이 있다는 미국의 연구 결과다. 54~72세에 속하는 어른 108명을 8년간에 걸쳐 조사한 결과, 귓불에 주름이 있는 사람은 심장발작 등 심장병으로 사망한 건수가 귓불에 주름이 없는 사람보다 3배나 높았다.
또 관상동맥질환이 없는 사람의 심장질환 사망률도 귓불에 주름이 있는 경우가 귓불에 주름이 없는 경우에 비해 거의 여섯 배나 높았다. 이것은 동맥경화가 진행되면 동맥의 모세혈관이 많이 뻗어 있고, 또 지방이 많은 귓불에 가장 먼저 동맥경화가 나타나기 때문이다. 귓불 속 지방도 영양 부족으로 위축돼 주름이 생기는 것이다.
▶ 눈
눈은 특히 간과 밀접한 부위로 알려져 있다. 피로, 질병, 노화 등으로 간 기능이 전보다 떨어지면 크기에 비해 혈액을 많이 필요로 하는 눈에 여러 가지 증상이 찾아온다.
"술자리 모임이 잦은 연말에는 과음으로 간을 혹사시켜 다음 날 눈이 흐릿해지는 증상을 호소하는 이들이 많아진다"는 것이 정주화 율한의원 원장의 설명이다. 때문에 눈이 침침하거나 피로한 경우에는 눈도 눈이지만 간 기능을 개선시켜야 좋아진다고 한다.
눈의 각막 주위를 둥글게 둘러싸는 흰색 고리가 보인다면 콜레스테롤이 침착돼서 생기는 것이므로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동맥경화증이 생겼는지 검사를 해보는 것이 바람직하다.
흔히 `눈에 핏발이 섰다`고 표현하는 눈의 충혈은 눈을 지나치게 혹사할 때 나타나는 혈액순환 장애 현상이다. 또 화를 내거나 정신적으로 매우 긴장했을 때 눈이 충혈되기도 한다.
눈 아래 생기는 다크서클도 이상신호다. 여성들의 경우 다크서클이 생기면 진한 화장으로 가리려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원인부터 파악하는 것이 지혜로운 방법이다. 한방에서는 다크서클은 어혈 때문에 생기는 것으로 본다. 또 신장병이 있을 때도 혈액 속의 노폐물이 잘 배출되지 못해 혈액이 오염되므로 다크서클이 생길 수 있다.
유난히 다래끼가 자주 난다면 몸의 저항력이 떨어졌다는 신호로 읽어야 한다. 속눈썹 뿌리에서 황색포도상구균 같은 화농균이 침입해 통증, 충혈, 부종 등을 보이는 것이 다래끼인데, 더러운 손으로 눈을 비빌 때 잘 걸린다.
안압이 올라가면 노년층에 많은 녹내장이 의심된다. 병원을 찾지 않고 스스로 안압을 알아보려면 가볍게 눈을 감은 상태에서 좌우의 둘째손가락 안쪽을 눈꺼풀에 대고 살며시 안구를 눌러본다. 이때 딱딱하다는 느낌이 들면 안압이 높은 상태다. 두통이나 구역질, 눈물, 시력장애 등의 증상을 보인다면 녹내장일 가능성이 높다.
▶ 입/혀
건강한 혀는 전체가 분홍색을 띤다. 혀가 눈에 띄게 붉다면 몸속의 발열 혹은 수분 부족이 의심스럽다. 빈혈, 냉증이 있는 사람은 혀가 하얗게 변한다.
보라색을 띤 암적색이면 혈액순환이 나쁘다는 신호, 즉 어혈이 있는 상태다. 이럴 때 혀를 내밀어 코 쪽 방향으로 들어서 혀 뒷면을 살펴보면, 혀 아래에 나 있는 두 줄기 정맥이 진한 보라색으로 부풀어 있는 경우가 많다. 때문에 어혈을 없애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혀의 표면에 붙어 있는 설태도 잘 살핀다. 설태의 색이 흰색-누런색-옅은 갈색-갈색-진한 갈색-검은색 순으로 진해질수록 몸속에 많은 노폐물이 쌓여 있다는 이야기다. 다시 말해 혈액이 오염돼 있다는 것이다.
설태가 거의 없고 혀 표면에 물기가 많다면 몸속에 수분이 지나치게 많은 상태가 아닌지 확인해 보는 게 좋다. 만약 설태가 고르지 않고 드문드문 있다면 소화불량이나 체력 저하, 신경성 질환이 있을 가능성이 있다.
율한의원 정주화 원장 <양산인터넷뉴스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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