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그레이드 ‘용팔이’ 통진, 비대위 출범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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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그레이드 ‘용팔이’ 통진, 비대위 출범했지만...

정치부 김현정 기자  | 입력 2012-05-15  | 수정 2012-05-15  | 관련기사 건

강기갑 “분열 안된다”지만...당권파 비대위 구성안 제시하며 또 다시 비대위 장악 시도

 

80년대 체육관 선거 용역 깡패 사건과 다름없던 일명 ‘용팔이’ 사건보다 더 잔악무도했다는 지난 12일 통합진보당 중앙위원회 폭행 사건 이후 강기갑 혁신비상대책위원장을 필두로 하는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렸지만 당권파와 비당권파의 계속되는 싸움으로 자칫 당이 소멸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점차 현실화 되는 분위기다.

 

당의 쇄신 기구로 출범한 비대위가 자칫하면 당의 청산 절차를 밟는 역할을 하게 될수도 있다는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심지어는 당권파 당원 한명이 15일 오후 중앙위 안을 인정할 수 없다며 분신을 시도해 중태에 빠진 상태다.

 

강기갑 비대위원장은 “어떤 경우에도 분당은 없다”는 입장이다. 과거 2008년 민주노동당 시절 비대위원장을 맡아 혁신안이 부결되자 탈당 후 진보신당을 꾸렸지만 참패 후 다시 통합진보당에 합류했던 심상정 전 공동대표도 분당의 아픔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던 터라 “분당은 없다”는 입장이다.

 

분당 없이 일을 해결하기 위해 지난 12일 중앙위원회에서 새파랗게 어린 대학생들에게 물세례와 폭행을 당하는 긴박한 상황에서도 의장석을 지키고 앉아 무기한 정회 선포와 온라인 선거를 통한 중앙위원회를 마무리 짓고 비대위를 꾸렸다.

 

이는 과거 국민개혁당을 창당했다 열린우리당으로 통합하고 이후 대통합민주신당 시절 손학규 대표 체제를 용인할 수 없다며 탈당 후 2년간 당적을 가지지 않고 있다 국민참여당을 창당하고 우여곡절 끝에 통합진보당에 합류함으로써 진보진영으로 거듭났던 유시민 전 공동대표도 심 전 대표와 같은 입장이다. 그랬기에 대학생들에게 머리채와 멱살을 휘어 잡히고 폭행을 당하면서까지 의장석에 앉아 있던 심 전 대표를 감싸 안아 보호했다.

 

그렇게 탄생한 비대위가 탄생전부터 장원섭 사무총장을 비롯 이상규 당선자(관악을), 김선동(전남 순천) 의원 등 당권파의 비대위 좌초 계획에 좀처럼 방향타를 잡지 못하고 있다.

 

민주노총, 지지철회+탈당이냐 혹은 남아서 개혁이냐 기로에 서서

 

통합진보당의 가장 큰 지지 세력이자 가장 큰 조직과 자금 줄을 틀어쥐고 있는 민주노총이 통합진보당 현 사태의 가장 큰 원인이 된 비례대표 경쟁명부 이석기, 김재연 당선자의 사퇴를 압박하고 있음에도 아랑곳 하지않고 통합진보당 당권파 경기동북부는 절대 불가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한편, 당권파인 경기동북부는 김선동 의원을 원내대표로 내세워 비대위를 무력화 시킬 계획을 세우고 있다.

 

그런 와중에 통합진보당에 가입한 민주노총이 지지철회를 검토하고 있고, 비례대표 당선자와 경쟁명부 총사퇴, 12일 벌어진 폭행사건의 가담자 책임 규명을 요구하고 나섰다.

 

통합진보당에 가입한 민주노총 조합원은 전체 당원 13만 명 가운데 34.6%인 4만 5천여명이고, 투표권이 있는 진성당원은 전체 7만 5천명 가운데 절반 가까운 46.7%에 해당 하는 3만 5천명이다. 이들 당원이 통합진보당의 지지를 철회할 경우 통합진보당은 가장 큰 지지계층인 노동자 계층을 잃게 되는 것이다.

 

조준호 공동대표가 울면서 용서를 구한 데에는 이런 복잡한 사연이 있었던 것이다.

 

민주노총 김영훈 위원장은 15일 <MBC라디오 손석희 시선집중>에 출연해 “민주노총 소속 경쟁부문 비례대표후보 세분 다 사퇴한 상황”이라며 “다른 경쟁부분의 비례대표 후보도 사퇴하라는 것이 민주노총의 공식 입장이다. 총체적인 어떤 부정과 부실, 부정의 의혹이 있는 선거이기 때문에 사퇴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국민 모두가 지켜보는 과정에서 있을 수 없는 폭력사태가 발생했기 때문에 그 행위에 가담한 사람들은 응당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이라며 “또한 그 폭력에 가담한 사람들 중에 민주노총 조합원이 있다면 민주노총 차원에서도 그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강경한 입장을 보였다.

 

계속해서 그는 “현재도 (당내에서는) 다양한 의견이 있을 수 있다”며 “민주노총이 어차피 대중조직이고 다양한 견해를 가진 분들로 구성돼 있다. 하지만 대다수 의견은 다른 걸 다 떠나서 상식적으로 이 문제를 해결해야 된다는 것이다. 상식이 통하지 않는데 법을 만드는 국회의원이 되겠다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라고 거듭 강경한 입장을 고수했다.

