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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성인터넷뉴스 | 입력 2012-02-04 오전 11:24:04 | 수정 2012-02-04 오전 11:24:04 | 관련기사 건
아래 글은 ‘노동꾼’이라는 아이디를 쓰는 독자가 고성이터넷뉴스 자유게시판에 올린 자유시로 혹독한 겨울을 견뎌내야 하는 빈곤층의 극단적인 겨울나기를 시로 나타낸 것을 그대로 퍼 날랐습니다.
아래는 全文입니다.
無來, 無住, 無去
잘 살았다.
막걸리가 고프면 영풍문고로 가라
시는 이렇게 쓰여지는 걸까
사실은 영풍문고에서 책 아이쇼핑하다가
막걸리가 고파서 집으로 갈려다가 시로 쓴다.
메모를 한다.
일 마치고 책 몇 장 읽다가 얻은 반찬이 있어
가방 속 겨울 찬거리가 어항, 온실에서 세월을 잊고 자란
푸성귀마냥 삼복염천 음식물 봉투에 담길까 싶어
겨울은 역시 땅 속 차가 좋아 지하철로 집에 갔다가
환승 버스를 타고 적십자병원 앞에 내려
농협박물관을 지나,
농협박물관 앞에 윤봉길 의사 비가 사일구 기념관을 비껴보고 있어
사일구 기념관은 오줌을 찔금찔금 싸지 않을까 싶지만
자세히 보지 않아 모르겠고
정동길로 우회전한다.
그냥 그저 그런 정동길, 차가 드물고 인적이 드물어서인지
요란하지 않아 편안한 그런 길을 걸어 대한문 앞에도 그냥 그렇고
길 건너 광장에는 불빛이 찬란한 게
스케이트장처럼 보이기는 하지만
눈이 멀어서 맞는지는 모르겠고
성공회 옆길에 붙은 현수막에서
왜 푸드마켓이 특정종교에서 주먹밥 콘서트를 할까
영적 시비가 걸려오지만
그냥 그저 조선일보 옆 무슨 잔디밭이 생겨나서
들어가서 보니 조선일보 90주년 기념으로
뭘 묻었는데 2020년에 개봉한단다.
개봉할 때 귀신이나 확 튀어나와라.
거기 모인 사람들 모두 혼비백산하여
한강으로 달려 뛰어들고, 청계천에 투신하고
태평로, 세종로를 도망치다가
미순이 효선이 뒤따르고
명예회장님 목소리를 덜덜 떨면서
귀신님이시여, 저희를 어여삐 여기사
잡아가지마시고
저 시청광장에 민노총 속으로 보내주십시오.
타임캡술을 개봉 박두하고 나온 귀신
그래 이사, 사장, 회장은 그 가족과 더불어
민노총에 가입해서 광장에서 돼지멱이나 따라!
이 맛에, 이런 상상에 내가 웃고 산다.
주머니를 만져도 폭탄이 없다.
그렇다고 우리집으로 폭탄 소포배달하지 마라
니는 김구고 나는 윤봉길이냐,
니 폭탄은 니가 조선일보에 던지든, 경향에 던지든,
한겨레, 오마이, 프레시안에 던지든,
사일구 기념관에 던지든
우리집에 소포 보내지 말고 니 폭탄은 니가 던져라
아쉽다 폭탄이 없다.
타임 캡술 묻은 곳에 파지 리어커나 묶어놓고
시나 한 수 써놓을까
나는 파지 줍는 사람
성냥 하나 사주세요,
성냥 하나만 사주세요,
파지 어디 없나요
단속반 아저씨, 경찰관 아저씨
리어커 가져가지 마세요
어디 파지 있는 데 모르시나요
나는 파지 줍는 사람
신문지는 킬로 백칠십 원
박스는 백육십 원하다가 내려서 백삼십 원하다가 내려서
백십 원 얼마나 박스를 주어야 보증금 오백짜리 세를 얻을 수 있나.
