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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부 김현정 기자 | 입력 2012-07-27 | 수정 2012-07-27 | 관련기사 건
심상정 “다리가 후들거린다”, 강동원 “밤새도록 잠 한 숨 못잤다”, 강기갑 “무엇을 어떻게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김재연.이석기 의원이 제명안 부결 사태 이후 통합진보당은 방향타를 찾지 못하고 헤매고 있다.
김제남 의원 한 사람의 예상치 못했던 배신으로 당 전체가 ‘멘탈 붕괴’사태에 이르게 된 것이다.
심상정 “지금까지도 다리가 후들거려서...”
신당권파로 분류되는 참여계와 진보신당계 인사들의 탈당 가능성이 높아지는 가운데 원내대표직 사퇴를 표명한 심상정 의원 또한 향후 장고에 들어갈 뜻을 밝혔다.
심 원내대표는 “어제 의총을 마치고 국민들께 말씀을 드렸어야 했는데, 너무나 아득하고 다리가 후들거려 이 자리에 서지 못했음을 이해해 달라”며 “어제 의총에서 당원들의 뜻과 국민들의 바람을 거스르는 결정이 이뤄진 데 대해 원내대표를 맡았던 사람으로서 거듭 죄송하다나는 말씀을 드린다”고 고개를 조아렸다
그는 “어제 의총은 두 명의 제명 문제를 넘어 서서, 통합진보당이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고 회생의 길로 나아가느냐, 낡은 질서에 갇혀 국민들에게서 버림받는 길을 가느냐 선택하는 자리였다”며 “빈사상태에 빠진 당을 구하기 위한 사즉생의 결단이 필요한 자리였다. 당원들의 뜻을 받들어 읍참마속의 책임을 완성하고 국민들께 당의 새로운 미래를 약속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였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때문에 저는 원내대표로서 당의 운명이 의원단에게 위임된 상황에서 이 막중한 숙제를 풀기 위해 무거운 책임으로 임했다”며 “또 사안의 성격이 이석기. 김재연 두 의원에 대한 개인적 판단을 하는 것이 아니라 당의 방침에 대해 의원단의 입장을 결정하는 것이었기 때문에 제명 결정은 형식상으로는 의원 한분 한분의 투표로서 결정되는 것이라 하더라도 조직적 방침을 이행하는 투표의 성격을 갖고 있었다”고 짚었다.
이미 제명 안에 찬성을 하기로 의견을 모아 놓고, 막상 의원총회 당일 기권표를 던진 김제남 의원에 ‘뒤통수를 제대로 맞아’ 그야말로 ‘멘붕’상태에 빠진 모습이 역력했음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그는 “이런 점을 고려해 그동안 원내대표로서 의원단의 가결 총의를 모으기 위해 다양한 방법으로 최선의 노력을 다했고 정치적 합의를 이끌어냈지만 어제 뜻밖의 결과가 나오게 되었음을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그동안 저는 어떤 상처와 어려움도 감수하면서 오직 진보정치의 발전을 위해 고단한 길을 감내했지만 번번이 국민들의 기대에 미치지 못해 그저 송구스러울 따름”이라고 거듭 고개를 조아렸다.
그는 “어제 결정은 더디고 느린 과정을 참고 인내하면서도 기대감을 놓지 않았던 국민들이 과연 통합진보당이 혁신의 길을 계속 갈 수 있을 것이냐, 제3당으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 깊이 회의하게 만들었다”며 “이 점에 대해 저 역시 깊이 숙고하는 시간을 갖겠다”고 말했다.
깊이 숙고하는 시간을 갖겠다는 그의 발언에 대해 탈당 가능성도 열어 놓고 고민하는 것이냐는 기자들의 질문에는 “지금은 할 얘기가 아니”라며 일축했다.
민주통합당 대권 후보들이 26일 심야 토론회에서 통합진보당 두 의원의 제명 안이 부결 되자 야권연대를 유보하겠다고 입장을 표명한 데 대해서도 심 원내대표는 “드릴 말씀이 없다”고 말했다.
어제 심 원내대표는 의총 직후 강기갑 대표와 만나 이야기를 나눴지만, 의총 결과에 대한 보고였을 뿐 이후 정치적 행보에 대한 논의가 아니었음을 확인했다.
참여계 당원들 집단 탈당 움직임...강동원 “분당, 탈당 가능성 모두 열어 놓고 있다”
그러나 통합진보당에서는 집단 탈당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국민참여계 강동원 의원이 이날 오전 기자회견을 통해 탈당 가능성을 언급했다.
