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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정 기자 | 입력 2012-01-06 | 수정 2012-01-06 | 관련기사 건
▲ Localinews 김현정 기자
이명박 대통령과 거리 두던 박근혜, 레임덕은 함께?
"속옷이 더러우면 새걸 입어야지 왜 어제 벗어놨던 속옷을 다시 입어요?"
난데없이 입다 벗어 놓은 속옷이 됐다.
누가? 바로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 박근혜 전 대표다.
유시민 통합진보당 공동대표가 MBC 100분토론 신년특집 ‘2012 한국정치를 말한다’에 나와서 현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에 대한 평가를 ‘어제 벗어놓았던 속옷’ 이라는 얄궂은 표현 한마디로 촌철살인했다.
행간을 파악해보면 낡은 또는 이미 한번 써먹어 시효를 다한 체제로 기존 체제의 완벽한 파괴를 원하는 쇄신이 어떻게 가능하냐는 반문인 것이다.
2004년 故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열풍 시기 한나라당을 위기 상황에서 구출하며 ‘난세의 영웅’으로 등장해, 2008년 이명박 대통령과 자당 대통령 후보 경선과정에서 졌지만 ‘강력한 미래 권력’의 상징으로 지난 4년을 보낸 박 비대위위원장이 새해 첫 시작부터 영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모양새다.
과장해 좀 보태자면 자칫하면 비대위위원장으로 임기말 레임덕에 들어선 현 정권이 저질러 놓은 ‘뒤치다꺼리’만 하다 초라한 성적표만 받아 들고 역사의 뒤안길로 쓸쓸히 퇴장할 수도 있는 위기 상황인 것이다.
‘강력한 미래 권력’이었던 자신의 위치가 2006년 자신이 측면 지원해 서울시장에 당선 돼 2010년 재선까지 성공한 오세훈 전 서울시장의 ‘무상급식 반대투표 똥고집’으로 지난해 10월 치러진 서울시장 재보궐 선거에서 갑자기 등장한 ‘안철수 한방’에 대권주자 1위 자리에서 4년 만에 처음으로 밀려나는 상황이 발생했다.
시작부터 정신 못 차리는 한나라당 비대위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자마자 시작된 18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자행된 ‘친박 공천 학살’로 인해 그동안 친이계와 거리를 두고 지낸 박근혜 전 대표가 타의에 의해 ‘울며 겨자 먹기’로 맡게 된 비대위의 파괴력에 대해서는 처음부터 회의적인 시각이 지배적이었다.
비대위 구성 이전부터 이미 이 대통령 후보 시절부터 시끄러웠던 ‘BBK 원죄’가 ‘나꼼수’ 정봉주 전 의원의 구속 수감으로 인해 좀비처럼 되살아났고, 이 대통령 일가친척과 측근 비리, 당내 계파 갈등. ‘5% 지지율 이하 물갈이’ 문건 유출 파문도 모자라, 친이계로 분류됐던 고승덕 의원의 ‘전당대회 돈봉투’ 폭로로 그 정점을 찍었다.
‘5% 지지율 이하 물갈이’는 현역 의원의 지지도가 당 지지도보다 5% 이상 낮을 경우 공천에서 배제한다는 문건이 유출 된 것을 말한다.
‘전당대회 돈봉투 폭로’는 고승덕 의원이 4일 언론 인터뷰를 통해 “전당대회를 앞두고 후보 중 한 명(친이계)으로부터 300만원이 든 돈 봉투가 온 적이 있어서 곧 되돌려줬다”며 “결국 그 분이 당선됐는데, 그 분과 돈봉투를 전한 분이 같은 친이계에다 자신을 지지한 저를 대하는 태도가 너무 싸늘했다”고 말해 정치권에 큰 파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 같은 폭로 후 야당은 “당대표도 돈으로 사느냐”며 일제히 공격하고 나섰고, “(홍준표 전 대표가 선출됐던) 지난 7.4 전당대회는 아니”라는 고 의원의 발언을 유추해 ‘돈봉투’로 산 대표가 누구인지 실명까지 거론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 대통령과 연관된 ‘권력형 게이트’는 최고 권력자의 업보라고 쳐도, ‘5% 이하 지지율 물갈이’ 문건은 직전 대표인 홍준표 전 대표 시절 작성된 문건이 이제와 유출돼 박 비대위위원장을 곤혹스럽게 만들었고, 고승덕 의원의 ‘전당대회 돈봉투 폭로’ 또한 이 정권하에서 치러진 전당대회에서 단 한 번도 대표 후보로 나서지 않았던 박 비대위원장과는 엄밀히 따지면 무관한 일 인 것이다.
