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천 잡음․방향타 잃고 헤매는 한명숙 리더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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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천 잡음․방향타 잃고 헤매는 한명숙 리더십

김현정 기자  | 입력 2012-03-07  | 수정 2012-03-07  | 관련기사 건

- 이인영 “조기 선대위 체제 구축 제안…

- 임종석.이미경 이원화 구조 한계 봉착”

 

민주통합당 한명숙 대표의 리더십이 태평양 한가운데서 태풍을 만난 배처럼 휘청 휘청 거리고 있다.

 

 

7일 민주통합당 오전 최고위원회의 분위기는 흉흉했다.

 

선거 공천 때마다 공천장을 받지 못한 예비 후보자들의 반란이라 쳐도 그 반란의 목소리가 듣는 이의 귀를 막고 싶을 정도로 거칠고, 연출되는 풍경이 보는 사람의 눈앞에 까만색 장막을 치고 싶을 정도로 흉하다.

 

7일 오전 회의 시작부터 서울 동대문갑 시․구 의원과 민주통합당 당원이라고 하는 서너명이 국회 당대표실을 들어와 최고위 참석을 하려 당대표실을 입장하는 한명숙 대표를 막고 “억울하다, 도둑맞은 경선을 돌려 달라! 이것이 김대중, 노무현 정신이냐!”고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고 한동안 난리를 피웠다. 그들의 손엔 故 노무현 전 대통령과 故 김대중 전 대통령의 흑백 사진이 들려 있었다.

 

공천 탈락자들이 억울함을 호소할 때마다 한명도 빠짐없이 서거한 전직 두 대통령의 이름을 팔아먹고 있는 것도 꼴불견 중 꼴불견이다.

 

이들은 6일 민주당이 동대문갑 지역을 전략공천 지역으로 결정하자 이 지역구의 예비후보였던 권재철, 서양호 의원들의 경선을 치르게 해달라는 요구다.

 

몇 분 만에 이들을 회의장 밖으로 쫓아냈지만, 초장부터 심기를 어지럽힌 한 대표는 모두 발언을 하는 동안 두근거리는 가슴을 진정시키려는 기색이 역력했다.

 

한 대표는 공천 관련, 별다른 말은 없었고 야권연대를 달성시키겠다는 다짐과 제주해군기지로 몸살을 앓고 있는 강정마을의 구럼비 바위 폭파 문제를 언급했을 뿐이다.

 

급기야 공천에 대해 그동안 한마디 언급도 없었던 박영선 최고위원이 입을 열었다.

 

박 최고위원은 “공천 후유증으로 여의도가 시끄럽다. 공천은 늘 그래왔다고 늘 시끄럽다고 덮기에는 상황이 조금 달라 보인다”며 “공천 기준이 무엇인지 확실히 답할 수 있어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공심위와 한 대표에 직격탄을 날렸다.

 

이어 박지원 최고위원도 “제가 좀 하고 싶은 말을 박영선 최고위원이 했다. 저는 첨언 하겠다”며 “민주당이 개혁공천이라고 자랑하지만 국민과 언론의 감동을 받지 못하고 있다. 싸늘하다 이에 반해서 새누리당은 알맹이가 없는데도 쇄신으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핵심을 짚었다.

 

그는 “우리 총선 기획단에서 우리의 공천 내용을 적극적으로 국민과 언론에 설명을 해야 하고 새누리당의 공천 내용의 허구성을 지적해야 한다”며 “대장장이도 달궜을 때 때려 치는데 우리 민주당은 식었을 때 때려 치려고 한다. 그러면 늦는다”고 직언했다.

 

그는 “기왕 총선 기획단에서 감동을 주는 총선 전략을 짜지 못했다면 이제라도 민주당의 공천 실상을, 새누리당의 공천 허상을 매일 국민 앞에 밝히고 보고하고 이해를 구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쓴 소리를 이어갔다.

 

그는 또 3월 15일 발효를 앞두고 있는 한․미 FTA 문제에 침묵하고 있는 점, 그동안 잠잠하다 뒤 늦게 구럼비 바위 폭파 시기가 가까워서야 목소리를 내는 민주당의 현안을 챙기지 않는 모습도 지적하면서 “중요한 현안은 현안대로 정책위 등에서 함께 밝히고 싸우고 나가야 된다”고 주장했다.

 

“필요하다면 대선후보들도 총 동원해서 야전형 체제 구축해야…”

 

이인영 최고위원은 “민주통합당의 과반수 총선 승리 가능성, 운명 이런 것이 절체절명의 고비에 접어들었다고 생각한다”며 “서민정책, 공천혁명, 야권연대 이 세 가지는 총선 승리의 필수적 요소다. 이 삼박자가 정확하게 맞아 떨어졌을 때 과반수 승리가 가능하다”며 “공천혁명의 중간평가는 아시다시피 싸늘하다”고 민주당의 현 상황을 직시했다.