강 의원은 “이석기. 김재연 징계 처리의 건이 부결된 직후, 이 시간까지 잠 한 숨 못자고 요즘 말로 ‘멘붕’에 빠져있다”며 “이는 징계안 부결 결과로 기인한 측면도 있다. 하지만 우리 의원들 사이에서 사전에 충분히 논의해서 합의를 보았던 내용이 철저하게 그 합의가 깨짐으로써 서로간의 신뢰가 망가지는 데 대한 용서할 수 없는 정말 비통한 배신감을 느꼈기 때문에 오늘 이 자리에 섰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그는 이날 23일 의원총회에서 의원 7명이 연서명한 의총 결정문을 들고 나와 김제남 의원이 “25일 중앙위 이후에 의총을 개최하면 이 문제에 대해 이석기. 김재연 두 의원을 동시에 ‘제명’ 처리하는 데 동의한다고 했다”며 “이 내용을 노회찬 의원이 확인했다. 26일 의총에서 제명안건을 처리하면 이석기. 김재연 의원을 동시에 제명 의결한다는 것이냐고 물었다. 김제남 의원은 그렇다고 했다”고 다시 한 번 확인하면서 김제남 의원의 배신을 재차 확인시켰다.
그러면서 그는 “김제남 의원에게 요구한다”며 “어떤 경로로 심경의 변화가 있었는지, 애당초 이행할 의사가 없으면서 이와 같이 합의를 했는지 밝힐 것을 요구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이석기. 김재연 두 의원의 제명에 찬성했던 의원들은 정신적 공황상태에 빠졌다”며 “앞으로 어떤 선택을 할 수 있을지는 더 논의해봐야겠지만, 김제남 의원은 무기명 비밀 투표 뒤에 비겁하게 숨지 말고 당당하게 이 과정을 밝힐 것을 요구한다”고 거듭 촉구했다.
그는 또 분당 가능성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개인적으로 얼마든지 고민할 수 있다”고 말했다. 탈당 가능성에 대해서도 “그것도 포함된다”고 말해 신당권파의 공분이 임계치를 넘었음을 확인했다.
그는 구당권파 인사들과 함께 나갈 수 있는 가능성에 대해서도 “회의적”이라는 심경을 밝혔다.
강기갑 “국민에게 길을 묻고 찾겠다...”
이날 강기갑 대표도 기자회견을 갖고 두 의원 제명안 부결에 대해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했다.
그는 “진보정치가 갈 길을 잃었다”며 “통합진보당의 성찰과 반성을 기대했던 국민과 당원 여러분께 또 다시 죄를 짓고 말았다. 국민 여러분 죄송합니다. 당원 여러분 죄송합니다”고 사죄했다.
그는 “지금의 상황이 너무도 통탄스럽다”며 “어제 의원총회에서 두 의원의 제명이 거부된 것은 국민의 뜻을 위배한 것이며 강기갑의 혁신 기치를 지지해준 당원들의 뜻을 심각하게 왜곡한 것”이라고 침통한 심경을 밝혔다.
그는 “지난 당직선거에서 저 강기갑의 당선으로 민심과 당심이 결코 다르지 않다는 상식을 보여준 바 있다”며 “국민의 기대, 당원의 소망은 혁신해서 다시 일어서리라는 것이었다. 하지만 대표가 된 저 강기갑 앞에 커다란 벽이 있음을 절감한다”고 통탄했다.
그는 “지금 이 순간 무엇을 어떻게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는 것이 저의 솔직한 심경”이라며 “통합진보당은 혁신과 통합의 어떤 수단도 찾기가 난망한 상황에 이르렀다. 하지만 당원과 국민이 주신 혁신의 책임을 버리지 않은 길이 무엇인지, 당분간 국민의 목소리와 당원의 의견을 경청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당원들과 의원들의 집단 탈당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대해서도 거듭 사죄의 뜻을 밝히면서 “국민들에게 길을 묻고 찾는 길을 가겠다”고만 말했다.
국회차원에서 두 의원의 자격심사를 진행시키려는 움직임에 대해서도 “거듭 죄송하다”고 고개를 조아릴 뿐이었다.
당지도부가 번번이 구당권파의 발목에 잡혀 리더십을 발휘하지 못하는 부분에 ‘식물 지도부’라는 질타가 따르는 데 대해서도 “묻고 찾는 범주에 이 부분도 포함 시키겠다”고만 말했다.
