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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정 기자 | 입력 2012-03-19 | 수정 2012-03-19 | 관련기사 건
임태희, 이인규-장경락에게 금일봉 전달...민주, “돈의 출처는 어디냐?”
2010년 7월~9월 사이 벌어진 국무총리실 산하 공직윤리지원관실의 민간인 사찰 사건 관련자 장진수 전 주무관의 폭로가 터져 나오면서 여론에 못이긴 검찰이 재수사를 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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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재수사를 남겨 놓고 벌써부터 새로운 진술과 함께 사건 당시 연루자로 이름이 오르내리는 권재진 법무부 장관(당시 청와대 민정수석)하에서 제대로 된 수사가 이뤄지겠냐는 회의적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우선, 민주통합당 ‘MB정권비리 및 불법비자금 진상조사특별위원회’가 19일 새로 공개한 장진수 전 주무관의 녹취록에 따르면 2011년 1월 중순 무렵 국무총리실에서 근무하는 A국장이 실형을 받게 된 장 전 주무관에게 최대 10억에서 최소 5억을 주겠다고 했다는 것이다. 이 돈의 전달 사항도 장석명 민정수석실 공직기강비서관과 조율을 마친 사안이라고 돼 있다.
A국장과 장석명 비서관 모두 지금까지 현직에 있다. 장석명 비서관은 경북 예천 출신으로 서울대 외교학과를 졸업하고 2007년 12월 대통령직 인수위 전문위원을 맡은 바 있다.
민주당 유재만 변호사는 이 장석명 비서관이 불법사찰을 진행한 인물이 아니고 사건이 발각 되면서 검찰 조사 당시 뒤처리한 인물로 추측하고 있다.
장 전 주무관의 녹취록에는 “A국장은 10억, 미니멈 5억 정도 주겠다고 장 비서관님하고 조율을 한다, 최종석 행정관한테도 얘기를 했는데 최종석 행정관도 수긍을 했다”며 “돈이 최종석 행정관한테 나오든지 청와대에서 나오든지 어쨌든 나오는 데는 청와대니까 거기서 알아서 한다고 A국장이 말했다”고 전했다.
최종석 행정관은 2010년 검찰 수사 당시 증거인멸을 지시한 인물이다. 최종석 행정관은 이인규 공직윤리관 지원관, 장경락 공직윤리관실 과장, 장경락 주무관이 검찰 수사로 실형을 선고 받았을 때도 무사히 몸을 뺀 인물이다.
이어 장 주무관은 “A국장은 ‘2심에서 벌금형이 나오도록...장석명 비서관이 거의 벌금형이 가능하다라고 이야기를 했다. 그것도 너무 포기하지 말고 기다려라’고 했다”고 전했다.
청와대 민정수석실에서 항소심 진행 중에 있던 장진수 전 주무관을 돈으로 계속적으로 회유하며 입막음을 시도했다는 것이다.
또, 2011년 4월 12일 항소심 선고 결과 장진수 주무관이 1심과 동일한 징역형을 받자, 그로부터 2~3일후 A국장은 장 전 주무관을 국무총리실 청사 부근 ‘대림정’이라는 음식점으로 불러 현금 5천만 원을 건넸다. 장 전 주무관은 이후 청와대 관계자로부터 이영호 비서관이 주는 돈이라며 2천만 원을 또 건네받는다. 그러나 이 2천만 원은 가지고 있다가 되돌려 준다.
이와 관련, 장 전 주무관의 녹취록에 따르면 “A국장은 그 자리에서 ‘청와대 장석명 공직기강비서관이 마련해주는 돈이다. 항소심 판결 선고로 인해 마음이 안 좋을 것 같아서 주는 것’이라며 그 자리에서 현금 5천만 원을 줬다”고 진술했다.
이에 대해, 장 전 주무관은 “5천만 원은 보관하던 중 생활이 어려워 신용대출 및 전세자금 대출 채무금을 변제하는 데 4천 5백만 원을 사용하고, 나머지는 아버지 용돈 등으로 사용했다”며 “다 밝혀야 한다고 늘 생각은 했는데 중간에서 전달한 A국장이 오해를 받을 수 있고, 돈을 다 써 버려서 속 앓이를 했다”고 말했다.
이 녹취록에는 A국장의 실명이 거론되고 있으며, 장 전 주무관이 내일 검찰 조사에서 밝힐 예정이다. 민주당은 장 전 주무관과의 약속을 지키는 차원에서 A국장의 실명을 밝히지는 않았다.
“장진수가 이 정도 받았다면 이인규. 진경락 등 관계자는 그에 못지 않은 혜택 받았을 것”
민주당 ‘MB비리 특위’ 이재화 변호사는 “장진수 주무관이 이 정도 돈을 받았다면, 이인규, 진경락 관계자들도 그에 못지않은 혜택을 받지 않았을까 라는 추정이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이 변호사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새로운 정황이 드러났다. 임태희 전 대통령실장이 이인규 전 공직윤리지원관과 진경락 전 공직윤리지원관실 총괄기획과장 가족들에게 현금을 전달한 것.
