맑았던 하늘은 금세 잿가루를 뿌린 듯 어두워지더니 천둥번개와 강한 바람을 동반하여 세산 빗방울을 쏟아내기 시작한다. 요즘 들어 그런 현상은 하루에도 몇 차례 반복하기 일쑤다.
가뭄 때문에 곳곳에 농작물이 말라죽어간다는 기사를 접한 게 불과 몇 주 전인데, 요즘은 그렇게 기다렸던 물이 너무나 과해서 곳곳에 피해를 속출하기에 이르렀다. 요즘 세상의 키워드는 단연 스마트(smart)이다. 그렇다면 우리 삶에 없어서는 안 되는 물을 스마트하게 사용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사람이란 자원이 풍부할 때는 그 중요성에 대해서 간과하기 마련이다. 따라서 우리가 해결해야 하는 문제는 물이 부족할 때의 문제인 것이다. 물 부족이라는 화두는 몇 년째 연이어 대두되는 것이다.
하지만 늘 우리는 문제에 부닥쳤을 때 우왕좌왕 어떻게든 눈앞의 불을 꺼보려는 노력만 해왔다. 이 부족할 때 문제이다. 우리는 늘 어려움에 처했을 때만 우왕좌왕 어떻게든 눈앞의 불을 꺼보려 연연하고 훗날 후회하는 실수를 되풀이한다.
문제점 개선을 위한 역발상을 위해서는 부족했던 자원이 풍족하다 못해 과해서 문제가 되는 요즘에 다시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 물은 공기와 더불어 인간을 비롯한 모든 생물이 살아가는데 꼭 필요한 자원이다.
더욱이 산업의 발달로 인해서 물 자원의 활용범위가 더 넓어지고, 그 중요성이 더욱 높아지고 있는 실정이다. 양질의 물을 확보하는 일은 지구상의 생명체를 유지하는 데 있어서 매우 중요한 일이긴 하지만, 현재 우리는 ‘물 부족’과 ‘물의 오염’이라는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미국 ‘CIA’는 “Global Trends 2015”에서 불과 5년 후가 되면 세계인구 절반이 넘는 30억 명 이상이 물 부족상태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으며, UN산하의 ‘국제기후변화회’는 2001년 보고서에서 “21세기 지구는 고온·가뭄·홍수 등 이상기후변화와 인구증가로 인해서 가까운 장래에 극심한 물 부족에 직면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또한 현재에도 세계 인구의 약 1/5에 달하는 12억 명이 안전한 음용수(Safe Drinking Water) 부족 현상을 겪고 있다. UN이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헤프게 쓰던 물이 불원간에 ‘금쪽같은 물’로 변신하게 되고 우리는 물 스트레스(Stress) 속에서 살게 될 것이 분명하다 한다.
현재 세계 60억 인구는 이미 강, 호수, 지하수 등 모든 수자원의 약 54%를 사용하고 있으며, 인구 성장률을 감안하면 2025년에는 물 사용량이 약 70%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강수량의 2/3가 여름철에 집중되어 있기 때문에 안정적인 수자원 확보가 어려운 실정이다. 특히 지난 2001년 봄에는 사상 최악의 가뭄으로 전국 86개 시·군에서 30여 만 명이 급수 중단 또는 제한 급수 등의 극심한 물 부족 사태를 경험하였다.
그해 발표된 정부의 ‘수자원 장기종합계획’에 따르면 대체 수자원개발과 수요관리에 의한 물 절감량을 고려하더라도 2011년부터는 전국적으로 18억㎥의 물이 부족하고, 2020년에는 26억㎥의 물이 부족하다고 예고한 바 있다.
우리나라의 총 수자원 이용량 337억㎥ 중 농업용수가 차지하는 비율은 약 47%(160억㎥)에 달하기 때문에, 우리는 이러한 물 부족 문제에 민감하지 않을 수 없다.
현재의 물 부족에 대한 단기적인 용수 확보 방안으로는 저수지 준설, 농업용 관정 개발과 보수, 간이 양수장 설치와 저수지에 하천 배수로의 물 가두기 등의 대책이 추진되고 있으나 수혜를 받지 못하는 지역에 대해서는 중장기적이고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
물 부족에 따른 농업수자원을 효율적으로 이용하고 영농에 필요한 양질의 용수를 적기에 안정적으로 공급하기 위해서는 기존 농업수리시설의 정비 및 관리를 더불어 새로운 저수공간 개발 및 기존 수자원의 지속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대체수자원 개발에 관심을 집중시켜야 할 것이다. 지하댐 건설, 강변 여과수 활용, 빗물재활용, 염수담수화, 인공강우, 그리고 하수 처리수 재이용 등이 그 대안이라 볼 수 있다.
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에서는 효율적인 물 관리 및 대체수자원 개발과 관련한 다양한 연구를 수행해 오고 있다. 농업용수 급수와 물 관리 자동화를 위한 수동 및 자동물꼬, 지중 관배수시스템 등을 통해 안정적인 용수 확보 및 물 절약 기술 등을 개발하여 영농현장에 보급하였다.
뿐만 아니라 소규모 하수처리시설을 이용하여 농촌지역의 다목적용 용수를 확보하는 기술 개발 등 물 부족을 해결하고 물 오염을 방지하기 위한 다양하고 심도 있는 연구들을 수행해 오고 있다.
이제는 과거처럼 물을 물 쓰듯 해서는 안 될 것이다. 이미 생수 값이 자동차의 기름 값보다 높아진 요즘이다. 안정적인 수자원 확보 및 절약을 통해 다가오는 미래의 저탄소 녹색성장의 근간이 되는 농촌에서 건전하고 풍요로운 농촌과 농업의 수자원이 되기 위한 노력은 한시도 소홀히 해선 안 될 것이다.
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 농업재해예방과 김민영 연구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