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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부 김현정 기자 | 입력 2012-04-23 오후 6:27:48 | 수정 2012-04-23 오후 6:27:48 | 관련기사 건
2009년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당시 ‘우클릭’ 비난 여론 일자 ‘좌클릭’ 급선회 하더니...
‘좌클릭’했던 민주통합당이 총선이 끝난 직후 다시 ‘우클릭’ 필요성이 제기 되면서 당정체성 관련 노선 논쟁에 불씨가 당겨지고 있는 모양새다.
▲ 정치부 김현정기자
어떤 식으로든 총선 패배를 극복하고 새로운 전환점을 맞이해야 할 절체절명의 위기에 놓인 민주당으로서는 5.4 원내대표 선거와 6.9 전당대회를 통해 새로운 지도부 탄생을 남겨 놓고 있어 이러한 노선 전쟁이 가속화 될 전망이다.
4.11 총선 직후 패배의 원인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면서 상대적으로 경제 민주화, 보편적 복지, 반값 등록금, 한.미 FTA 폐기, 제주 해군기지 건설 반대 등 너무 좌클릭에 치우친 탓에 중도층을 끌어안지 못한 것이 패배 요인이었다는 주장이 제기 됐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우클릭’의 필요성이 제기 됐다.
한나라당 X맨 김진표 선방, “진보적 과제도 중요하지만...”
먼저 선방을 날린 것은 지난 해 한.미 FTA 비준안 날치기 처리와 조용환 헌법재판소 재판관 의결을 성사 시키지 못한 결정적인 책임을 안고 있는 김진표 원내대표의 입에서부터 시발점이 됐다.
김진표 최고위원은 총선 직후 최고위원 회의에서 “저부터 당의 외연을 넓히기 위해 중도 개혁 세력까지 아우르기 위한 적극적인 목소리를 냈는가 반성하고 있다”며 “진보적 과제도 중요하지만 그것도 구체적인 생활 정치의 실천과제로 피부에 와 닿게 만들어야 한다”고 ‘우클릭’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김 원내대표는 4.11 총선 공천과정에서 ‘경제민주화’ 정체성과 부합하지 않는다는 논란을 가장 많이 받았던 인물이다. 시민사회단체 총선넷으로 부터 낙선 대상자에 꼽히기도 했다.
대권 주자 문재인, “당이 좀 더 폭 넓게 지지를 얻으려는 노력 필요해”
문재인 민주당 상임고문도 지난 19일 민주당 당선자 대회에 앞서 일부 기자들과 만나 당이 중도 성향을 더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 “그런 이야기도 충분히 일리가 있다”며 “당이 좀 더 폭 넓게 지지를 얻으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기존의 보수나 진보 구도를 뛰어넘어 국민에게 희망을 줄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노무현의 그림자’로 불리는 문재인 이사장의 입에서 중도개혁 노선 강화에 동의한 것은 노 전 대통령이 서거 직전 가장 관심이 많았던 진보 정책, 복지 정책 등 ‘진보의 미래’와는 다소 거리가 있어 보인다.
이인영, “노선 때문에 총선에서 패배한 것이 아니라 전술운영과 이슈 선점에서 문제 노정 한 것”
이에 대해 이인영 최고위원은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이 최고위원은 지난 20일 김진표 원내대표도 참석한 최고위원회의에서 “총선에서 과반수의석에 실패한 지도부의 일원으로서 가급적 자성하고 자제해야 하지만 한 말씀 드리고 싶다”고 운을 뗐다.
그는 “민주통합당이 때 아닌 중도, 진보논쟁에 휩싸였다”며 “이른바 중도의 반격으로 지칭되고 있는 이 논쟁은 매우 공허하고 실체 없는 논쟁이다. 저는 2004년 이른바 중도와 실용논쟁의 재판으로 생각된다”고 즉각 반기를 들었다.
그는 “당시 중도와 실용 논쟁으로 인해서 열린우리당은 총선에서 과반수 승리했음에도 불구하고 개혁의 방향성을 상실한 채 급격히 표류한 바 있다”며 “지금의 이 논쟁을 자칫 방치하면 민주통합당이 정권교체를 앞두고 당의 진로와 노선에 심각한 혼란과 분열만 초래할 것이라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고 일침을 가했다.
