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보]박지원, 원내대표 당선 되자마자 ‘군기잡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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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보]박지원, 원내대표 당선 되자마자 ‘군기잡기’

정치부 김현정 기자  | 입력 2012-05-04  | 수정 2012-05-04  | 관련기사 건

이-박 체제 구상안 첫 단추는 우여곡절 끝에 잘 꿰어졌지만...

 

민주통합당의 신임 원내대표이자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선출된 박지원 원내대표는 당선 직후부터 ‘군기 잡기’에 들어갔다.

 

그는 4일 의원총회를 통해 선출 된 직후 무엇보다도 마르고 닳도록 “정권교체”를 외쳤다.

 

18대 국회 원내대표를 한 번 한 후 또 다시 나오면서 ‘이-박 담합’이라는 안팎의 뭇매를 맞고서도 내세운 명분이 정권탈환이었던 만큼 이날 정권교체를 향한 그의 열망은 뜨거웠다.

 

박지원 “상임위 본회의 의총 출석 잘하라! 학교에 입학하면 공부를 잘하든 못하든 일단 출석율이 좋아야 한다!”

 

그는 “우선 비상대책위원장으로서 엄정.중립에 서서 가장 공정한 6월 9일 전당대회를 치르도록 하겠다”며 “어떠한 경우에도 우리가 중립성과 공정성을 유지하지 못하면 국민으로부터 엄중한 처벌을 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에 정권교체를 위해서 꼭 그렇게 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민주당내에서 치열한 대통령 후보 경선을 통해서 먼저 국민의 지지를 받는 그러한 당내 후보를 만들자”고 제안한 뒤 “혹자는 안철수 교수 말씀도 한다. 저도 했다. 어떤 의미에서 보면 안철수 교수가 내일이라도 민주당에 들어와서 함께 경선하면 좋다고 말했다.

 

이어 “저는 민주통합당이 문은 열어 놓지만 강요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며 “그 분 스스로가 밖에서 해도 괜찮다. 그 분이 민주통합당과 완전히 이념과 가치 면에서 동일하지 않지만 굉장히 가깝다. 다행히 새누리당과는 멀다”고 말했다.

 

“감나무 밑에 드러누워서 내 입으로 감 떨어지도록 기다리지 말라!”일성

 

그러면서도 그는 안철수 교수와 후보단일화 가능성을 열어 두었다.

 

그는 “우리는 먼저 민주당 후보를 선출하고 우리당의 후보가 어떠한 경우에도 국민적 지지를 받도록 우리 스스로가 노력해야 한다”며 “감나무 밑에 드러누워서 내 입으로 감 떨어지도록 기다리지 말자. 우리가 뛰자, 그러면 민주통합당의 후보가 (안철수 교수를) 앞서갈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지난 통합과정에서 한국노총, 시민사회, 김대중, 노무현 이 네 세력이 통합을 이뤘다”며 “우리는 한국노총의 조직력을 이용하지 않고는 정권교체가 어렵다. 시민사회단체의 투명성, 도덕성을 과감히 받아들여야 한다. 노무현 대통령 세력의 그 도전의식을 받아들여야 한다. 김대중 세력의 그 노련함을 받아들여야 한다. 이 네 세력이 진정으로 화학적 통합을 하고 중지를 모을 때 정권교체를 반드시 이룰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무엇보다 그는 당선 되자마자 19대 국회의원 당선자들의 군기부터 잡았다.

 

그는 “학교에 일단 학생이 입학하면 공부를 잘하든 못하든 수업시간에 앉아 있어야 하는 게 기본”이라며 “의원들도 마찬가지다. 상임위, 국정감사, 본회의장에는 반드시 참석하도록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어 그는 “의원총회에도 반드시 참석해야 한다”며 “참석하지 않고 결정 된 나중에 이의 제기 하면 아무 소용없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18대 국회 국정감사에서 출석률이 30%도 안 되는 의원이 5명이나 있었다”며 “도저히 용납이 안됐다. 그 중에 지도부도 있었다. 그 때 내 방으로 불러서 의원직을 사퇴하든지 국회에 전념하든지 해달라고 했다”는 일화를 소개하며 상임위와 국정감사, 본회의 참석을 거듭 거듭 강조했다.

 

“원내대표 투표율 100% 뜨거운 열기, 광주서 총알택시 타고 오토바이 타고 와서 투표”

 

당초 1차 선거에서 박지원 원내대표가 무난히 과반수의 표를 얻어 쉽게 끝날 줄 알았던 원내대표 경선은 예상과 달리 막판까지 피를 말리는 초접전의 양상을 보였다.

 

19대 국회의원 당선자들의 참여 열기 또한 뜨거웠다. 127명의 의원 중 제시간에 126명의 의원이 참석했다. 광주 서구갑의 박혜자 당선자는 예상치 못하게 비행기가 뜨지 않는 바람에 광주에서부터 서울 서초 인터체인지까지 총알택시를 타고 달려와 서초 인터체인지부터 여의도 국회의사당까지는 오토바이를 잡아타고 그야말로 날라 왔다.

 

127명 전원 모두가 참석한 원내대표 경선이었다.

