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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성 인터넷뉴스 | 입력 2007-09-25 | 수정 2007-09-25 오전 10:44:32 | 관련기사 건
이역만리 낯선 열사의 땅에서 평화를 위해 땀 흘리는 자랑스러운 우리의 아들·딸들이 있다. 물설고 낯설은 곳에서 생명의 위험을 무릎쓰고 임무를 수행하는 해외파병 장병들이다. 우리 군은 이라크에 자이툰 사단, 아프간에 다산·동의부대를 파병한 것을 비롯, 레바논 그루지아 라이베리아 수단 등 세계 곳곳에서 유엔평화유지활동(PKO)을 통해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일원으로 세계의 안정과 평화에 기여하고 있다. 해외파병 장병들이 사랑하는 가족과 국민들에게 보내는 추석 편지를 소개한다.
사랑하는 서영이 아빠에게
14시간이 넘는 긴 여정 끝에 도착한 이곳 이라크 아르빌에서의 첫 인상은 ‘놀라움’ 그 자체였어요. 산이나 고층건물에 가로막히지 않은 탁 트인 넓은 벌판과 눈부시도록 푸른 하늘, 내가 생각했던 중동의 사막과는 너무도 다른 풍경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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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염은하 대위 |
다행히 이곳에 오기 전에 가졌던 약간의 두려움은 하얀 웃음으로 반기는 양떼구름들을 보는 순간 사라졌어요. 물론 비행기에서 내리는 순간 숨이 막힐 정도로 뜨거운 열기는 앞으로의 파병생활에 대한 어려움을 예고하는 것 같아서 걱정도 됐지만 이미 각오한 바여서 크게 마음에 걸리지는 않았어요.
하지만 이제는 이곳도 가을 정취가 제법 느껴져요.
아침 저녁으로는 선선한 바람도 불어오고 풀벌레들의 울음소리가 가을을 재촉하고 있어요. 열사의 땅 중동의 기후도 대자연의 흐름을 거스르지는 못하는 것 같네요.
추석이 되니 당신과 아이들 생각이 더 많이 나네요. 여기에서도 자이툰 병원 식구들과 함께 나름대로 즐거운 명절을 보내고 있지만 추석만큼은 잠시라도 돌아가서 가족들과 함께 하고픈 생각이 절실하네요.
사랑하는 당신!
어제 첫 전화통화에서 당신의 “보고 싶다”는 말에 나도 모르게 눈물을 흘리고 말았어요. 당신과 연인이 된 이후 최북단 소초장과 생도의 위치에서 그리움에 목말라 하고, 춘천과 서울로 떨어져 주말부부로 지내던 시간들….
어찌 보면 우리의 만남은 거의 절반에 가까운 시간이 그리움으로 채색되어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닐 듯 하네요. 그리고 이제는 주말부부도 모자라 6개월이라는 긴 시간동안 헤어져 있으니 웃음도 나고 눈물도 나네요.
하지만 지금 저는 갈색 군복에 태극마크를 달고 전쟁의 상처로 몸과 마음이 아픈 이곳 사람들에게 희망과 행복을 나누어 주면서 그 어느 때보다 강한 자부심과 보람을 느끼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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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이툰 부대를 비롯한 우리군의 평화유지부대들은 가는 곳마다 완벽한 임무수행으로 가장 우수한 부대라는 평가를 받았다. 또한 헌신적인 사랑과 봉사는 현지인의 마음을 감동시킬 수 있었다.
당신도 잘 알고 있겠지만 이곳에서 우리 자이툰 부대의 역할과 존재의미는 현지 주민들에게 진정한 친구이자 삶에 용기를 주는 금과 같은 존재예요. 자이툰 병원에 오는 병들고 지친 환자들은 하나같이 대한민국과 자이툰 부대의 열렬한 팬이 되어서 돌아가고 있어요.
한국인 특유의 친절함과 정성이 얼굴도 다르고 말도 다른 이곳 사람들의 마음을 열었다고 생각해요. 이렇게 보람되고 뜻 깊은 일들을 대한민국의 대표 군인으로서 당당히 임무를 수행하고 있는 당신의 아내를 자랑스럽게 생각해 주세요.
저 역시 제 인생 최고의 지지자이며 동반자인 당신에 대한 사랑을 이곳에서 더 크게 만들어 갈께요. 한국을 떠나기 몇 주 전부터 아무것도 모를 것만 같았던 7개월 된 우리 아들 민준이가 자꾸만 내 품속에서 떨어지지 않으려고 하던 모습이 눈에 선합니다. 이제 4살이 된 서영이와 민준이를 당신에게 맡기면서 너무 큰 짐을 지우게 한 것 같아 미안한 마음뿐입니다.
저보다 5시간 앞선 삶을 살고 있는 당신!
우리의 사랑은 시공을 넘어서 당신과 내 마음속에서 늘 함께 할 거라 생각하고 오늘 하루도 행복한 시간 만들어 가는거 잊지 마세요.
참! 식사는 거르지 마시고 꼭 꼭 챙겨 드세요.
사랑합니다.
2007년 9월 24일
이라크 아르빌에서 당신의 아내가
영광함평 박 청 기자(yhinews2300@emp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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