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글부글 끓는 민주당 “가만히 참고 넘어갈 순 없다”
제 19대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상임위원회 위원장으로 SBS 앵커 출신 3선 한선교 의원을 내정하자, 상임위가 열리기도 전에 파행으로 치닫는 분위기다.
한선교 의원은 지난 해 6월 23일 KBS 수신료 인상 문제와 관련해 여, 야 의견대립을 보이던 당시 문방위 소속 민주당 의원들의 비공개 연석회의 내용을 도청해 다음날 열린 문방위 전체회의에서 토씨 하나 거르지 않고 공표해 물의를 빚은 바 있다.
당시 이 도청의 공동정범으로 KBS 기자와 한 의원은 정당을 감청한 행위로 검찰에 고발당했지만, 경찰 조사가 시작되자 외유를 떠났고, 국회의원의 면책특권을 들어 경찰 조사에 불응했다. 이에 검찰은 한 의원에게 혐의 없음으로 불기소 처분을 받은 바 있다. 또 한 의원은 지난 5월 뺑소니 음주운전 차량에 동승했으나, 별 다른 법적 처벌 없이 넘어갔다.
안 그래도 여,야는 MBC등 언론사 파업 문제를 해당 상임위에서 논의하기로 해 가장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문방위가 열리기도 전에 문제 많은 인물을 위원장으로 내정해 야당의 강한 반발을 사고 있다.
“새누리당, 19대 국회 파행 자초하는 강수 던지려 하고 있어”
민주당 장병환, 노웅래, 신경민, 서영교, 최민희, 배재정 등 언론정상화 특별위원회 위원들은 5일 새누리당의 이 같은 상임위원장 인사가 발표되자마자 국회에서 기자 회견을 자처해 “문방위 파행을 획책하는 한선교 위원장 내정을 즉시 철회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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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은 “새누리당이 19대 국회 파행을 자초하는 강수를 던지려고 하고 있다”며 “불법 도청 의혹의 장본인인 한선교 의원을 문방위원장으로 앉혀 정상적인 상임위 운영을 방해하려는 것”이라고 날을 세웠다.
이들은 “새누리당은 자당 소속 국회의원이 저지른 엄청난 범죄행위에 대해 수수방관 하며 철저한 진상조사를 외면해 왔다”며 “불법 도청의 장본인인 한선교 의원이 문방위원회 위원장으로 임명되는 순간 문방위원회의 정상적인 운영이 어려울 것임은 새누리당이 더 잘 알고 있을 것”이라고 되짚었다.
그러면서 이들은 “새누리당 당대표와 원내대표에게 강력히 촉구한다”며 “문방위원회를 정상적으로 운영하고, 본연의 역할을 다 할 수 있도록 부적격자 한선교 의원의 위원장 내정을 즉각 철회하라”고 재차 촉구했다.
현실적으로 새누리당에서 임명하는 상임위원장 자리를 야당이 반발한다고 해서 임명이 철회되지는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주당으로서는 가만히 있을 수 없다는 분위기가 팽배해있다.
민주당으로서는 MBC 파업 문제가 시급해 문방위 상임위가 열릴 때마다 보이콧을 선언할 수는 없지만, 한선교 의원을 위원장으로 임명하는 것에 반대하는 피켓 시위, 침묵시위 등 ‘쇼’라도 한 번 하고 가야 한다는 데 공감을 표하고 있다.
“불법 도청, 불법 사찰 불법 불감증에 걸린 것 같다...불법이 부처님 말씀이라 착각하냐?”
최민희 의원은 “새누리당에 그렇게 인물이 없냐”며 “불법 도청, 불법 사찰, 불법 불감증에 걸린 것 같다. 불법이 부처님 말씀이라 착각하냐”고 발끈했다.
이어 그는 “새누리당이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다시 성찰해 보라”고 일갈했다.
서영교 의원은 “경향신문이 조사한 내용에 따르면 요즘 젊은 기업 대표들에게 가장 이슈가 되는 사람이 누구인가를 조사했더니 MBC 김재철 사장이 일등으로 뽑혔다. 이등으로는 이명박 대통령이 뽑혔다”며 “4등에는 박근혜 새누리당 의원이 뽑혔다”고 말했다.
