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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창식 기자 | 입력 2008-09-20 | 수정 2008-09-28 오전 11:06:35 | 관련기사 건
경남 고성군의 A초등학교는 19일 학교운영위원회를 열고 2학기 학교일과운영계획안을 비롯한 4개의 안건에 대해 심의 의결했다.
이날 운영위의 핵심 쟁점사항은 부임한지 20일 남짓 된 신임 M학교장이 제안한 2학기 일과운영계획안에 대한 것으로 M 교장은 제안이유에서 ‘교장이 바뀌면 자신만의 방침도 있고, 변화도 필요하다’고 말하면서 ‘수업결손도 막고 내년도 교육과정을 위해 내년 초까지 시범운영해보고자 한다’고 말한 뒤, ‘교사들이 고생을 해도 학생들을 능력 있게 키우고자 한다’는 그럴듯하게 이유를 밝혔다.
변경 하고자 하는 일과운영계획안은 점심시간을 20분 더 늘여 80분으로 하고, 식사 후 남은 시간을 이용해 관악부나 풍물부, 육상부 등의 특별활동을 하고 다시 5교시 정규수업에 들어간다는 것이다.
점심시간을 80분으로 하는 곳은 고성군 관내 각 급 학교에는 없으며, 경남에도 점심시간을 늘여서 특별활동을 하는 곳은 없다. 경상남도교육청 초등교육과 장학담당자는 기자와의 전화 인터뷰를 통해 ‘특기신장을 중요시하는 학교장의 욕심으로 보이는데, 지금까지 해왔던 것처럼 하도록 학교운영위원회에서 권고를 하는 것이 좋겠다’고 말한다.
학교일과운영과 관련한 것은 학교장이 방침을 세우고 교사들과 의논을 한 뒤, 학교운영위원회의 의결을 거치면 채택돼 시행하게 되지만 M 교장은 지난 9월 1일자로 부임해와 겨우 10여일 남짓 된 시점에서 전임 교장 재직 때 결정해 놓은 학교일과를 굳이 뜯어고치려 하고 있는 것이다.
올해 A초등학교 학교일과운영은 전임 교장 아래에서 교사들과 학교운영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의결된 사항이고 여태껏 별 탈 없이 시행해왔는데 특별히 변동사유가 발생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사실 학교일과운영 변경과 관련해 알려진 바로는 관악부나 풍물부 육상부와 같은 특별부의 대외적 성적을 내기위해 정규교육시간을 특색교육에 할애하고 전체 정규일과를 뒤로 밀어내면서 15개였던 특색교육에서 1, 2학년을 대상으로 한 독서반을 급히 편성하는 등 제대로 짜여 지지 않은 특색활동을 끼워 넣어 나머지 학생들마저 특별부의 대외성적 내기에 휘둘리게 된 것이다.
학생들이야 학교에서 하라는 대로 이리저리 내몰리면 되지만 교사들인들 편 할리 없다. 놀라운 것은 방과후학과라 할 수 있는 특색활동이 정규교육시간 안으로 들어와 일대 혼란을 야기할 수도 있는 이런 안건을 가지고 학교운영위원회를 열고 심의 의결하는 자리에서 위원장을 포함한 학부모위원인 5명의 여성위원들은 서슴없이 ‘교사들이 힘이 들어도 아이들이 공부를 더 많이만 할 수 있다면 점심시간을 늘여 특별활동을 정규시간 안에 편성해서라도 그렇게 해 달라’고 말하는 것이다.
심지어 어떤 여성 운영위원은 일과변경에 대한 이의를 제기하는 교사운영위원을 향해 ‘정말로 많은 교사들이 반대하는가. 어떤 교사가 변경안을 반대하는지 말해 보라.’라고 말하니 이런 사람이 진정 아이들을 위한 학교운영위원인지 혀를 내두르지 않을 수 없다.
11명의 학교운영위원 중 교장이 제안한 학교일과운영안이 거수표결에 붙여지자 찬성 7이라는 과반수가 나와 그대로 통과돼 수일 내로 A초등학교는 바뀐 일과운영대로 일과를 실시하게 된다.
