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학을 맞아 극장가는 부모님과 함께 영화를 보러온 아이들로 분비고 있다. 가족 영화가 강세인 가운데 박물관 야간 경비원의 기상천외한 모험을 그린 영화 ‘박물관이 살아 있다’가 400여만 명의 관객을 동원하였으며, 온 가족이 함께 볼 만한 영화ㆍ애니메이션이 속속 선보이고 있다.
▶아버지는 살아있다, ‘박물관이 살아있다’
남자는 약하지만 아버지는 강하다. 박물관이 밤이 되면 살아난다는 ‘주만지적인’상상력으로 돌아온 ‘박물관이 살아있다’에는 박제되어버린 우리네 아버지들의 자화상이 숨어 있다. 하는 일마다 실패해 이혼까지 한 래리 댈리(벤 스틸러 분)는 아들에게만은 떳떳하고 싶어 일자리를 찾는다. 그 일이란 다름 아닌 박물관 야간경비원. 그런데 이 박물관 야간경비가 만만찮은 일이다. ‘박물관은 역사가 살아나는 곳이다’라는 경구가 실제 상황으로 변하기 때문이다.
롤러코스터 타듯 신나게 박물관 모험 속에 빠지다 보면 슬슬 이 영화가 직업도 없고 입지도 좁아진 우리네 아버지들 이야기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아들 앞에서 떳떳하게 서는 모습에서 어떤 통쾌함을 느끼게 되지만, 그것이 결국 판타지라는 점에서 씁쓸한 뒷맛을 남긴다. 평소 아이들에게 주말 잠자는 모습으로 기억되고 있는 아버지라면, 함께 보는 것으로 서로간 이해의 폭이 넓어질 수 있는 영화다. ‘박물관이 살아있다’에서 아이들은 어쩌면 ‘살아있는 아버지’를 찾아낼 수 있을 지도 모른다.
▶야생의 맛을 보여주자구, ‘부그와 엘리엇’
‘부그와 엘리엇’은 자칫 직장이나 가정에 매몰되어 살아가는 ‘귀차니스트’ 어른들에게 야생의 맛을 보여줄 영화다. 부그는 산악관리인 베스에 의해 키워진 곰으로 TV와 쿠키를 좋아하고 변기가 없으면 볼 일을 못 볼 정도로 야생과는 거리가 멀다. 어느 날 난폭한 사냥꾼 쇼에게 잡힌 사슴 엘리엇을 부그가 구해주자 엘리엇이 자꾸만 부그를 부추겨 야생으로 끌어낸다. 결국 사고를 친 부그와 엘리엇은 산으로 돌아가게 되고 거친 야생의 맛이 고달픈 부그는 인간세상으로 돌아오려 한다. 그러나 마침 사냥철이 되어 위기에 몰린 동물들을 구하기 위해 인간과 맞서면서 차츰 야성을 찾아간다는 이야기.
조금 결말에 가서 무언가 맥빠지는 느낌이 없잖아 있지만, 그래도 이 ‘인간에게 길들여진 곰’이 야생으로 돌아가는 이야기가 울림이 있는 것은 바로 우리네 삶에도 부그가 처한 상황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것이 있어 동물들이 모두 협심해서 인간들을 혼내주는 장면에 가서는 어떤 통쾌함을 느끼게 되는 것이 아닐까. 아이나 어른이나 다닥다닥 붙은 아파트 생활에 익숙한 우리네 환경에 속시원한 야생의 맛을 느끼게 해주는 영화다.
▶ 용을 타고 하늘 날아 볼까? ‘에라곤’
‘해리포터’ㆍ‘반지의 제왕’의 뒤를 잇는 정통 판타지 대작으로 11일 개봉했다. 평범한 시골 소년 에라곤이 신비한 돌 속에서 태어난 드래곤을 타고 다니며 제국을 구하기 위해 사악한 왕과 대결을 펼치는 이야기가 흥미를 자아낸다. 상상 속의 용과 대규모 전투신 등 화려한 특수 효과가 볼거리다.
▶일곱 살에서 멈춘 아가씨의 사랑과 이별, ‘허브’
나이는 스물이지만 일곱 살의 지능에서 멈춰 버린 차상은이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동화 속 공주 마니아인 상은이의 소원은 왕자님을 만나는 것. 어느 날 교통 의경인 종범을 왕자로 여기고 사랑에 빠지는데……. 세상을 더디게 알아가는 딸을 지켜 보는 엄마의 애틋함이 가슴을 적신다.
▶ 세대를 뛰어넘어 태권! ‘로보트 태권V’
우리 나라 SF 애니메이션의 효시로 평가받는 작품으로, 지난 2003년 발견된 복사본을 디지털 작업을 거쳐 복원했다. 전세계를 상대로 전쟁을 일으키려는 악당과 이를 막기 위한 태권V, 훈, 영희, 깡통로봇 철이의 활약상을 그렸다. 전국 규모의 개봉은 1976년 이후 31 년 만이다. (18일 개봉 예정)
▶ 시끌시끌한 동물들의 웃음 파티 ‘신나는 동물 농장’
올 겨울 극장가의 단골 소재인 동물을 다룬 애니메이션. 송아지 오티스는 놀기 좋아하고 말썽만 일으킨다. 오티스의 아버지이자 농장 가축들의 리더인 벤이 코요테에게 습격을 받은 뒤 오티스가 그 자리를 대신 잇게 되는데……. 180여 마리의 개성 넘치는 동물들이 유쾌한 웃음을 선사한다. (18일 개봉 예정)
전지미 기자(cwinews@emp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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