 

그러면서 그는 모바일 경선의 성공적인 마무리를 주문하면서 야권연대의 후보단일화의 필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그는 또 조기 선거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을 촉구했다.

 

그는 통상 사무총장이 총선기획단장을 맡았던 전례를 뒤집고 민주당이 이미경 총선기획단장을 두고 임종석 사무총장이 다른 한편으로 총선을 챙기는 이원화된 총선기획단 구조의 병폐를 우회적으로 지적했다.

 

그는 “임종석 총장의 불출마 관련 문제도 있고 이미경 총선기획단장 중심의 이원화된 구조가 긍정적인 측면 있었지만 대체로 이원화된 구조의 장점을 최대로 살리는 데 한계에 봉착했다”며 “조기 선대위 체제로 전환해 강력한 집행구조를 가졌으면 좋겠다. 한명숙 대표를 중심으로 야전형 체제로 전환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필요하다면 대선후보들까지 총동원해서 더 나아가서는 야권연대 후보 단일화를 바탕으로 민주진보진영의 연합 선대위를 구축해서 승리하는 구조를 만들것을 공식 제안한다”고 거듭 주문했다.

 

이 회의에는 민주당 공천 최대의 문제 인물인 임종석 사무총장과 이미경 총선기획단장, 김진표 원내대표가 참석하고 있었다. 이들의 표정은 말할 것도 없이 경직되어 있었다.

 

문성근 최고위원은 부산 출마로 인해 바쁘다곤 하지만 며칠 째 최고위원회의 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고, 6일 민주당이 5차 공천 발표를 하자 참지 못하고 임종석 사무총장의 불출마를 압박하는 기자회견을 열려고 했다가 취소하기도 했다.

 

또, 노동계 최고위원인 이용득 최고위원은 공천대한 불만으로 일주일 째 모습을 나타내지 않고 있다.

 

공천 논란의 당사자들….그럼에도 불구하고 꿋꿋이 품에 고이 안고 있는 공천장

 

김진표 원내대표와 신계륜 의원까지 단수 공천 파문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대체 공천기준이 뭐냐는 것이다. 납득할 수 없다는 이유다.

 

민주당 공심위가 목소리를 높였던 도덕성과 정체성 평가 항목 모두 설득력을 잃게 됐다.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재판 중에 있거나 유죄를 받은 바 있는 임종석, 이화영, 이부영, 신계륜 의원에 대한 공천은 도덕성 항목을 비웃음거리로 전락시켰고, 이명박 대통령의 인수위원으로 활동하고 MB어천가를 불렀던 인물인 구인호 후보자의 강원 철원.화천.양구.인제 지역의 단수 공천은 정체성 항목에 대해 콧방귀를 뀌게 만들었다.

 

현역의원에 대한 의정활동 평가 항목은 말할 것도 없이 김진표 원내대표의 공천으로 인해 조롱거리로 만들었다.

 

불법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1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고 지금도 재판 진행 중인 임종석 사무총장과 비리 전력으로 지난 18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공천을 받지 못한 신계륜 전 의원을 단수공천 할 때부터 한 대표의 측근 챙기기라는 비난의 화살은 피해갈 수 없었지만, 민주당 공심위가 내세웠던 정체성 항목에 가장 반대되는 인물인 김진표 원내대표까지 눈치 보며 시간만 질질 끌다 단수 공천을 발표한 데는 분노를 넘어 허탈한 웃음소리까지 나오게 만들었다.

 

김 원내대표는 총선유권자네트워크가 발표한 ‘심판대상’정치권 인사 223명 안에 들어가 있는 인물이다.

 

한․미 FTA 저지를 위해 자당 의원들이 본회의장 농성을 할 때 단속하고 전략을 잘 짰어야 할 원내대표가 절충안을 제시하는가 하면, 날치기가 뻔히 예견된 날 동료 의원의 출판 기념회 참석해 새누리당(당시 한나라당) 의원들과 보좌진들의 힘도 빼지 않고 본회의장 문을 가볍게 열어주었다. 이 뿐 아니라 조용환 헌법재판관 임명 동의안 처리도 어이없게 부결 시켜 버려 진보 진영의 뭇매를 맞아야 했다. 이 정도면 개인의 사상을 평가하는 정체성 뿐 아니라 당 전체를 휘청거리게 하는 무능의 극치라 해도 무방하다.

 

새누리당 박근혜 대표야 말로 친이 우두머리만 남겨두고 수족뿐 아니라 MB정권의 뱃속까지 드러내는 복수의 칼날을 휘둘러 댔음에도 불구하고 상대적으로 여론의 뭇매는 민주통합당에 더 가혹한 게 사실인 점을 감안하더라도 특별한 리더십, 정치력조차 보여주지 못하고 좌고우면하는 한 대표의 무거운 몸이 현재 민주당의 자화상이다.

 

한편, 이 모든 상황에도 불구하고 꿋꿋하게 공천을 받은 임종석 사무총장과 비리 전력 후보자들은 불출마 ‘용퇴’를 결정하지 않고 있다.

 

 

김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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