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화 교수의 엄마 육아기] 아이들에게 텔레비전이 없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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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화 교수의 엄마 육아기] 아이들에게 텔레비전이 없다면?

고성 인터넷뉴스  | 입력 2007-11-14  | 수정 2007-11-15 오전 7:48:31  | 관련기사 건

저희 집의 텔레비전이 십오 여년을 지나면서 요즈음 따라 고장이 자주 나는군요. 이번에는 아주 심하게 탈이 났는지, 텔레비전을 아예 수리센터로 들고 가버렸습니다. 며칠 동안 텔레비전 없이 지내는 가운데 아이교육과 연관하여 떠올랐던 생각들을 글로 써볼까 합니다. 

 

텔레비전이 갑자기 사라지고 나니, 첫날에는 소리없는 저녁이 호젓하게 느껴져서 차를 마시며 평화로운 적막감을 행복한 마음으로 즐겼습니다. 이틀 째부터는 무언가 세상일들이 궁금하더군요. 안방에 앉아서 바깥세상이 잘 돌아가고 있는지 괜한 걱정들을 해보았습니다. 선거가 다가오면서 거두되었던 정치인들의 움직임이라던가 며칠 전만 해도 우리들의 마음을 아프게 했던 그 연예인의 근황이 어떻게 되었는지, 궁금했었습니다.


삼사일 째에는 저녁이 정말 길고 너무 심심해서 옛날에는 이 긴긴밤을 어떻게 지냈나 싶었습니다. 텔레비전이 없으면 세상사는 재미가 없을 것 같더군요. 일주일 만에 텔레비전이 돌아온다니 며칠을 어떻게 더 기다릴 수가 있을까 걱정도 되더군요.


텔레비전이 없음으로써 생긴 짜증을 머리 안에 가득히 지닌 채 자리에 드러누워 있자니 불필요한 심통까지 생기더군요. 그래서 어쩔 수 없는 상황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여 보자고 생각을 바꾸어보았습니다. 텔레비전에 대한 아쉬움을 포기한 채 편안히 눈감고 있으니 그런대로 머리가 맑아지더군요.


좀 더 눈감고 있어보니, 낮에 이 책 저 책을 보느라 눈을 많이 사용했는데 눈의 피로를 풀 수가 있었습니다. 낮에 미처 못 다한 생각들을 차분하게 할 수도 있었고 골똘하게 생각해보아야할 특별한 문제를 깊이 고심할 시간도 생기더군요.


뿐만 아니라, 집에 들어오면 습관적으로 텔레비전에 마음이 빼앗기느라 건성으로 넘어갔던 미해결된 문제들이 하나하나 떠오르면서 충분한 생각 끝에 원만한 해결점에 도달할 수가 있어서 텔레비전이 때맞춰 고장이 잘 나주었다는 생각까지 들었습니다.


그리고 이런저런 불편한 마음들이 생겼어도 대충 넘어가버렸던 며칠 전의 상황들이 상세하게 떠오르면서 그때의 감정들이 다시 살아나고 한참을 뒤척거리는 가운데 그나마 감정정리가 되어가더군요.


또, 자녀들과 그동안에 못 나누었던 이야기들을 풀어내느라 밤 시간이 오히려 짧기만 하였습니다. 와인까지 한 잔씩 하면서 매우 심층적인 이야기까지 주고받게 되어서 텔레비전이 없는 덕에 저희 가족관계는 더욱 긴밀해졌고 베일에 감춰졌던 여러 문제들이 하나둘 해결되었습니다.


무엇보다도 저의 머리가 맑아졌고 마음이 뒤숭숭하지 않고 신상의 주변정리가 깨끗하게 된 것 같아서 가장 좋았습니다.


아이들도 마찬가지일 겁니다. 아이들이 가만히 있기만 해도 많은 정보가 오감을 통하여 쉽사리 흡수되므로 텔레비전한테 넋을 잃을 수 밖에 없다고 봅니다. 텔레비전은 우리 생활에서 없으면 안 되는 중요한 존재이지만 우리의 매우 많은 부분을 잃을 수도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아이들도 다른 놀이로 시간을 보낼 수 있는데 텔레비전 앞에서 무력하게  시간을 보낼 수가 있습니다. 움직이지 않음으로써 아이들은 운동신경이 둔해지고 근육이나 골격이 발달되지 않아서 건강을 잃게 될 것입니다.


특히, 요즈음처럼 쾌락적이거나 자극적이거나 웃음보따리를 안겨주는 레크레이션에 가까운 프로그램을 많이 접하게 되면 웬만한 볼거리도 재미가 없어지게 되지요. 땀과 노력으로 취득해야할 여러 가지를 버턴을 누르면 거의 해결될 수 있다는 착각으로 몰아갈 수도 있습니다.


또한, 우리가 취득할 수 없는 것을 텔레비전에서 대리만족할 수도 있습니다. 현실과의 괴리감을 좁힐 수 있도록 도와줄 수 있는 매개체가 없는 문제가 매우 심각하다고 봅니다.


우선 먼저 실천해야 할 점은 텔레비전을 필요할 때만 볼 수 있는 습관을 들여야겠습니다. 심심해서 어쩔 수 없이 보거나, 피로를 풀기 위해서 보거나, 무료함을 달래기위해서 보거나, 딱히 할 일이 없어서 보게 되면 꼭 해야 할 일과 생각들을 놓치게 될 경우가 생깁니다.


아이들이 텔레비전에서 멀어지자면 당연히 가족들의 협조가 필요합니다. 텔레비전이 없는 며칠을 한번 체험해보시길 감히 권유합니다.

 

 

 


 

   김정화 교수


   효성여자대학 기악과 졸업, 피아노 전공

   계명대학교 교육대학원 졸업, 음악교육 전공

   대구대학교 대학원 수료, 유아교육 전공

 


대구산업정보대학 유아교육과 교수

맑고푸른 대구21 추진위원회 위원

한국코다이음악협회 연구위원

리트미 유아음악연구소 자문위원

대구광역시 수성구 보육정책위원

대구생태유아협의회 회장

대구광역시 보육정보센터 운영위원

한국유아교육보육행정학회 이사


저서


김정화 동요작곡집 <봄오는 땅 속에는> : 세광음악출판사, 1981.

유치원 기악 합주곡집 : 보육사, 1985.

초등학교 새교과서에 따른 피아노반주곡집 1-6권 : 동서음악출판사, 1992.

유아음악교육 : 형설출판사, 1993.

피아노 반주의 이론과 실제 : 형설출판사, 1995.

유아교육을 위한 피아노 율동곡집 : 동서음악출판사, 1996.

유아음악놀이지도의 이론과 실제 : 학문사, 1997.

유아용 피아노 교본 <동서음악캠프> 1-18권 : 동서음악출판사, 1998.

유아전래동요지도 : 양서원, 1999.

아동학 : 교육과학사,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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