그는 “민주당의 진보와 그 핵심은 공허한 이념 논쟁의 산물이 아니었다”며 “고단한 서민과 중산층의 삶을 개선하고자 했던 실사구시적인 그런 진보의 노력이었다. 이러한 노력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복지정당으로 탈바꿈하게 했고 오늘 민주통합당으로 온 과정에서 보편적 복지, 경제민주화로 진전하게 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당이 보편적 복지, 경제민주화에 관한 방향과 노선을 설정했던 상황구도에서의 변화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이 논쟁에 휩싸이는 것은 온당하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총선 실패를 빌미로 대선승리를 위해서 중도노선을 강화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은 진단과 처방에서 모두 오류다. 총선 실패의 원인은 전술운영과 이슈관리에서의 문제점을 노정한 것이지 우리당이 설정했던 노선과 방향의 문제가 아니”라고 반박했다.
문성근 대표 대행도 민주당의 ‘좌클릭’ 비난에 대해 ‘서민 클릭’ 또는 ‘시민 클릭’이라고 일축한 바 있다.
민주통합당으로 합치는 과정에서 시민사회계층이나 당내 486 세력, 친노 그룹은 ‘좌클릭’ 행보가 이번 총선의 승패에 영향을 주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들은 경제민주화, 보편적 복지 등 당의 진보 정체성을 또 다시 우향우 하는 것에 대해서는 대부분 부정적인 시각을 내비추고 있다.
원내대표 경선에서도 ‘중도개혁 강화’ 목소리 높아져...
그러나 당장 5.4 원내대표 경선 과정에서 정체성 논란이 또 다시 불거질 조짐이다.
원내대표 사령탑을 누가 맡느냐, 어떤 정체성을 가지고 있느냐에 따라 19대 국회에서 정국을 이끌어가는 양상이 달라지는 데다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있어 향후 전당대회에서 선출될 지도부와 대선 경선에서 선출될 최종 대선 후보의 정체성이 상당부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지난 22일 원내대표 경선 출마를 공식 선언한 박기춘 의원(경기 남양주을. 3선)도 당의 정체성 논쟁에 가세했다.
그는 원내대표 출마 선언을 통해 대선에서의 집권에 대한 강한 의지를 표출했다.
그는 “정권탈환은 국민의 선택”이라며 “(정권탈환을 위해선) 중도층을 얻지 못하면 승리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말 그대로 함께 하는 성장, 동반성장이 중요하다”며 ‘성장’을 이야기 했다.
그는 23일 기자들과 오찬 간담회에서도 “반값등록금, 경제민주화에 동의하지만 집권하지 않으면 공허한 메아리에 불과하다”며 “집권하려면 진보만 보여서는 되지 않는다. 국민의 마음을 얻기 위해서는 중도층을 안을 수 있는 중도로 가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민주당이 스펙트럼을 넓혀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저의 정체성은 중도개혁”이라고 확고히 했다.
당 정체성 관련해 ‘우클릭’의 필요성을 강변했다.
그는 이번 총선에서 민주당이 과반의석을 얻지 못한 원인도 “공천심사 과정에서 너무 정체성 심사 부분에 치우쳤다”는 점을 꼽으면서 “정체성 항목이 20점이었다고는 하지만, 외부 공심위원들 대부분이 정체성 부분을 가장 비중 있게 다뤘다. 그러다 보니 정체성 부분에 대한 비중을 너무 많이 두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그는 “정체성에 치우치지 않았으면 민주당이 이번 총선에서 과반수를 넘지 않았겠나 하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며 “정체성도 중요하지만 당선가능성 즉 적합도가 중요하다. 그랬으면 이번 총선에서 민주당이 한 20~30석은 더 얻지 않았겠나 하는 생각을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그는 통합진보당과의 야권 공조 관련해서도 “100% 야권 공조는 위험하다”며 “정책과 원내대책에 따라 사안별로 공조를 했어야 한다”며 “앞으로 대선을 앞두고도 정책과 사안별로 공조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노선’에 따라 입장차가 극명하게 갈리는 한.미 FTA 비준안과 제주해군기지 건설 관련해서도 “야권연대해서 폐기까지 가자는 것은 걱정스러운 부분이 있다”며 “하루아침에 폐기하겠다고 입장이 바뀌었는데 국민에게 이 부분에 대한 설명이 있었어야 한다”고 비판했다.
