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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론]괴물의 사육
기사입력 :

강을 내버려두라. 강은 강으로서 좋은 것이지 콘크리트를 두르고 강변을 조경해서 사람이 접근하거나 다니기에 좋아서 좋은 것이 아니다. 강 살리기라고 말하는 것도 그만두라. 수많은 단체와 개인들의 모니터링을 통해 알 길이 있는 국민은 이미 많은 것을 보고 듣고 있다.


강의 탁도가 증가했고 수질오염이 늘었으며 공사 중인 보(洑) 주변에서 벌써부터 침수 피해가 발생했다는 소식이며 포크레인이 긁어놓고 뜯어둔 흙무더기에서 발견된 자생 희귀식물, 부실한 조사보고서와 설계, 낙동강 바닥에서 긁어낸 오니토(汚泥土)를 아무런 대책도 관리도 없이 주변 농지나 생물 서식처에 쌓아두고 있다는 소식, 등등을 비롯해 알려고 조금만 노력하면 누구든 알 수 있는 사실들이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고 있다.


`4대강 살리기`는 과연 무엇을 살릴까


생물을 몰아내고 물 흐름을 막고 강바닥에 철심을 박고 똥만큼 이롭지도 않은 오니토를 똥 싸듯 여기저기 얹어두는 과정들을 두고 `강 살리기`라고 할 수 있나. 여기서 `사는 것`이 무엇인가. 차악으로 경제라도 살아나나. 지금 이 나라 국민들이 땅을 더 파지 않고 강물을 더 퍼내지 않아서 먹고살기가 어려운가.


대통령은 청계천 공사 때도 많은 사람들이 반대했으나 막상 해두고 보니 사람들이 아, 좋구나 했다고 한다. 4대강이 청계천인가. 그가 그토록 자부하는 청계천은 완공 후 다섯 달 만에 누수가 일어나고 녹조가 발생하고 비만 오면 넘쳐 사람들의 출입이 통제되고 완공된 지 5년도 되지 않은 요즘엔 지반침하로 보도가 갈라지고 있다.


이 청계천을 유지·관리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이 한 달 평균 6억 원에 육박한다. 후하게 보아도 제대로 된 공사는 아닌 4대강사업의 사후관리는 어떻게 될 것인가.


그러므로 살리기라고 하지 말고, 돈 놓고 돈 먹기라고 말이라도 솔직하게 하자. 기만이 숱하다. 이윤추구를 목적 삼는 개인에게 국민의 건강권을 사유(私有)하도록 내어주는 장사를 두고 `민영화`라고 어렴풋하게 눙치는 말로 국민을 기만하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


답답한 현실, 피곤한 국민

 

종교계에서 4대강사업에 대한 적극적인 반대를 천명하자 이명박 대통령은 일을 어떻게 처리하는 것이냐며 홍보 관련 부처를 질책했다는데 이 시점에서 국민이 일방적으로 보고 들어야 할 정부의 홍보물이 더 있는가.


하지 말라는 목소리가 많아도 설명하면 된다는 식으로 조악한 대담회를 열고 설명했으니 됐다는 식으로 밀어붙인다. 특별히 이 정부 들어 모든 게 이런 식이니 세상이 부쩍 망해가는 듯해 국민은 피로하다.


대의민주주의에서 국민의 선거를 통해 선출된 의원은 국민의 의사를 대표하여 정치를 담당한다. 이것이 기본이다. 지금 소통은 위에서 아래를 향하는 일방향이고 사태들에 관한 숱한 질문들엔 제대로 대답하는 이가 없다.


이것은 당연하다. 돈을 생각하는 국민들이 부정을 무릅쓰고 돈에 정통한 대표자와 국회의원들을 선택했으니 그들이 대의하는 바는 사람의 의(意)가 아니고 돈의 의(意)일 테니 말이다.


돈을 생각하니 포클레인 동원해서 강바닥에 시멘트 쏟아 붓지 않을 수 없고 돈을 생각하니 비정규직문제는 영원히 존재하지 않는 문제가 되고 돈을 생각하니 재개발 지역에서 철거민 생계는 모를 일이며 돈을 생각하니 의료보험 민영화는 반드시 이뤄야 할 일이다.


돈 있어서 무조건 나쁠 건 없다. 그러나 자꾸 돈 없는 사람이 죽는다. 돈을 추구하는 인심(人心)들 덕분에 강이 죽고 온갖 생물이 비참하게 죽는다. 돈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국민은 이런 일들이 불가피하다고 말한다. 나라와 경제의 발전을 생각하면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한다.


그때 그들이 말하는 발전은 사람의 발전이 아니고 돈의 발전이다. 이런 사회는 나쁘고 가망 없다. 더욱 나쁜 점은 이 나쁜 사회의 대표자들 역시 나라와 경제의 발전을 시급하게 주창하지만, 그들의 나라와 경제가 자주 국민을 제쳐버린다는 점이다.


그들은 처음부터 여기 있었다


어제오늘 일인가. 교육비는 감당할 수 없을 지경이고 주거와 직업은 늘 불안하며 치솟는 물가에 모든 게 너무 비싸게 여겨져 국민은 별다른 여가도 없고 살아가는 일이 어렵다. 이 와중에 정치권의 외압은 종교, 법조, 방송, 교육, 문화를 가리지 않으며 의원들의 부정은 선두를 다툰다.


유권자들에게 공정한 선택을 당부했던 교육감은 가족이 관련된 것으로 추정되는 거액의 비리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고, 종교계 관련 외압은 없다, 만남도 없다던 원내대표는 반발과 반박의 목소리가 분명해지자 묵언수행 한다며 입을 닫아버렸다.


이들의 정치적 탁도와 오만함은 우리에게 낯선 것이 아니다. 그 사람들은 이제 막 도착한 사람이 아니라 어제도 있었고 그제도 있었던 사람들이다. 우리는 그들을 충분히 지켜보았나. 그들에게 충분한 질문을 던졌나. 그들의 대답은 충분했나. 그랬으므로 그들을 선택했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을 선택했나.


지난 18대 국회의원 선거 당시, 후보의 재산이 4조원에 이른다는데 그 가운데 1조원만 이 지역개발에 투자해도 그게 어디냐고, 해서 마땅한 듯 답한 유권자가 있었다. 용마터널 기공식에서 시민들을 향해 곧 집값이 오를 테니 집 가진 분들 집 팔지 마시라, 집 없는 분들 빨리 돈 모아 집 사시라고, 해야 마땅한 듯 연설한 국회의원이 있었다.


낯선 것이어야 마땅할 이러한 광경들은 우리에게 조금도 낯선 것이 아니다. 그러니 MB정부라기보다는 일련의 괴물적 MB사태들은 바깥에서 도래한 것이 아니고 우리 내부로부터의 출현이다. <창비주간논평>


저자 소개

  

황정은 / 소설가


1976년 서울 출생. 2005년 경향신문 신춘문예로 등단. 주요 작품으로 「무지개풀」 「문」 「오뚝이와 지빠귀」 등이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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