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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창식 발행인 | 입력 2021-08-10 오후 01:19:25 | 수정 2021-08-10 오후 01:19:25 | 관련기사 건
- 경남도교육청에 민원 제기
- 교육감 면담 신청도
고성인터넷뉴스는 지난 8월 6일, 지금 영오초등학교에서 벌어지고 있는 문제에 대해 보도했던 적 있다. 그 보도가 나간 뒤 9일(월요일) 15시쯤 이번에는 학교를 찾아가 교장과 교감을 만나 지난 6일 보도된 기사에 대해 학교에서는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물었다.
그런데, 학교 쪽에서는 이번 일이 얼마나 심각한지 아직 느끼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 더군다나 영오초등학교는 작은학교 살리기 운동에 뽑혀 경남도와 도교육청, 고성군에서 크게 도움을 받고 있는데다 우리지역의 다른 여러 작은학교의 부러움을 한 몸에 받고 있으면서도 이런 일이 생겼으니 큰 문제 아닌가.
기자와 만난 영오초 교감은 "그날 고성인터넷뉴스에서 기사가 나간 뒤 전학 하려는 12명의 학생 집마다 전화를 걸어 전학을 가려고 하느냐고 물었더니 네 가구와 통화가 됐는데, 네 가구 모두 전학가지 않겠다고 하더라. 나머지 가구는 전화 통화가 안 되더라"하고 말하는 걸로 보아 집단으로 전학 가는 일은 없을 거라고 보고 있었다.
그런데, 학교 면담을 마치고 따로 만난 학부모들은 교감의 말과는 딴 판의 말을 했다. 이들 학부모들한테는 전화가 걸려오지 않았다는 것이다. 한 군데 걸려 왔는데, 할머니가 전화를 받고 처음에는 무심코 전학 안 간다고 했다가 최근 일어난 일이 퍼뜩 떠올라 "학교가 제대로 일을 처리 못해 이 지경까지 왔는데, 뭣 땜에 이렇게 전화해서 물어보고 그러느냐, 우리도 학교가 이렇게 일 처리 못하면 전학간다" 하고 고쳐 말했다는 것 말고는 다른 학부모들에게는 전화가 걸려오지 않았다고 거듭 확인해 줬다.
교감 아니면 학부모들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 그런데 이날 기자와 만난 7~8명의 학부모들은 모두 전화 통화 없었다고 한 결 같이 말한다.
학교 쪽에서는, ‘아이들 문제가 어른들의 갈등이 됐다’며 ‘시간이 지나야 해결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학교로서는 ‘아이들이 서로 잘 지내고 있고 여름 캠프도 잘 보내고 있다’고 크게 걱정하지 않았다.
도대체 영오초가 어쩌다 이런 문제에 휘말렸는가를 간단하게 설명할 필요가 있을 것 같아서 지난 6월 25일 일어나 문제가 됐던 일들 대강의 요점을 설명하고자 한다.
『6월 25일, 영오초등학교에서 한 어머니가 학교 폭력문제를 제기하는 일이 있었다. 이 어머니는 영오초등학교 전교생 18명 가운데 4명의 아이를 뺀 나머지 14명 모든 아이들이 자신의 아들(5학년)에게 집단 폭력을 일삼았다면서 학교 폭력문제를 강하게 주장했다. 이렇게 되자 학교에서는 전교생을 고소한 이 어머니의 말만 듣고 초등학교 1학년부터 시작해서 6학년까지 아이들 한 명 한 명을 모두 불러서(어머니들은 ‘취조 하듯이’라고 말한다) 아이들에게 ‘○○’한테 잘못한 행위들, 아주 작은 행위 하나라도 모두 털어놓게 하고, 부모들도 모르는 사이 무작정 사과를 강요하며 아이들이 학교폭력을 행사한 것을 인정하게 만들었다. 전교생 대부분의 학부모들이 모르는 가운데 아이들이 학교폭력 가해자가 된 것이다.
학교 폭력이 일어났다는 내용들을 보면, 6월 어느 날 지도교사가 참여한 가운데 전교생이 모여 "피구" 게임을 했는데, 상대를 맞추려고 던진 공을 자신한테만 세게 던졌다면서 그 학생이 불평했던 것이 발단이라고 말한다. 피구 게임 하다 공을 맞은 아이가 집으로 돌아가 어머니한테 어떻게 이야기했는지 몰라도 "학교폭력"사건으로 다뤄지게 됐다.
마침내 모든 아이들이 "학폭"을 제기한 아이 앞에 공개된 곳에서 사과를 하게 되고 사과한 아이들은 도무지 알 수 없는 "학폭"처리와 마음에도 없는 사과까지 하면서 마음 속 상처를 입게 됐다고 부모들은 말한다.
그런데 알고 봤더니, 피구 게임하다 일어났던 일 만이 아니었다. 어쩌다 그 아이와 스쳐지나가다 어깨라도 툭 부딪치거나 걸어가다 몸이라도 그저 슬쩍 닿는다든지 했던 일들을 모조리 ‘쟤가 그때 이랬다, 쟤는 이렇게 했다’는 식으로 줄줄 나열하고 그것들이 ‘학교폭력 행사’가 돼 버린 것이다.
사정이 이러니 아이들은 아이들대로 풀이 죽어 있는데다 동무들끼리도 서먹서먹해지고 서로가 서로를 경계하고 두려워하는 분위기로 변해 측은해 못 볼 지경이라고 학부모들은 안타까워한다.』
이상이 지금 영오초등학교에서 벌어지고 있는 집단 전학 사태의 양상이다.
지금 영오초 문제는 세월이 해결해 줄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이미 학부모들은 도교육청에 민원을 넣었고, 교육감 면담을 요청한데다 영오면 가까운 다른 학교로 전학하기 위해 두 곳의 학교를 찾아가 전학을 타진하고 있다. 이웃한 학교들도 작은 학교이기는 마찬가지지만 ‘작은학교 살리기’에 뽑히지 못해 박탈감이나 소외감을 갖는 주위의 작은 학교에서 더 적극 나서 이들을 받아들이려고 왜 하지 않겠나.
집단으로 전학을 생각하고 있는 학부모들은 "올해 학기가 시작되면서 그 어느 누구도 학내에서 이런 일이 일어나리라고는 생각도 못 했는데, 터무니없는 일을 학교폭력 사건이라며 이를 공개한 6월 25일부터 학교에 대한 미련이 없어졌다" "집단이 소수를 어떻게 하려는 것이 아니고 소수가 집단을 못 살게 굴어서 떠나려고 한다"며 안이하게 대처하는 학교 쪽을 강하게 비난했다.
문제의 발단이 된 학부모 쪽과 다른 학부모들이 다 함께 모여 의논하는 자리를 만들어 스스로 해결하도록 하면 어떻겠는가 하고 학교 쪽에 물었더니 "그 학부모가(학폭 제기 한) 그렇게 다 함께 만나는 자리에는 안 나오겠다고 해서 어쩔 수 없다"고 말한다. 학교 쪽에서는 이 쪽과 저 쪽이 서로 만나지 않으려 한다고 보고 있었다. 이대로라면 대다수 학부모들이 학교를 떠나는 방법 말고는 뾰족한 방법이 없지 않은가.
오늘까지 영오초등학교 쪽이 지금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기울인 노력으로는 학부모들에게 전화를 걸어서 "전학 갈 건가 안 갈 건가"를 물어 본 것 말고는 특별히 한 게 없어 보인다.
한창식 발행인 gsinews@emp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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