그는 또 “진보당은 강한 정체성 때문에 소수당일 수밖에 없다”며 “그런 진보당이 집권하겠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좀처럼 노선 전쟁이 진화되기 않고 있다 원내대표 경선을 통해 본격화 되는 모양새다.
박기춘 의원은 당내에서 특정 계파로 정의 내릴 수는 없다. 본인 또한 ‘구민주계’라는 것은 어폐가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박지원 원내대표 시절 박 원내대표의 발탁으로 원내 수석부대표를 역임하며 이 시기의 민주당이 18대 국회 4년 중 가장 강한 투쟁력과 협상력, 정치력을 발휘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원내대표 출마도 박지원 의원의 강력한 추천으로 이뤄졌다는 후문이다.
앞서 20일 원내대표 출마를 선언한 전병헌 의원(동작갑 3선)은 범친노로 볼 수 있는 정세균 의원의 최측근이다.
이후 출마가 예상되는 박영선 의원은 비주류이나, 자천타천 거론 되는 유인태 당선자와 연합이 예상된다. 유인태 당선자는 친노에 가깝다.
신계륜 당선자(서울 강북갑)도 친노로 볼 수 있다.
이낙연 의원(전남 장흥.영암.함평.장성군 4선)도 출마가 가시화 되고 있다. 전통 구민주계로 호남표의 연합이 예상된다.
지난 18대 국회 상반기 정세균 대표 시절인 2009년 대통합 민주신당은 중도 노선을 표방했었다. 당시 김효석 민주정책연구원장이 총괄 기획한 ‘뉴민주당플랜’ 또한 성장에 상대적인 비중을 높여 민주당이 ‘우클릭’했다는 비난을 면치 못했다.
민주당 추미애 의원은 당시 공개적으로 뉴민주당 플랜에 대해 “한나라당 2중대”라고 극렬 반발했다.
이런 와중에 2009년 5월 23일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서거 하면서 노 전 대통령이 서거 직전까지 연구했고 관심을 가졌던 부분이 진보 정책과 보편적 복지였다는 점이 알려지면서, 민주당은 ‘뉴민주당플랜’을 펼쳐 보지도 못하고 접었어야 했다. 이후 민주당은 눈에 띄게 ‘좌클릭’ 행보를 보였다.
2010년 6.2 지방선거를 거치면서 ‘무상급식’을 의제로 내세워 진보당과 연대하면서 노선을 정리하는 듯 보였다.
지방선거 결과도 좋았고, ‘무상급식’ 프레임이 급기야 10.26 서울시장 재보궐 선거까지 관통하면서 경제민주화와 보편적 복지 실현은 민주당이 총선과 19대 국회, 차기 정권 교체를 위해 선행되어야 할 부분이었고 당내에서도 이러한 공감대를 이룬 것 또한 사실이다.
보수를 자임하는 새누리당 조차 이번 총선에서 정강.정책에 경제민주화를 넣으며, 헌법 제 119조 2항 경제민주화의 주인인 김종인 박사를 비상대책위원장으로 발탁해 총선을 이끌었다.
민주당은 선거 결과 혹은 상황 변화에 따라 당 정체성 논란을 키워가며 당노선을 좌와우를 넘나드는 갈지자 행보를 보이고 있다.
4.11 총선 후 민주당에 쏟아진 민심의 가장 큰 비난은 “비전과 새로운 프레임 없이 ‘MB심판’의 기치만 올렸다”는 것이었다.
경제민주화 정강.정책을 국민에게 각인 시킬 수 있는 적절한 의제와 정책. 비전이 실종됐다는 비난에 대한 적절한 해결책을 제시 하지 못한 채 ‘노선 재정립’의 요구로만 받아들여서는 민주당은 다가올 대선에서 또 다시 고전을 면치 못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정치부 김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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