그는 “이를 보면서 지금 대한민국의 젊은 기업인들 사이에서는 김재철 이명박, 박근혜가 사라지는데 아직도 모르는 것은 새누리당 뿐인 듯 하다”며 “이명박 대통령을 이빨 빠진 호랑이라고 이야기한 김재철 사장이 이 부분에 대해서 다시 한 번 봐주시길 바라면서, 한선교 의원이 문방위원장이 되는 순간 다시 한 번 이 서열에 끼어들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일침을 놓았다.
“불법 도청 한선교 문방위원장 임명은 성추행 의혹 의원을 여성위원에, 논문 표절 의혹 의원을 교육위원에 내정하는 것과 같아”
신경민 의원은 “한선교 의원하고는 개인적인 관계에 있지만 지금 말하고자 하는 것은 공적인 관계”라며 “한 의원을 문방위원장으로 내정하면서 감정 부분은 무혐의 처리 됐고, 뺑소니 부분은 직접 자신의 범죄가 아니라고 설명할지 모르겠다. 그러나 무혐의 처리가 무죄 입증이 된 것은 아니”라고 잘라 말했다.
이어 그는 “검. 경이 열심히 수사하지 않고 적당히 증거불충분이라는 해답을 찾은 것이다. 이는 요즘 문제되는 검. 경 본색이 드러난 대표적인 사안 중 하나라는 생각이 든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음주 동승에 대해서는 처벌하지 않지만 이것에 대해서는 도덕적인 책임을 져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국회의원은 국민이 뽑아줬기 때문에 할 수 없지만, 문방위원장은 당이 정하는 인사다. 이는 새누리당이 국민을 무시한 인사”라고 꼬집었다.
이어 그는 “이한구 원내대표와 실질적인 인사권을 가진 박근혜 의원의 인사관이 여실이 드러난 만큼 청문회 방해 의도가 아니라면 이 인사는 다시 해야 할 것”이라며 “한선교 의원을 문방위원장에 내정한 것은 성추행한 의원을 여성위원에 내정한 것이고 표절 의혹이 있는 의원을 교육위원으로 내정한 것이나 다름없다”고 각각 성추행, 논문 표절 혐의를 받고 있는 김형태, 문대성 의원에 빗대어 맹비난했다.
MBC 정상화를 누구보다 강하게 촉구하고 있는 신 의원의 희망 상임위는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다. 문방위에서 MBC 파업 문제와 김재철 사장 해임 문제를 강력히 거론하려 단단히 벼르고 있는 MBC 해직 앵커 출신인 신 의원과 SBS 앵커 출신이자 ‘친박’ 핵심 인물인 한선교 의원의 묘한 인연이 국회에서까지 이어지고 있다.
한선교 의원은 언론 입문을 MBC에서 했다. MBC에서 4년 정도 근무하다 91년 SBS가 개국하면서 이직했다. 이후 한 의원은 공적인 이력서에 SBS 재직 경력만 기재하고 있다. 한 의원의 부인도 MBC PD 출신이다.
이후 한 의원은 2004년 정계에 입문한 이후 공적인 자리에서 MBC를 비난하는 듯한 코멘트를 자주 언급했었다.
총선 직후 4월 23일 MBC, KBS, YTN 등 언론사 파업이 한창이던 시절에도 한 의원은 MBN ‘뉴스광장’에 출연해 “파업중인 방송사 사장 선임은 합법적으로 이뤄진 것이며 절차상으로나 내용상, 법상 문제가 아니”라며 파업 중인 언론사 사장들의 편을 들어주기도 했었다.
18대 국회에서부터 야당을 도청한 의혹을 가지고 있고, 민주당 문방위원들과 앙숙 관계인 한선교 의원이 문방위원장에 오르기도 전부터 민주당에서 가장 화력 강한 의원들로 포진해 있는 문방위 희망 의원들의 분노를 자아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