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이 영그는 보금자리 부부 구두수선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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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이 영그는 보금자리 부부 구두수선방

김미화 기자  | 입력 2007-12-27  | 수정 2007-12-27 오후 4:18:39  | 관련기사 건

2호 광장 한 켠에 자리 잡은 구두 수선 집, 부부가 20년 동안 부지런한 손놀림과 땀방울로 일구어 놓은 그들만의 안식처다. 김석이(47) 장미숙(42) 부부가 꿈을 일구어 가는 『구두 수선방』이 바로 그곳이다.


언제나 그 자리에 그렇게 둘이 마주보며 때론 웃음 띤 얼굴로, 때론 무표정한 얼굴이나 뭔가에 골똘한 얼굴로 구두를 만지는 그들에게 누구라도 그렇듯이 구두를 맡기고 앉았노라면, 그들에게 무슨 말이라도 하고플 것이다.

 


오늘은 이들 두 부부를 통해 세상을 엿보기로 한다.


17세부터 고성에 정착한 김석이 씨는 신체장애 3급으로 다리가 불편하다. 두 부부사이엔 이제 막 고등학교를 졸업 할 장남인 첫째와 중1년생, 초등5년생, 넷째 귀염둥이 초등1년생까지 모두 4남매를 두고 있다.


김석이 씨는 벌써, 아들을 어디 용접공으로라도 보낼 수 없냐고 필자에게 물어본다. 어릴 때부터 공부머리가 없지만 손재주는 있다며 밥벌이나 되었으면 한다는 김석이 씨는 부모로서 열악한 환경에도 불구하고 자식들이 건강하게 자라준 것만으로도 감사하다 한다. 

 

▲ 김석이 씨, 20년 째 구두를 손질하고 있다.

정작 본인인 김석이 씨는 장애로 수술이후 지금도 사람을 제대로 알아보지 못하는 병이 있다. 3천원 벌자고 관공서 등에서 수거한 신발을 닦아 가면 구두를 딴 사람에게 줘 버려 몇 배의 배상하는 일도 숱하게 겪었다고 한다. 그래서 지금은 절대 수거해 수리하는 일은 없단다.


이제는 친정이 고성인 여성 손님들도 많고, 여행길에 일부러 수선할 신발꾸러미를 들고 찾아오는 단골들이 많아졌다. 충청도에 사는 고성 댁, 창원이나 가까운 삼천포에서 오시는 단골손님 등 등.....


어쩌다, 전국에서 구두수선 가격이 제일 저렴한 부산에서 살다 찾아오신 손님은 비싸다는 말을 한다. 하지만 나름대로 20년차의 베테랑으로 질 좋은 재료를 사용한다면서 굳건히 일만한다. 하지만 고성에 정착하기까지 이들에겐 애환도 상당했을 것이다.

 

고성 최고의 목에 단골들이 상당하다하니 얼핏 듣기에 제법 쏠쏠하게 벌이를 하는 걸로 비쳐 질수도 있겠지만 아직도 이 부부의 살림살이는 빠듯하다.


아내인 장미숙 씨에 의하면 남편 김석이 씨의 병원비와 살림집을 마련하느라 수협 등에서 빚을 3천 만 원이나 지고 있단다.

 

▲ 장미숙 씨

이들에게 꿈이 뭐냐고 물으니, 단호히 “없다!” 한다. 고성군에서 이렇게 삶의 터전을 마련해주신 것만 해도 고맙다면서, “더 바라면 욕심이다”라고 한다. 그저 ‘참, 착한 사람들이다’ 라고 할 밖에.....


꿈인들 왜 없으랴만, 그들은 만족할 줄 안다. “지금이 제일 행복하다”고 하는 부부의 내리깔린 눈을 따라 손에 들고 있는 누군가의 헌 구두를 보노라니 필자의 콧등이 시큰거린다.


모아놓은 재산은 없지만, “애들 건강하고 성실하게 살면 돼지...” 한다. 식구수대로 다 포함해 ‘현대해상보험상품’ 하나가 유일한 저축이고 노후 대책이지만, 그들 부부의 재산은 바로 네 자매인 ‘자식’이라 당당히 말한다.


겨울은 사람들이 추워서 움직이지 않아 어서 봄이 왔으면 좋겠다는 장미숙 씨...그들의 보금자리인 2호 광장 한 켠에 마련된 그들의 삶터 『구두수선방』은 월세 30만원의 작은 돈이 아니다.


어서 봄이 와 이들의 마음이 더 푸근해졌으면 좋으련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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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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