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영철, “우리 국민들은 정부의 이성적, 논리적 이야기에 귀 기울이지 않는다”
1일 국회에서는 지난 달 25일 발생한 미국 소의 광우병(BSE 소해면상뇌증) 관련 상임위를 열고 정부관계부처 장관 등 인사들을 불러 현안 보고를 받았으나, 정부여당은 미국산 쇠고기 안전성의 완벽함을 성토하기 바빴다.
또 정부는 “미국에서 광우병 소의 발견 직후 우리 정부가 신속한 조치를 취했다”며 자화자찬을 늘어놓기 바빴다.
여당인 새누리당은 “즉각 수입 중단 조치”를 취하지 않은 정부를 책망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정부의 입장에 대한 국민의 오해, 미국산 소고기 안전성에 대한 정부의 홍보 부족”을 지적하면서 에둘러 옹호하기 바빴다.
이날 오후 2시 국회에서는 농림수산식품상임위원회(위원장 최인기, 무소속)를 열고 서규용 농수산식품장관과 관계 부처 인사들을 불러 현안 보고와 함께 질의 시간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서규용 장관은 미국 소에서 발생한 광우병 관련 “검역을 대폭강화하고 정확한 정보를 파악해 국민들에게 신속히 알려드렸다”며 “정확한 정보를 파악하기 위해 미국 측에 자세한 자료 제공을 요청한 바 있고, 27일 미국 측이 보내온 자료를 토대로 파악한 결과 미국산 쇠고기의 안전성에는 문제가 없는 것으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그는 특히 이번 미국 캘리포니아주 농장에서 발생한 소의 광우병이 비정형 광우병 증상으로 파악이 되고 있고, 발생한 소는 10년 7개월 소이기 때문에, 30개월 령 이하의 쇠고기만 수입하는 우리나라는 단 0.1%의 위험성도 없다고 장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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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여야 의원들의 질문에도 수차례 위험성이 발견됐다는 과학적인 근거가 없기 때문에 즉각 수입 중단 조치를 취할 필요가 없으며, 위험성이 없는 상태에서 수입 중단 조치를 취할 경우 미국과의 통상 마찰이 불거 질 수 있어 적절치 않다는 입장을 밝혔다.
“왜 광우병이라고 안 하고 BSE라고 하나?”vs“정확한 용어는 소해면상뇌증이다”
서 장관의 현안보고와 실장의 현안보고가 이어지면서 처음부터 광우병 증상을 ‘BSE’라고만 말해 민주통합당 김영록 의원이 제지 하면서 “국민들은 BSE라는 용어를 모를 수 있다. 왜 광우병이라는 표현을 안 하고 계속 BSE라고 표현하냐”고 따지자 서 장관은 “정확한 용어는 소해면상뇌증이다”고 응답했다.
이에 김영록 의원은 “그럼 공식명칭을 써라”고 항의하자 이후부터는 소해면상뇌증이라고 용어를 정했다.
서 장관과 정부 측은 일관되게 미국에서 광우병이 발생된 소는 “식용 소가 아니기 때문에 식품 체인에 유입 되지 않았고, 우리나라에 수입되는 미국산 쇠고기는 특정 위험 물질을 제거한 부위로 소해면뇌상증과는 관련이 없는 것으로 판단했다”고 재차 미국산 수입 쇠고기의 안전성을 장담했다.
특히, 그는 “설사 광우병이 걸린 소라도 우리나라는 위험성을 제거한 살코기만을 수입하고 있어 안전하다”고 주장했다.
“광우병 걸린 소라도 美 수입 쇠고기는 안전하다”vs “장관이 전문기술자냐?”
이에 민주당 김우남 의원은 “장관은 미국산 쇠고기가 안전하다고 판단했다고 하는데 장관이 전문 기술자냐”고 따졌고 “비정형 광우병이라고 했는데 A형이냐 M형이냐? A형 비정형광우병이 정형광우병보다 위험하다는 학자도 있다”고 몰아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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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 의원들은 “즉각 수입 중단”을 촉구하면서도 묘하게 정부의 잘못을 덮어주기에 급급했다.
새누리당 강석호 의원은 서규용 장관에게 “광우병유해물질인 SRM(소의 부위중 뇌, 내장, 척수, 척추, 머리뼈)을 제거하면 광우병 걸린 쇠고기일지라도 살코기만 먹으면 안전하다고 하셨죠? 그렇죠?”라고 재차 확인하자 서 장관이 “그렇다”고 응답했다. 그러자 강 의원은 다시 “정부가 세부적으로 이런 부분들을 홍보하면 여러 가지 이해될 부분인데 지금도 어떤 단체에서는 우려 섞인 내용을 퍼뜨려 국민에게 불신감만 조장하고 있다”고 다소 개성적인 해석을 내놓았다.
