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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화 기자 | 입력 2014-11-12 오후 04:11:23 | 수정 2014-11-12 오후 04:11:23 | 관련기사 0건
의사자 故 천찬호 (고성고 33회 졸) 부친 천상렬(65) 님
숭고한 죽음으로 의사자로 선정된 아들을 가슴에 묻은 아버지가 아들이 졸업한 고등학교에 장학금을 잇따라 기탁해 훈훈한 미담이 되고 있다.
고성고등학교(교장 윤홍렬)는 교통사고 구조 활동을 돕다 안타깝게 숨진 의사자 故 천찬호(2010년 사망)의 아버지 천상렬씨(65. 고성군 고성읍 )가 아들의 의사자 선정에 따른 보상금 1억원을 3년 전‘천찬호 장학금’으로 고성고등학교에 맡긴데 이어 올해도 450만원의 장학금을 기탁했다고 11일 밝혔다.
고성에서 무학영농을 운영하는 천씨는 이날 아들이 졸업한 고성고등학교에 가정이 어려운 학생이 있다는 사실을 전해 듣고 가을 추수 수익금 전액을 현금봉투로 들고 학교를 찾아왔으며 이에 앞서 지난해에도 백혈병을 앓고 있는 학생에게 300만원을 병원비로 지원하는 등 선행을 꾸준히 베풀고 있다.
천씨는 이 같은 미담이 외부로 알려지는 것을 극구 사양했으나 학교 측은 여러 차례 논의 끝에 이 같은 천씨의 선행을 언론에 알리기로 결정했다고 고성고 측은 밝히고 있다.
고성고는 ‘천찬호 장학금’1억원의 이자로 100만원씩 3명을 수혜자로 선정해 해마다 지급하는데 이어 올해부터는 가정형편이 어려운 신입생 3명, 1학년 3명, 2학년 2명, 3학년 1명 등 총 9명에게 50만원씩 추가로 지급하기로 결정했다.
한편 천씨의 아들 故 천찬호 씨는 고성고를 졸업한 후 서울의 대학을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하고 대기업에 근무하던 중 빗길 교통사고를 접하고 사고현장을 수습하다 불의의 사고로 운명을 달리했다. 나라에서는 그의 숭고한 희생정신을 기리기 위해 지난 2010년 국가로부터 의사자로 선정됐다.
영원한 깃발이 되어
▲ 김진(고성고 2학년)
의사자 아들 뜨거운 父情, 장학금으로 이어져
11월 11일 친구들은 빼빼로데이에 들떠 막대과자를 정신없이 돌리고 있던 오늘, 보다 더 크고 달콤한 응원을 한 아름 안고 저희 모교에 찾아오신 분이 계셨습니다. 그 분은 저희학교 ‘천찬호 장학금’의 기탁자이신 천찬호 선배님의 아버지 천상렬님 이셨습니다.
저희 모교를 졸업하신 천찬호 선배님은 교통사고로 전복된 트럭 기사를 구조하신 후 다른 차량들이 피해갈 수 있도록 수신호를 보내며 상황을 수습하시다 유명을 달리하셨습니다. 국가에서는 선배님의 숭고한 선의를 기리고자 선배님을 의사자로 선정했습니다. 선배님의 아버지 천상렬님께서 그 때 나온 국가 보상금 1억 원을 학교에 기부하셨고 지금까지 저희학교 학생들 3명에게 ‘천찬호 장학금’ 이라는 이름으로 매년 장학금을 지급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오늘, 11월 11일 천상렬님께서 저희 모교 학생들의 학업과 꿈을 지원해 주시기 위해 장학금 450만원을 기탁하러 저희 모교에 또 다시 찾아와 주신 것이었습니다.
33회 졸업생으로 학생회장을 지내기도 한 선배님과 그 선배님의 뜻을 이어주기 위해 저희 모교에 전액을 위탁하셨다는 아버지의 말씀을 들었을 때 저는 부끄러운 마음이 앞섰습니다. 일전에는 단순히 열심히 학업을 하면 주어지는 보상이라고 여겼던 장학금이 선배님의 숭고한 희생과 헌신, 모교를 향한 애정의 뜻 위에 세워진 것이었다니 제 짧고 미숙했던 생각이 너무나 부끄러워졌습니다. 또한 늘 꿈꾸곤 했지만 학업에 치어 잊고 있었던 ‘이타적인 삶’이 마지막까지 타인을 위해 살았던 선배님의 삶을 돌아보면서 한줄기 붉고 긴 불꽃으로 강하게 타오르는 것을 느꼈습니다.
선배님의 희생은 저희 모교학생과 고성전지역 학생에게 첫 깃발을 세운 역사가 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듭니다. 선배님의 삶이 경쟁 속에 살아가는 학생들에게는 하나의 위안이 되고 조국과 타인을 위해 살아가고자 하는 학생들에게는 그 위대한 꿈에 대해 도전을 받을 수 있는 기준점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입니다. 그리하여 선배님의 뜻을 이어받은 학생들이 받은 장학금을 통해 꿈을 키우며 건재한 사회인으로 성장한다면 선배님은 후배들의 모습 속에 영원히 살아 숨 쉬게 될 것입니다.
책임감 부재와 이기주의로 발생한 세월호 사건과 같은 재앙이 아직도 만연한 우리나라 사회에 선배님의 삶은 저희 모교학생 뿐만 아니라 우리 국민 모두에게 아름다운 사회에 대한 희망의 씨앗을 심어 주었다고 생각합니다. 저희 교정에 자리 잡은 ‘천찬호 추모비’는 세월의 비와 바람으로 헐고 낡을 날이 오겠지만 선배님의 숭고한 정신은 후배들의 가슴속에 붉은 깃발로 남아 영원히 펄럭일 것입니다.
김미화 기자 gsinews@emp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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