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거 어떻게 생각 하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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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어떻게 생각 하십니까?

한창식 기자  | 입력 2012-02-02  | 수정 2012-02-06 오후 12:41:15  | 관련기사 건

혹시, 최근 고성군 하일면 맥전포 항 가보셨습니까?

 

120억 원인가 150억 원인가 들여서 고성군 하일면 맥전포 항 일대에 조성해 놓은 ‘어촌어항 복합공간 조성사업’ 현장이다.

 

제 정신을 가진 사람이라면 이곳에 들어서는 순간 ‘이거 누군가 살짝 정신 나간 사람이 만든 거 아닌가’ 하고 생각하게 된다.

 

▲ 바로 뒤로 보이는 공장으로서는 최고의 휴식처를 갖게된 셈이다.

 

물론 아무 생각 없이 대뜸 ‘와~~멋지게 해놨네...’ 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다.

 

아무리 나랏돈이 눈 먼 돈이라지만 수십만 원도 아니고 1백 수십억 원이라는 막대한 돈을 들여 저렇게 해놓고 마음 편히 있는 사람들은 도대체 어떤 사람들인가 묻고 싶고, 또 이를 감시 감독했을 의원들은 뭘 하고 있었는지 기가 막혀 말이 안 나온다.

 

▲ 제법 그럴듯한 쉼터 끝은 어울리지 않는 공장들이어서 조화롭지 않다.

 

 

아무리 예쁘게 사진을 찍어보려 해도 전혀 어울리지 않는 공장 풍경과 사상누각과도 같은 시설물들이 조화를 이루지 않는다.

 

아이 웃음소리 울음소리 들리지 않는 황량한 바닷가에 만들어 놓은 거북선 놀이터를 보라. 현재 시간 오전 11시, 방학을 맞은 개구쟁이들이 한참 뛰어 놀아야 할 시간인데 개미새끼 한 마리 없고 해풍을 맞으며 거북모형 놀이터는 떡하니 서있다.

 

▲ 놀이터 뒤로 보이는 엉성한 집도 물통인지 액젓을 담는 통인지 왼편의 것도 전혀 조화롭지 않다. 오전 11시, 아이들이 있어야 들어가 놀지.....

 

어디 내 놓아도 빠지지 않을 쉼터와 벤치, 예쁜 길이지만 멸치를 찌고 말리고 포장하는 공장직원들한테만 훌륭한 휴식공간이고 주차장일 뿐이다. 여기 맥전포 항에는 8개 멸치 관련 공장이 들어서 있다.

 

▲ 어쩌다 그물 손질하는 어부들이 있을 뿐

 

음악 분수대는 하이라이트다. 정말로 전국 어디 내놓아도 손색이 없을 시설인데, 저거 도대체 누가 여기까지 와서 보고 듣나? 일부러 음악분수 보러 관광객들이 온다고? 아니면, 어쩌다 고성을 찾는 관광객들이 온다고?

 

 

▲ 보통 돈을 들인 시설이 아니다. 규모도 손색이 없다. 다만 들어주고 봐줄 사람이 없고 주변 공장들과 어울리지 않을 뿐이다.

 

그래, 왔다 치자. 그 흔한 자동판매기 하나 없어서 커피 한 잔도 사이다 한 잔도 마실 수 없고, 6개월 전 개업한 횟집식당 딱 한 군데와 초라하기 짝이 없는 인터넷에서 희귀자료로 취급받을 만한 동네 구판장 하나 있는 것이 전부다. 이런 곳에다 백 수십억 원을 들여 이렇게 해놔?

 

▲ 6개월 전에 개업한 유일한 식당

 

▲ 1백 수십 억원 들여 지은 시설에 딱 한 군데 있는 이름조차 생소한 구판장이다.

 

맥전포 항에는 주말이면 인근 사천 진주 마산 등지에서 바다낚시를 하러 오는 사람들이 있다. 오늘처럼 이런 엉터리 시설들이 없을 때에도 낚시꾼들은 들끓었다. 그렇다면 그들을 위한 시설물을 지어준 것인가?