새누리당 김학용 의원이 “이번 광우병 발생은 농부가 광우병이 발생했다고 신고한 게 아니라 안락사를 시켜서 랜더링 공장으로 옮겨져 도축한 후 샘플 검사를 할 때 광우병이 발견됐다”며 “다른 농가에서도 이런 증상이 있었을 때 신고하지 않고 안락사 시켜서 식품공장에 넘길 수도 있는 것 아니냐”고 추궁했다.
그러자 서 장관은 “광우병은 살아 있는 상태에서는 확인할 수 없다”는 동문서답을 했다.
김 의원은 또 2008년 정부가 일간지에 일제히 광고한 ‘미국 소에서 광우병 발생 시 즉각 수입 중단하겠다’는 내용에 대해 “사기업으로 따지면 과대광고”라며 “정부가 오해 받을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정부가 2008년 촛불 집회 당시 약속한 내용을 지키라는 국민적 요구는 오로지 국민들의 오해에서 비롯된 것이며, 정부는 약속을 지키지 않는 게 아니라 단지 오해의 소지를 제공했을 뿐이라는 것이다. 서 장관은 또 2008년 당시 광우병 촛불 집회에 참여한 시민들과 정부와 반대적 입장에 있는 학자들을 극단주의자로 몰아붙였다. 이에 민주당 소속 김영록 의원이 제지하기도 했다.
김 의원은 “우리나라에 수입되는 미국산 쇠고기에는 0.1%의 위험성도 없다는 발언이 오히려 극단주의자”라고 쏴붙였다.
서 장관은 되레 야당의원들의 즉각 수입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집중추궁에 “과학적 근거도 없이 조치 하냐”고 짜증스런 반응을 보였다.
호통 치면서 묘한 정부 칭찬 이것이 바로 신종 ‘교란 깔때기?’
새누리당 황영철 의원은 2008년 당시 정부의 정운천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의 “광우병 발생시 수입 중단조치를 명문화하기로 했다”는 발언이 담긴 동영상을 직접 틀어 주면서 “저대로라면 이 순간은 이미 수입 중단 조치가 내려져야만 정부의 입장 발표가 정확한 것”이라고 몰아세웠다.
그러면서도 그는 “2008년 광우병 촛불사태 후 이명박 대통령이 세 번이나 국민 앞에 머리 숙여 소통하겠다고 약속했다”며 “그래놓고는 이성적, 합리적, 논리적으로 접근하는 정부의 태도가 아주 잘못된 것”이라고 앞뒤가 맞지 않은 주장을 늘어놓았다.
그는 “내일도 광우병 촛불 집회가 열릴 것이다. 또 정부의 말을 믿지 못하고 새누리당에 반대하는 사람들이 몰려서 다시 공격을 시작할 것”이라며 “정부의 이성적, 논리적 이야기는 국민들이 귀 기울이지 않는다”고 말해 촛불 집회에 참여하는 시민과 미국산 쇠고기의 광우병 위험성을 우려하는 국민들을 묘하게 비난했다.
그러면서 그는 “대한민국국민이 가지고 있는 트라우마 치료를 위해서 이 정도도 미국에 요구할 수 없냐”며 “수입중단은 위험성을 확인하기 위한 임시조치다. 그런데 왜 그렇게 안 하냐”고 책상까지 치면서 분통을 터뜨렸다.
약속을 지키지 않는 정부에 대한 호통인지, 정부의 이성적, 합리적 대응에 귀 기울이지 않고 단순히 정부와 여당을 공격하기 위해 촛불 시위에 참여한 ‘트라우마’를 가진 국민들에 대한 원망인지 판단이모호한 발언을 이어갔다.
서규용 장관은 또 2008년 당시 정운천 장관이 발표한 ‘수입중단 조치 명문화’ 발언을 두고 “그럼, 그 때 국회가 명문화 하지 않았냐”고 책임을 국회로 돌리기도 했다.
서규용 장관은 어느 상황에서도 결론은 “우리나라에 수입되는 미국산 쇠고기는 안전하다”는 답만 앵무새처럼 반복했고, 여당은 추후 ‘국민들의 오해’로 벌어질 광우병 촛불시위에 대한 우려에 대해서만 감한 반응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