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수 / 통일운동가
이중섭의 소, 늘 한국 사람들이 제일 좋아하는 그림 최상위를 차지한다. 덕수궁 현대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한국근현대 100인 전에서 전시중이다.
▲ 김창수/통일운동가
우리에게 소는 친숙하고 귀한 가축인지라 한국인들이 소를 좋아하는 이유야 당연한 노릇이다.
그런데 왜 이중섭의 소인가? 이중섭의 소가 표현주의의 영향을 받았는지, 야수파의 영향을 받았는지 하는 게 중요하지 않다. 그의 소와 한국인의 DNA에 새겨진 어떤 정서가 호흡하고 있기 때문이다.
2차 대전에서 패전해서 무기력한 상태에 빠져 있던 일본 사람들은 조선출신의 프로레슬러 역도산에 열광했다. 노란 피부의 역도산이 링에서 서양의 거구들을 거꾸러뜨리는 모습을 보면서 패전의 상처를 이겨낼 기운을 얻었을 것이다. 그 게 지나쳐서 자신들의 전쟁범죄마저 부인하는 결과를 낳고 말았지만...
이중섭의 흰 소는 눈망울은 착하디착한 듯 하지만 기운은 금방이라도 터질 듯하다. 근육질의 우람한 몸통은 금방이라도 어디로 튕겨나갈 것 같다.
강렬한 붓 터치로 이중섭은 한국전쟁 이후 폐허가 된 상태에서 한국인들에게 전후 복구와 미래로 도약하기 위한 힘과 용기를 북돋아 주었다. 이중섭은 그렇게 힘찬 붓질로 한국 사람들에게 약동하는 에너지를 준 것이다. 비록 그는 월남자로서 빨갱이로 몰릴지 모른다는 피해의식을 가지기도 했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