 

이마트 롯데마트 홈플러스에서 잔뜩 마시고 먹을 것 사다 아름다운 맥전포 항에서 낚시하면서 바다 더럽히고 동네 더럽히는 사람들 좀 더 편하라고 만들어 준 건가? 그들이 맥전포 항을 어지럽히는 것 말고 고성에 가져다주는 게 뭐 있는가?

 

▲ 앉아 낚시하면 참 좋을 듯 하다.

 

 

관리사무소에 혼자 있는 아저씨(?) 할아버지(?)는 말한다. ‘종일 치워도 끝이 없을 정도로 쓰레기가 나온다’고....낚시꾼들이 버린 쓰레기가 그렇단다. 그런데 그들을 위해 더 편리하게 어질고 가라고 이런 시설을 해줬나?

 

 

▲ 청정바다에 이런 쓰레기나 더 늘어나지 뭐가 더 좋아질까.....

 

도대체 누구 머리에서 음악분수를 만들고 거북선 놀이터를 만들자는 아이디어가 나왔는지 궁금하다.

 

주민들은 말한다. ‘하나도 좋은 것 없다. 항구 시설 잘 돼 있으니 인근 타 도시에서 배 묶어두고 가 동네 배 편히 대기 어렵고, 어지럽히기나 하고, 차라리 낚시꾼 상대로 포장마차라도 할 수 있도록 해주면 좋으련만 그것도 안 되고.....지역민이 잘 먹고 잘 살게 하는데 돈을 써야지.....돈이 썩어빠지는지 알 수 없다’고 말한다.

 

▲ 위화감만 조성되고 주민들 삶에 조금도 보탬이 되지 않는단다.

 

▲ 모두 여덟군데 공장의 근로자들의 쉼터와 주차장으로 딱이라고 말한다. 일부 외국인 근로자들의 추태도 종종 목격된단다.

 

오늘날 관광객들이 얼마나 수준 높고 약은지 그걸 몰라서 이런 짓을 하는지 참 한심하다. 공무원 세계에서 즐겨 쓰는 용어 있다. ‘접근성’과 ‘기대효과’가 그것이다.

 

까놓고 말해서 맥전포 어항 도시로부터의 접근성 ‘빵점’이다. 기대효과는 ‘부지하세월’이다.

 

제발 좀 이러지 마라. 고성군에 무슨 위원회 따위는 얼마나 많나? 발전추진위원회 같은데 자문을 구하고 의제로 던져주면 120억 원인지 150억 원인지를 들여서 최상의 사용처도 논의해보고 그럴 것 아닌가. 도대체 누구하고 의논해서 이렇게 하자고 결정했는가.

 

▲ 그럴듯한 시설물 주위의 어울리지 않는 공장건물이나 멸치 가공 작업을 위한 기재들이 쌓여 있는 것이 색다르다면 색다른 풍경이다.

 

▲ 붉은 원 안이 거북모형 놀이터고 흰 공장 건물 밑 연초록 나무사이가 공원으로 조성된 곳이다. 바다 쪽에서 보면 부조화를 확연하게 느낄 수 있다.

 

장담컨대 맥전포 마을 주민들이 지금처럼 해 달라고는 절대 하지 않았을 거라는 생각이다.

 

지금이라도 현지 가보고 불합리한 점 찾고, 이왕 만들어 놓은 거 활성화 방안은 있는지 있다면 어떤 것인지, 공룡엑스포와 연계는 가능한지 등등 좀 어떻게 해보면 좋겠다.

 

사실은 동영상으로 촬영해 ‘고성의 명소’라고 소개하려다 이런 고발성 기사로 바뀌게 돼 서글프다.

 

▲ 오른쪽 공장 건물 마당과 쉼터가 붙어 있어 마치 넓디 넓은 공원이 공장 소유의 것처럼 느껴진다.

 

▲ 방파제 쪽에서 보면 그 비싼 공원도 초라하기 짝이 없다. 공장과 멸치 작업용 박스와 섞여 있어 부조화를 이루기 때문이다.

 

▲ 공장과 공원의 구분이 없다.

 

 

 

▲ 여러분.....참 한심하지요?

 

 

 

한창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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