집단 탈당, 분당 상황인데도 불구하고, 김제남 “이 모든 것이 통합을 위한 것 이었다”
이 모든 파장의 당사자인 김제남 의원도 기자회견을 통해 입장을 밝혔다.
그는 “(통합진보당의) 중단 없는 혁신은 당원이 선택한 강기갑 대표 중심으로 신당권파는 물론 구당권파도 모두 참여할 때만 가능하다”며 “통합진보당의 절반의 지지를 받지 못하는 신당권파 혼자 힘으로는 실질적인 혁신을 할 수 없으며 구 당권파의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정치력을 보여주지 못하면 혁신은 완성될 수 없다”고 변명했다.
그는 “구당권파, 신당권파 모두가 강기갑 대표 체제를 지지하고 협력할 수 있도록 13명을 모두 모으는 방안을 모색하고 행동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제가 최종적으로 제명표결에서 기권표를 던져야겠다고 결정한 것은 바로 22일에 있었던 중앙회의에 참석하고 나서”라면서 “구당권파와 신당권파가 서로 갈등을 하느라 6시간에 걸쳐 회의 안건조차 상정도 못하고 끝나는 것을 지켜본 이후”라고 밝혔다.
그는 “만일 이석기. 김재연 의원을 제명 처리 한다면 두 세력 간의 화합은 완전히 불가능한 일이 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 의원의 해명에 따르면 구당권파와 신당권파의 화합을 통해 경기갑 대표의 혁신에 힘을 실어주기 위함이었다.
김제남 “25일 기권표 던지겠다고 마음먹었다”면서 26일 의총 전에 “두 의원 제명 처리는 국민의 눈높이에서...”발언으로 원내지도부 안심시키고 뒤통수
그러나 김 의원은 25일 중앙위원회에서 기권표를 던지겠다고 마음 속 결심을 해놓고 26일 의총 전에는 가결안에 찬성하면서 “김재연. 이석기 두 의원에 대한 제명처리는 국민의 눈높이에서 이뤄져야 한다”고 말해 원내지도부를 안심시키는 발언을 하고 뒤통수를 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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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서도 그는 “구당권파는 지속적으로 진실규명이 먼저라고 주장해왔다”며 “이석기. 김재연 의원은 자숙하고 가장 낮은 자세에서 우리 당의 혁신을 위한 모든 노력을 다해야 할 것이다. 저는 이석기 의원에게 ‘승리’를 안겨준 것이 아니라 강기갑 대표체제에 봉사할 수 있도록 ‘노역’형을 명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그는 김재연, 이석기 의원이 “자진사퇴해야 한다는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고 대답했다.
그러나 김 의원의 이 같은 해명에 공감하지 못하는 기류가 강하다.
김 의원은 ‘통합’을 위해서 내린 결단이었다고 해명했지만, 이미 다른 의미의 분당 사태까지 치닫는 분열의 조짐이 보이고 있다. 일부 의원과 당원들의 집단 탈당의 움직임도 보이고 민주통합당은 야권연대를 유보하겠다는 입장이다.
또 당 홈페이지를 통해 비난하는 여론이 들끓고 있으며, 김제남 의원이 한 포털사이트에서 검색어 순위 1위에 오르기도 했다.
새누리, 민주통합당까지 싸잡아 연이어 공격 “민주당 이석기. 김재연 자격심사안 조속히 처리하자!”
당장 새누리당에서부터 민주통합당까지 진보진영으로 묶어 거센 공격을 가하고 있다.
홍일표 원내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통합진보당은 이석기. 김재연 의원 제명 처리 안을 부결시킴으로 국민과 약속을 지키지 못했음은 물론, 정당으로서 스스로 자정과 쇄신의 능력이 없음을 보여주고 말았다”고 맹비난했다.
그는 “통합진보당 스스로 결단할 수 없다면 국민의 힘으로 정리될 수밖에 없다”며 “민주당이 국민을 배반한 통합진보당의 손을 잡는다면 국민은 민주당의 손을 뿌리칠 것이다. 개원하면서 약속한대로 7월 국회가 끝나기 전에 이석기. 김재연 의원의 자격심사안을 조속히 처리하는 데 적극 협조해 줄 것을 촉구한다”고 민주당을 압박했다.
통합진보당은 걷잡을 수 없는 격랑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정치부 김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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