과연 학교운영위원회의 이 같은 결정이 운영위에 참여하지 못한 절대다수의 학부모 의견과도 같을지는 의문이다. 자칫하면 아이들의 건강을 위협할 수도 있는 이런 무모한 결정이 다른 학부모들의 의견이 전혀 반영되지 않은 상태에서 결정되고 시행된다는 것은 심각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여기서 우리는 자칫 점심시간 20분 늘이기가 복지향상 정도로 긍정적으로 비칠까봐 그 구체성을 적시해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즉, 점심시간이 12시 20분부터 시작돼 1시 40분에 끝나는데, 12시 20분이되면 3학년이 식당으로 출발을 하고, 12시 25분에는 4학년이, 12시 30분에는 5학년, 12시35분에는 6학년이 각각 식당으로 출발하는데 제일 빠른 시간대인 12시 20분 3학년 점심시간에 관악부 60명과 풍물반 20여명, 육상부 10여명 등 200명이 3학년과 같이 들어가 밥을 먹고 나와서 1시 40분까지 잡혀있는 점심시간을 이용해 특색교육을 한다는 것이다.
‘이는 오로지 관악부 연습을 위한 파행적 학교일과운영이다’라고 말해도 전혀 틀린바가 아니다. 알려진 바로는 이런 일과운영을 내놓기 위해 며칠 동안 여러 가지로 골머리를 앓기도 했다.
이날 M교장은 학교일과운영안 제안 설명에 앞서 자신은 ‘오로지 학생 편에 서서 교육하려 한다’고 말한 바 있으나, 이런 변칙적 일과운영으로 인해 야기될 교사들의 건강과 복지문제는 차치하고라도 ‘아동 건강권 확보’에 정면 배치되는 행위라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날 운영위원회에서 한 교사 운영위원이 일과운영 변경에 이의를 제기하자 M교장은 여러 운영위원들이 있는데도 아랑곳 않고 그 교사를 향해 하대하면서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야 하니 변경안이 싫으면 떠나라’ 라고 대놓고 말하기도 했다.
이 뿐만이 아니다 M교장은 또, ‘밥을 빨리 먹는 아이들은 5분 만에 밥을 먹기도 한다. 그렇게 남은 시간에 특색교육을 시키면 된다’면서 지금은 많이 변해 군사 훈련소에서도 생각지 못할 발상을 하고 있었다.
기자와 인터뷰를 했던 경상남도교육청 초등교육과 장학담당자는 진정으로 아이들을 생각하는 참으로 소중한 말을 해주었다.
“지금까지 점심시간을 60분으로 하고 그 틀을 흔들지 않았던 것은 아이들의 자유로운 신체발달을 위한 것이다. 점심을 먹고 적당히 운동장에서 뛰고 줄넘기를 하고 몸을 부딪고 놀면서 다음 학습시간을 위한 준비단계에 들어가고 식사로 인한 신체부담을 덜게 되는 것이다. 특기를 신장시키는 것이 우선인가 아니면 마음의 여유로움이 우선인가를 따졌을 때 초등학생들에게는 마음의 여유로움이 우선 이어야한다. 현재 경남도내 전체 흐름으로는 고성의 A초등학교 같은 경우가 없다고 보면된다.”고 말하는 것이다.
아이들에게 ‘공부’ ‘성적’이라는 차꼬를 채워놓고도 이로부터 해방을 시켜주기는커녕 더 옭죌 생각만 하고 있는 어른들이 성경처럼 새겨들을 말씀이다.
A초등학교의 이번 학교운영위원회의 학교일과운영변경안 결정과 관련해 정리를 하자면
첫째, 올해 초 잘 운영해오던 일과를 부임 10일 남짓 된 교장이 바꿔야 할 정도로 심각한 변동사유가 발생했는가?
둘째, 특별활동 연습을 위해 정규시간 전체를 뒤로 밀어내는 것이 교사와 학생을 위해 바람직한 것인가?
셋째, 아동건강권확보에 역행하는 처사는 아닌가?
운동장에 쫓아나가 동무들과 공도차고 말타기도 하고 고무줄도 넘고 하면서 우정을 키우고 사회성도 키우고 하는 것이다. 5분 만에 얼른 밥을 먹고 그들만의 시간을 가지고 짧은 점심시간 동안만이라도 그들만의 세계에 빠져들겠다는데 그 남은 시간이 아까워 특별활동을 시키겠단 말인가.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보라. 자신이 정말 아이를 사랑하고 내 자식처럼 생각하는지. 그래서 정말 미치도록 아이들을 사랑해서 점심시간을 늘여 특별활동을 정규시간 안으로 끌고 들어오려 하는지.
아이들은 공부하는 기계가 아니다. 점심 좀 빨리 먹고 동무들과 뛰어놀겠다는데 이보다 더한 행복이 어디 있겠는가. 그런데 그게 그렇게 배가아파 괴롭히고 싶은가?
한창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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