임 전 실장이 2010년 9월 당시 이 사건으로 구속 중이던 이인규 지원관(2010년 8월 11일 구속)과 진경락 과장(2010년 9월 9일 구속)에게 현금을 전달했고, 전달자는 바로 최종석 전 고용노사비서관실 행정관이었다.
이에 대해 임 전 실장은 일부 언론에 “내가 고용노동부 장관을 지냈고, 두 사람은 총리실에 파견된 노동부 직원들이었다”며 “내가 청와대에 오고 나서 그 사람들이 구속됐는데 (노동부 출신인) 최 행정관에게 물어보니 가족들도 힘들어한다고 해서, 명절에 고기라도 선물하라고 돈을 보낸 것”이라고 해명한 것으로 알려진다.
그러나 임 전 실장이 고용 노동부 장관으로 근무하던 시절은 2009년 10월부터 2010년 7월까지였고, 이인규 전 지원관과 진경락 전 과장은 2008년 7월 총리실 산하 공직윤리지원관실 창설 요원으로 나왔다. 임 전 실장과 이들은 접점이 없다.
임 전 실장의 해명이 거짓말일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는 것이다.
“구속자에 돈 건넨 임태희...교도소 모든 수감자에게 격려금 줄 것인가?”
민주당 ‘MB정권 비리 특위’는 일단 이 자금의 출처와 흐름에 주목하고 있다.
검찰에서 이 돈의 출처만 밝혀내도 수사는 반은 성공한 것이라고 관계자는 주장하고 있다.
이들은 당시 장 전 주무관에게 건넨 돈이 “개인 자금이 아닐 것”이라는 데 확신하는 분위기다.
이에 대해 박영선 최고위원은 “범죄혐의가 있는 가족에게 대통령 비서실장이 격려금을 주는 사례는 찾을 수 없다. 임태희 전 비서실장도 이 문제에 확고한 입장을 밝혀야 한다”며 “국민이 상식적으로 납득하지 못하는 사태다. 그렇다고 한다면 교도소에 있는 모든 수감자들에게 격려금을 줘야 하는 그런 사태가 오는 것은 아닌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박영준 국무총시실 차장이 근무하던 당시 (국무총리실)특수활동비가 굉장히 이상하게 남용되고 있다는 소문이 돌았고, 특수활동비 출처는 어디일 것이냐에 대해서 굉장히 많은 말들이 있었다”며 “여기에 대해서 비공식으로 진행되는 국회 정보위원회 회의에서 공식적으로 질의한 적 있다. 그랬더니 ‘확인해보겠다. 철저히 하겠다’ 이런 식으로 명확하지 않게 대답을 했다”고 밝혔다.
민주당 ‘MB정권 비리 특위’는 “청와대 비선라인과 공식라인이 모두 증거인멸 및 축소.은폐를 시도한 결정적인 증거”라며 “장석명 비서관과 이영호 비서관이 각각 장 주무관에게 지급한 자금의 출처와 그 배후에 대해 철처히 수사하여 밝혀야 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또 청와대와 권재진 법무부 장관에게도 “2010년 8월경 검찰이 최종석 행정관의 로그기록에 대해 압수수색을 하려하자 자체 조사를 한 뒤 ‘별 내용이 없다’고 통보하여 압수수색을 반대한 것으로 알려졌다”며 “당시 청와대는 자체 조사를 했다는 데 무엇을 조사했다는 것인가? 축소.은폐 대책회의를 한 것은 아닌지 의구심을 가질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들은 “청와대와 당시 민정수석이었던 권재진 법무부 장관은 장석명 비서관과 이영호 비서관이 거액을 지급하면서까지 사건을 축소.은폐한 진상을 고백하고 이에 대한 입장을 밝혀야 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특위 위원장인 박영선 최고위원은 “박근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에게도 묻는다”며 “권재진 법무부장관이 저렇게 앉아 있는 상태에서 밑에 후배 검사들이 수사를 제대로 할 수 있는지, 임태희 전 대통령실장이 구속자들과 가족에게 격려금을 줘도 되는 것인지 분명한 입장을 밝히라”고 말했다.
유재만 변호사는 “흔치 않은 일이다. 고 박종철군 고문치사 사건 은폐 때도 금품이야기는 없었다”며 “이번에는 청와대 차원의 증거 은폐, 금품 교부가 있었다. 어떻게 보면 고 박종철군 고문치사 때보다도 몇 배나 심각한 사태”라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장진수에게 2천만 원, 5천만 원을 거론하고 5억, 10억을 이야기 됐다면, 진경락 등 다른 관련자도 그에 못지않은 금품이 지급됐거나 특혜를 줬다고 의심할 만한 사항”이라며 “금품을 건넨 장석명 비서관에 대한 추가 인사 조치를 취하고, 소재 불명인 최종석 행정관에 대해서도 검찰에서는 즉각 인터폴이라던가 범죄인 인도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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