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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화 기자 | 입력 2024-12-27 오전 10:55:57 | 수정 2024-12-27 오전 10:55:57 | 관련기사 건
겨울에 보는 붕어빵 이야기해봅시다.
고성읍에서는 꾀나 소문이 난 붕어빵이 있다. 물론 여러 곳에서 붕어빵을 팔고 있지만 유독 이곳 붕어빵은 생김새도 맛도 여느 곳과는 좀 다르다.
붕어빵과 함께 구워내는 땅콩과자도 크게 인기가 많아 붕어빵과 땅콩과자를 사려는 사람들로 줄을 서기가 일쑤다. 그런데 며칠 전부터 붕어빵 굽는 주인이 시무룩해보여 물었더니, “누군가 민원을 넣어서 며칠 뒤인 12월 말일까지만 빵을 굽고 끝을 내야 한다”는 거였다.
이야기를 듣는 순간 ‘참 모진 세상이다’ 싶었다. 다른 곳은 몰라도 이곳은 이브자리 점포 주인이 자신의 땅을 배려해 ‘가게 앞에서 빵을 구워도 된다’고 허락해서 몇 해 동안 그 자리에서 아무 탈 없이 구워 왔는데, 누군가 자신의 영업에 방해가 된다 생각하니 민원을 넣었나보다. 말하자면 배가 아팠던 거다.
이제 며칠 뒤부터는 누구도 그 빵을 먹을 수 없다. 어른도 아이들도 참 좋아하던 빵이었다. 값도 내용물도, 곧 가성비도 좋아서 크게 인기 있었다.
생각해보면 붕어빵 굽는 사람들이 하나같이 길에 나와 빵을 굽는 이유가 있다. 변변한 가게를 세주고 얻어서 풀빵을 구워 팔 형편이 된다면 그런 가게 얻어서 왜 붕어빵장사 할 생각을 하겠나. 그럴 형편이 되면 더 많이 남고, 더 잘 팔리는 그럴듯한 장사를 하지 오죽하면 붕어빵을 팔까. 큰 돈을 주고 가게를 얻지 않아도 내 하나 몸이 성해 빵을 구워낼 수만 있다면 밥벌이는 되니 그야말로 없는 사람들이나 할 수 있는 게 붕어빵 장사 아닌가.
민원을 넣어서 기어코 붕어빵 장사를 떠나게 한 사람이 누구일지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참으로 몰인정하고 고약하다!
궁여지책으로 길거리에서 붕어빵을 구워 파는 것조차 민원 대상이 되는 세상이 됐다. 참 매몰차다! 이렇게 해서 붕어빵 문 닫고 떠나면 자신의 가게 물건이 더 잘 팔릴 것 이라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맛있고 값 적당해봐라 왜 안 가겠나.
호두과자 가게 앞에서 한 노인이 묻는다.
"옛날 생각이 나서 붕어빵을 보고는 그냥 지나치기가 쉽지 않아......,"
노인이 얇은 지갑 속에서 천 원짜리 한 장을 끄집어내며,
"붕어빵 천 원어치도 줍니까?"
붕어빵 주인은 "예. 금방 나옵니다. 따뜻한 거 드릴게요".
언제부턴가 천 원짜리 한 장으로는 주전부리도 할 수 없는 세상이 돼 버렸다.
오늘도 고성 읍내 무허가 ‘풀빵’ 포장마차는 여러 곳에서 운영되고 있다. 불법으로 빵을 구워내지만 어느 한 곳도 민원 대상이 되지 않는다. 무슨 이유인지 여기 이브자리 앞 붕어빵만 미움을 크게 받았다.
- 천 원이 주는 행복, 호두과자 7개 1,000원, 땅콩과자 15개 1,000원, 미니붕어빵 4개 1,000원
김미화 기자 gsinews@emp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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