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성군에서 갈모봉 숲에다 펜션 같은 숙박 시설을 설치하나 보다. 그곳이 특별나게 유명한 관광지도 아니고 주말이나 공휴일 산림욕을 즐기러 갈모봉 숲을 찾는 사람들을 빼고 나면 사람들이 늘 들끓는 그런 곳도 아닌 게 사실이다. 그렇지만 우리나라 지방자치체라면 어디서든지 그러는 것과 마찬가지로 우리 고성군도 ‘어떻게 하면 외지 사람들을 우리 지역에 단 하루 한 시간이라도 더 머무르게 해서 고성 땅에다 돈을 좀 쓰고 가게 할까’ 하고 이런 저런 묘수를 찾아 헤맬밖에. 그래서 이런저런 고민 끝에 갈모봉 숲 펜션이 결정됐으리라.
비록 고성군이 완전한 관광도시는 아닐지라도 관광사업이랄까 관광산업이랄까를 소홀히 할 수 없는 노릇이다. 명승고적을 찾아 무리로 움직이던 관광행태가 주를 이루었던 옛날과는 달리 지금 사람들은 지난날과는 확연하게 다른 관광행태를 보이기 때문에 농업농촌 자체가 관광 목적이 되기에 충분하다고 하겠다. 그래서 가족단위 체험형 여행이나 관광`` 작은 수 단위로 이뤄지는 체험형 관광과 자연환경 속에서 생활 재충전을 하기 위한 여행이 주를 이루고 있어서 피톤치트 풍부한 갈모봉 산림욕장과 숲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체험관광 목적이 될 수 있다. 때문에 갈모봉 숲속 펜션도 있을 만하고`` 필요해 보인다.
주말 갈모봉에 갔다가 숲속 펜션 마무리가 한창인 현장을 우연히 들렀는데`` 좀 실망한 점이 있어서 불평도 하고 건의도 하고자 한다.
지금 7월 3일 문을 연다고 예정된 숙박시설(펜션으로 일컫는다)을 둘러보니 펜션 세 채가 다 지어졌고`` 좀 지나가면 네 채가 지어져 있고`` 또 네 채는 터를 닦고 있었다. 그러니 펜션 일곱 채는 마무리 정리만 끝나면 7월 3일부터 손님을 받는다.
그런데`` 펜션 모양들이 너무 단순하고 특색이 없어 보인다. 우리나라 어딜 가도 흔하게 보는 모양을 하고 있는데`` 갈모봉 주변에는 특별한 시설도 없어서 산속에 자리 잡고 있는 이 펜션에 딱 들어갔다 하면 적막강산이 따로 없을 텐데 펜션 모양마저 밋밋해서 좀 그렇더라. 하긴 뭐 어스름에 들어가 잠만 잘 것 같으면 까짓거 집 모양이 무슨 대수겠냐만`` 그래도 자고 일어나 떠나기에 앞서 펜션을 배경으로 사진도 찍고 할 텐데.
또 하나 더 있다. 왜 펜션 방 번호는 하나같이 여관이나 호텔`` 모텔처럼 101호`` 102호`` 103호라고 붙였을까. 거류산`` 천황산`` 좌이산으로 해도 좋겠고`` 자란만`` 군령포`` 당항포로 해도 좋겠고`` 해지개`` 장산숲`` 상족암으로 해도 좋으련만 왜 201호`` 202호`` 203호로 붙였을까.
장산숲 사진 한 장 예쁘게 붙여 놓고 그 내력을 설명해 놓으면 잠들기 전 동료들끼리 두런두런 이야기도 나눌 것 아닌가. “우리`` 아까 입구에 장산숲 사진보니 참 근사하더라. 내일 올라가기 전에 저기 가보고 갈까?” 이럴 수도 있지 않나.
“아빠`` 아까 당항포 사진 보니 거기 별의별 것이 다 있더라구요. 내일 거기 갔다 가요 아빠~” 이럴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게나 벤치마킹인지 의자마킹인지 좋아하더니 다니면서 뭘 배우는지 모르겠다. 남의 것하고 똑같은 모양으로 만들고 똑같이 이름 지으면 2등밖에 더 되나. 남 따라 하면 무조건 2등이다. 누가 그러더니`` “창조를 위한 모방도 있다”고.
7월 3일 정식으로 펜션인지 별장인지 문을 연다는데`` 펜션 모양은 못 바꾸더라도 방 이름이야 바꿔도 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