‘5% 이하 지지율 물갈이’ 건은 박 비대위위원장이 비대위의 공식입장이 아니라며 급히 진압에 나섰고, ‘고승덕 의원의 전대 돈봉투 폭로’는 검찰 수사 의뢰를 하며 발 빠르게 수습을 하고 있지만, 불씨 진압은 커녕 활활 타오르고 있는 모양새다.
이것으로도 모자라 비대위 구성 자체에 대해서도 당내부에서 조차 끊임없이 박 비대위원장을 흔들고 있다.
비대위 위원 이상돈 중앙대 교수와 관련 홍준표 전 대표는 지난 29일 천안함 사건 이후 천안함 ‘피로 파괴설’에 힘을 실은 이 교수의 칼럼을 거론하며 ‘색깔론’ 공격을 가한 바 있다.
전여옥 한나라당 의원은 5일 자신의 트위터에 ‘한나라당의 새로운 정강.정책에 보수 표현을 삭제하자는’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전 청와대 경제 수석)의 주장에 “아예 한나라당 철거반장으로 왔다고 이야기하시지”라고 대놓고 비꼬았다.
이를 시작으로 처음부터 이상돈, 김종인 위원의 비대위위원 임명을 처음부터 탐탁지 않게 여겨온 친이계 의원들 사이에서 이들의 사퇴를 주장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친이계인 장제원, 조전혁 의원은 탈당 가능성을 언급했으며, 홍준표 전 대표는 “부패한 보수, 탐욕적인 보수가 문제지, 참보수가 왜 문제가 되는 것이냐”고 쏴붙였다.
유력한 미래 권력, ‘유력 했던 미래 권력’으로 끝날 지도...
말 많고, 탈 많은 박근혜호 비대위가 꼭 정권 말기 뒤뚱거리는 레임덕 상황에 처한 이명박 정부와 비슷한 모양새를 연출하며 영 갈피를 못 잡고 있다.
문제는 정권 창출한 여당임에도 불구하고 정권 창출 대가로 ‘부귀영화’를 누린 사람은 따로 있는데, 그들이 저질러 놓은 사고처리 책임은 박 비대위원장이 지게 되면서 국민의 눈에는 박근혜의 상징이었던 ‘유력한 미래 권력’ 이미지마저 흐려지게 된다는 점이다.
현 정권의 부패에 국민들이 느끼는 염증은 커지는 반면 오는 16일 치러지는 민주통합당의 전당대회에 일반국민 선거인단 등록이 4일 기준 30만명을 넘어서면서 흥행에 성공한 것이 바로 한나라당의 난파가능성과 동시에 ‘박근혜 위기’의 현주소인 것이다.
또 한쪽에서는 친이계 합류를 염두해 둔 서울대 박세일 교수가 주도하는 신당 ‘국민생각’이 오는 11일 발기인 대회를 앞두고 있는 등 박근혜 비대위위원장을 둘러싼 상황이 피곤하게 돌아가고 있다.
4월 총선까지는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아 있지만, 현 상황에서 ‘어제 벗어 놓은 속옷’ 비유 만큼 박 비대위위원장의 곤란한 처지를 대체할 적합한 표현은 없다.
LocaliNews 김현정 기자(localinews@nate.com)
김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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