 

민주당 당직자들도 “역대 민주당 원내대표 경선 중 이렇게 관심이 몰렸던 역사가 없다”며 고무된 표정을 보였다.

 

이-박 담합이냐? 3인방 연대냐? ...결론은, 친노 대 호남 구도만 확인!

 

특히 이해찬 대표-박지원 원내대표 구성안에 담합이라며 반대를 하던 세 후보자들의 연합과 19대 국회의원 초선 당선자 22명의 반란이 투표를 결선까지 끌고 갔다.

 

1차 투표에서 표 합산을 해보면 유인태(35), 전병헌(28표), 이낙연(14표) 후보자 3인방의 표를 합쳐보면 77표로 박지원 원내대표가 1차에서 얻은 49표 보다 많았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호남과 친노의 구도가 팽팽했다는 방증도 된다.

 

유인태, 전병헌 후보가 친노계파인점을 감안하고 이낙연 후보가 이번 경선 과정에서 박지원 원내대표와 사이가 멀어지긴 했지만 호남인 점은 부인할 수 없다. 이낙연 후보, 박지원 원내대표의 표를 합산하면 63표, 유인태 후보, 전병헌 후보의 표를 합산하면 63표다.

 

1차 투표에서는 1표가 무효로 나와 친노와 호남의 대립 구도가 그만큼 팽팽하다는 이야기다.

 

3인방이 이-박 담합을 깨기 위해 2차 결선 투표에서 연합하기로 약속을 하고 처음부터 후보 연합을 안했던 점은 역시나 당내 계파색을 뛰어넘지 못했다는 이유 외에는 해석이 안 되는 부분이다.

 

또 3인방의 표가 2차 결선 투표에서 고스란히 합산이 안 되고 일부 표가 박지원 원내대표 쪽으로 쏠린 점도 이 같은 해석을 뒷받침 한다.

 

유인태 ‘개그 본능’. 전병헌 ‘유창한 언변’, 이낙연 ‘신사’, 박지원 ‘노련함’ 개성도 가지각색

 

투표에 앞서 세 후보자는 각자 10분씩 정견발표 시간을 가졌다.

 

제일 처음 연단에 선 유인태 후보(서울 도봉을, 4선)는 “19대 국회가 열리면 강력하게 청문회와 특위전략으로 대선을 주도 하겠다”며 “청문회는 큰 틀에서 4대 청문회 4대 특위 전략으로 임하겠다. MB정부 권력형 비리, 언론장악, 4대강, 민간인 사찰 특위를 만들고, 4대 특위는 재벌개혁, 부자감세, 반값등록금, 비정규직 특위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전병헌 후보(서울 동작갑, 3선)는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친박계 강력한 인물(서병수 의원)을 주저앉힌 40대 유력 후보(남경필, 수원 팔달 5선)가 부상하고 있다”며 “그에 맞서는 민주당의 젊고 강한 원내대표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구태를 깨는 참신함 뻔 함을 깨는 역동성이 필요하다”고 우렁찬 목소리로 강변하면서 그에 적합한 인물이 자신임을 내세웠다.

 

박지원 원내대표는 앞선 정견발표에서 “19대에서 진짜 잘할 수 있는 정권교체를 할 수 있는 4번 타자는 박지원이라고 생각한다”며 “모든 것을 정권교체를 위해서 생각해 네 사람 중 그래도 잘 할 수 있는 사람이 누구인지 결정해 달라”고 호소했다.

 

이낙연 후보자(전남 영암장성함평장흥, 4선)는 새누리당의 대표와 원내표로 언급되고 있는 이주영 정책위의장과 남경필 의원을 언급하면서 “남경필 47세 5선, 이주영 60세 4선이다. 남경필 의원은 2002년 대선에서 한나라당 대변인을 했고 저는 민주당 대변인을 했다. 이주영 정책위의장은 저와 대학동기 국회도 동기다. 두 사람을 가장 잘 아는 민주당 사람 하나를 뽑으라면 저”라고 강변했다.

 

세 후보자의 개성도 뚜렷했다.

 

유인태 후보는 농담과 재치가 뛰어나 지난 3일 후보자 토론회에 이어 이날 정견발표에서도 여러 번 의원들을 웃겼다.

 

전병헌 의원은 거침없고 매끄러운 언변을 뽐냈고, 이낙연 의원은 절제되고 정제된 어휘를 사용하는 신사적인 모습을 보였다.

 

박지원 원내대표는 노련함과 패기, 가장 최우선 과제를 위해서 후순위의 것들은 밀어내는 정략적인 판단력의 뛰어남과 노련미를 보여 지략가라는 별칭 값을 했다.

 

민주당은 당장 오늘부터 비대위체제로 들어가고 오후 늦게 비상대책위 최고위원회의를 갖고 당대표를 포함 최고위원을 선출하는 전당대회 준비에 들어갈 예정이다.

 

한편, 이해찬 전 총리가 제안한 이-박 체제의 첫 단추는 잘 꿰어졌다.

 

6.9 전대에서 이해찬 당대표가 탄생하게 돼 이-박 체제가 완성이 될지 흥미로운 대목이다.

 

 

정치부 김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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