가져가지 말 것.
경찰청 감시카메라가 지켜보고 있음.
리어커에는 폭탄도 장치되어있음.
물론 조형물과 리어커 발통을 엮어 자물쇠 채워놓는 거는 기본
열 평 임대 아파트 당첨,
엘레베이터도 있는 럭tu리한 스물다섯 평 서민용 아파트
그럼 거기 가뜩 한 삼백 킬로 신문지가 담겨있어
나는 하루 한 번씩 끌고 고물상에 가서 팔고
또 심심하면 중앙일보 호암미술관 중앙에 파지 리어커 대어놓으면
중앙일보에서 또 잔뜩 실어놓으면 나는 팔고
내가 한두 집만 계속 빼먹으면 강도 소리듣지
동아일보 일민 기념관에도 세워놓고.
한겨레, 경향에도 세워놓고,
문화일보, 한국일보, 서울신문,
매경, 한경에도, 국민일보, 세계일보에도 세워놓고.
파지 줍는 사람.
파지 좀 많이 실어주세요.
리야까 빵구 나도 배상 책임 지우지 않을께요
나는 파지 줍는 사람
광화문에서 동대문 집까지 종로, 청계천,
골목도 걸어보고
걸어오는 김에 돈이 좀되면
밀차라고도 하고 끌차라고도 하고
조금 낡으면 끄는 소리가 난다고 그러는 지
딸딸이라고도 하는 거 청계 광장 근처나
역사박물관이나 종로 근처에 묶어두었다가
교보나 영풍이나 반디엔루나스에서 책 구경하고
차비 아까워, 세상 구경으로 이왕 걸어오는 김에
파지나 주을려고 몇번 탐색을 해보아도
잘 주어야 이천원, 못 주우면 오백 원
피씨방에서 만난 이웃네의 깔린 목소리
방값이 밀렸는데 같이 사고나 한 번 칠까?
걸리면 감옥 가서 따뜻하게 겨울나고
안 걸리면 몇 달 편하고
명박아, 내가 직업을 찾았다.
동업하자.
노후는 내가 책임진다.
내가 청계천 고산자교 근처 풀밭에 소 몇 마리 키우거나
서울 광장에서 소 두어 마리 키우고 싶은 꿈이 있었는데
더 돈되는 큰 꿈이 생겼다.
대박이다
무조건 투자하라.
고물상을 차려 나는 여름에는 선풍기, 겨울에는 난로
고물 들어오면 저울보고 돈 주고
명박이는 그 고물 정리하고
고물이 별로 안 나오면 나는 책상 위에 다리 떡 걸어놓고
콧구멍 쑤시고
명박이는 고물 주으러 나서고
어떠냐, 노후 걱정이 싹 달아나지.
콧구멍 쑤시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
콧딱지 잘못 파다가 헌 적도 있다.
이 고통스럽고 어려운 일을
명박이에게 내가 절대로 킬 수 없다.
이 맛에 내가 산다.
조선일보가 경찰청 감시카메라를 겁낼 것 같아
폭탄을 겁낼 것 같아
조선일보 역사에 파지 리어커라니
재수 옴 붙는다고 도끼로 리어커 다 부셔놓고 말 것같아서
내가 안 세우고 말지
중앙이나 동아나 한겨레나 경향이나다 똑같은 것들
내가 파지 안줍고 만다
막걸리가 고프면 영풍문고로 가라
대뇌인지, 소뇌인지, 마음에서인지
진짜 막걸리가 마구 고파온다.
종로를 걸어,
걸어오면서 역시 박스량을 보고
오늘 같은 날이라면 오백 원도 안 되겠네
신문지나 몇 개 주워 슈퍼에서
막걸리 세 병 사들고 집으로 온다.
잘 살았다,
2012년 1월 6일
無反省, 無現省, 無豫省
저녁 삼아 막걸리 세 병 마시면
오늘,
다 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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