 

그러면서 그는 “아무래도 폭력사태 이후에는 절대 있어선 알 될 일이 벌어졌고 조합원들의 마음은 어떤 정당이든 완벽한 정당은 없다는 것”이라며 “어떤 제도도 완벽한 제도도 없는데 이것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통합진보당이 보여줬던 그 후진성이나 비민주성, 또 폭력성에 대해서 절망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민주노총 출신의 조준호 공동대표가 집중 폭행의 대상이 되고 그로인해 중경상을 입은데 대해 “세계적으로도 진보정당 역사상, 진보정당에서 총연맹, 노동단체의 대표가 이렇게 폭행을 당한 사례는 일찍이 찾아보기 어렵다”며 “그것도 민주노총과 진보정당이 정면으로 충돌한 사례는 없다. 실질적으로 진보정치 운동의 핵심은 노동인데, 이런 것을 다 떠나서 통합진보당에서 사실 조준호 대표를 민주노총이 요구해서 모시고 간 사례다. 그런데 이런 주의주장을 떠나서 노동자들 가슴에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겼다”고 깊은 유감을 표시했다.

 

그는 또 통합진보당이 노동중심성의 가치를 잃었다는 지적도 함께 제기하면서 “이번 통합진보당의 통합과정에서 저희들이 볼 때는 선거를 앞두고 대단히 정치공학적으로 접근한 게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며 “그리고 과정을 소홀히 하는 결과만 중시하는 행태가 벌어졌다. 그런 것들이 이번 사태의 본질적인 문제 중의 하나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19대 총선 직후 터져 나온 통합진보당의 참패 지적 중 하나가 이념성과 노동자 기층 중심 주의 노선을 버렸다는 지적이었다. 그러면서도 원내교섭단체 진출인 20석을 확보하지 못했고 전통 진보 지지 성향의 지역구인 울산과 창원 등을 모두 새누리당 후보에게 내 줬다는 점을 통합진보당의 뼈아픈 대목으로 지적했는데 김영훈 민주노총 위원장 또한 이 점을 지적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지금의 통합진보당으로서는 공당으로서 지금 역할을 하고 있는가 근본적인 회의를 하고 있다”며 “지지철회를 하든 탈당을 하든, 남아서 당을 개혁하든 17일 중앙위원회 회의를 통해 결정 될 것”이라고 밝혔다.

 

강기갑 “잘 추슬러 보겠지만...이석기.김재연 사퇴 전적으로 당사자들에게 달려 있어”

 

이런 상황에서도 비대위를 맡게 된 강기갑 위원장은 어떻게 해서든 당을 추슬러 보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

 

그는 이날 <CBS김현정의 뉴스쇼>에서 당권파의 비대위 인정 여부에 대해 “그게(당권파가 인정하도록 하는게) 비대위가 해야 할 역할 아니겠냐”며 “최선을 다해 함께 마음을 모아가고 하루빨리 사태 수습을 하고 국민 앞에 새로운 쇄신과 혁신의 모습으로 당이 서게 최선의 역할을 다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비대위가 출범이 됐기 때문에 가능하면 당권파와 비당권파의 구별이나 구분을 하지 않으려고 한다”며 “함께 모든 사람이 다양하게 참여하는 비대위가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문제는 수습과 봉합이 최우선인가, 쇄신과 혁신이 최우선인가 문제인데 두 개 다 잘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석기. 김재연 사퇴 문제에 대해 “비대위 의견을 모아서 풀어나가겠다”면서도 “강제성을 가질 수 없다. 법적으로 전적으로 당사자에게 달려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당권파에서 이들의 사퇴 불가 입장을 고수한다면 끝끝내 두 당선자의 사퇴는 관철되지 못할 것이라는 입장표명인 셈이다.

 

그는 민주노총의 지지철회 움직임에 대해서도 “비대위에서 해결해야 할 과제와 역할이라고 본다”며 “잘 해나가겠다”고 말했다.

 

이상규 “폭력사태, 중앙위의 잘못된 회의 운영 때문에 벌어진 일”

 

한편, 당권파 이상규 당선자도 이날 라디오에 출연해 “중앙위원회 자체가 구성요건이나 회의 규정상 여러 가지 하자가 많다”고 폭력사태의 책임을 중앙위원회의 절차상 하자와 심상정 의장의 잘못된 회의 운영에 돌렸다.

 

그는 “이의신청이나 찬반토론 절차를 전부다 무시하고 만장일치로 통과됐다”며 “심상정 대표가 이렇게 한 점에 대해서는 저도 심상정 대표를 그 전에 노동운동 할 때부터 쭉 보아왔지만 처음 보는 아주 이해 안 되는 그런 모습이었다”고 비난했다.

 

그는 또 “비례대표 2번과 3번인 이석기, 김재연 당선자를 사퇴하라는 것인데 이거는 누가 봐도 처음부터 의도적이고 아주 불순한 정치목적이 있었다”며 “(조준호 공동대표가 진상조사위원장을 맡아 진행한) 진상조사 자체가 정치적으로 불순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 중앙위에서 의결된 비상대책위원회 안에 대해 “강기갑 위원장이 당권파에서 주장하는 비대위 구성안을 받아들인다면, 중앙위 의결안을 인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오늘로 예정된 비대위원 구성에 당권파가 추천하는 인물을 받아들이라고 강기갑 대표를 향해 압박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는 결국 비대위원도 당권파 인물을 포진해, 당권을 틀어쥐겠다는 속셈으로 이 같은 안이 관철 될 경우 혁신 비대위 구성 자체가 무의미 해 질 가능성이 농후해진다.

 

평행선을 달리다 못해 누구보다 치열하게 물고 물어뜯는 통합진보당 내부의 갈등이 당사자들의 의지에도 불구하고 점차 분열, 공멸, 소멸의 상태에 더욱 가까워지고 있다.

 

 

정치부 김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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