굳이 이렇게까지 해서 행사를 치러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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굳이 이렇게까지 해서 행사를 치러야 ?

한창식 기자  | 입력 2011-03-19  | 수정 2011-03-21 오후 4:30:29  | 관련기사 건

오늘(19일) 오전, 회화면 배둔 시외버스 정류장 옆 3.1운동 창의탑 앞에서는 92년 전 독립만세를 외치던 군중들이 일본 군경의 총칼 앞에 맨주먹으로 목숨 걸고 배둔 장터까지 밀고 내려갔던 역사적인 날을 기념하는 행사가 열렸다.

 

이 행사는 최근 들어 해마다 열리는 것으로 특히, 나라를 빼앗긴 이 땅의 어른들이 죽음을 무릅쓰고 독립만세를 외쳤던 역사적인 사건이어서 고성사람들, 특히 회화면민들에게는 대단한 자부심을 갖게 하는 것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이런 소중한 거사를 기념하는 행사를 그야말로 형식적으로 치르고 마니 안타까울 수밖에 없다.

 

도대체 그 엄숙하고 의미 있는 행사장에 초중 고등학생들은 무엇 때문에 동원하는가. 애국가가 울려 퍼질 때 누구하나 애국가 따라 부르는 학생 없다면 이들이 3.1운동을 기념한다는 뜻 깊은 행사장에 무엇 때문에 필요한가.

 

그날 독립만세 운동을 외쳤던 의로운 조선인의 후손 쯤 되겠다 싶은 백발이 성성한 어른이 나와 ‘기미독립선언문’을 구구절절이 읽어 내려가는데 그 어른에게 눈길 하나 주지 않고, 어디 한 구절 들을 생각하지 않고, 희희낙락 옆 친구와 쉴 새 없이 장난치는 초중 고등학생들이 무엇 때문에 이런 무거운 내용의 행사장에 동원될 필요가 있는가.

 

또 참가한 어른들은 왜, 애국가만 나오면 모기보다 작은 목소리로 그저 입모양만 뻥긋거리는가. 그거 희한하지 않은가. 왜놈들의 총칼도 두렵지 않다며 흰 바지저고리 입고 ‘대한독립만세’를 외치던 열혈 조상들의 후손들이, 그런 훌륭한 조상들의 얼을 본받고 후대에서 기리도록 하겠다고 모여 놓고는 ‘愛國歌’를 부르는데 어떻게 모기소리보다 작게 할 수 있는가. 학생들 나무랄 것도 없다.

 

그리고 이날 행사장에는 동원된 학생들을 제외하면 50명 남짓한 어른들이 있었던 것 같은데 꼭 그 사람들 다 소개해야 되나. 심지어 행사장에 오지도 않은 유령을 참가했다고 소개하고 박수까지 치니 참 이게 무슨 뚱딴지같은 일인지 모를 일이다.

 

행사가 시작되면 또 어떤가. 무슨 축사해야 할 사람이 그렇게도 많은지..... 참가자 소개가 장황했다면 축사는 좀 줄여도 안 되나? 이러니 군의회 의장은 미안해서 나름대로 짧게 한다고 한 것이 이상하게 돼 버렸지 않은가.

 

의장 축사를 그대로 옮겨보면 ‘앞에서 국회의원님과 군수님이 좋은 말씀하셨는데..., 여러분 아무튼 오늘 즐거운 하루 되십시오’ 하고 축사를 마쳤다.

 

독립만세운동 기념행사를 하면서 그날을 재현하는데 ‘즐거운 하루 되십시오’ 라고? 안 해도 될 인사를 하도 많이 해서 행사장에 가면 그저 ‘즐거운 하루 되라’ 는 인사가 제일 무난하고 편해서 의장 스스로도 자연스럽게 뱉었을 수 있다. 즐거울 수도 있겠다만 그래도 일제압박에서 벗어나고자 목숨 걸고 만세를 외쳤던 날을 기념한다면 ‘그날을 되새기고 의미 있는 하루 보내십시오’ 라고 하는 것이 내용적으로 맞을 것이다.

 

이러니 아무생각 없이 참석한 학생들은 엉뚱한 짓만 하고 있고.....

 

정리를 하면, 배둔장터 독립만세 운동을 우리지역 역사에 있어 소중한 정신문화 유산으로 삼아 계승 발전시켜 후대에 전해야 할 역사적 문화유산이라면 행사에 참여하는 학생들을 동원하기에 앞서 이날의 의미를 충분히 인식시키고 정신적으로 무장을 시켜서 참석토록 해 최소한 ‘愛國歌’라도 소리 높여 부르게 하자.

 

자기소개 빠졌다고 삐쳐서 행사장 빠져나가는 사람은 ‘그러려니’ 생각하고 참가자 소개 좀 제발 줄이자.

 

▲ 기미독립선언문을 낭독하는 안병택 3.1운동창의탑보존위원회 부위원장

 

▲ 기미독립선언문을 읽어 내려갈 때 아이들은.....

 

▲ 왼쪽 붉은 원안의 취재기자와 오른쪽 적십자봉사원들의 시각은 독립선언문을 읽어내려가는 부위원장에게 고정돼 있다. 아이들은? 시각이 천차만별이다.

 

▲ 이러고 있는데 그 비장한 기미독립선언문을 아무리 잘 읽어내려간들 무슨 의미있나

 

▲ 아래쪽 두 군의원은 연사의 말을 듣고 있고 시각이 같은 곳에 고정돼 있다. 바로 뒤의 아이들은? 도대체 해마다 왜 저런 아이들을 불러다 놓고 똑 같은 일을 반복할까?

 

▲ 붉은 원 안은 20여명의 고성군여성합창단이고 오른쪽 흰 원안은 뒤에서 서성이는 사람들이다. 20명 넘는다. 가운데 노란색 원 안은 초중고 학생들인데 제대로 행사를 의미있게 치르려면 아이들은 수업하러 학교로 가고 합창단과 서성이는 사람들이 노란 원 안으로 들어가 행사에 무게를 더해주고 의미도 있게 해야 한다.

 

물론 아이들이 사전 교육을 받고 진지하게 자리하면 제일 좋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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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창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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